제가요? 제가 해요?

일터에서 들리는 속마음

by 아름답게



만물이 시작된다는 3월,
그 시작에 맞춰 학교도 새로운 학기를 맞이한다.



긴 겨울방학의 달콤함에 아직 덜 깬 채로 등교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학교에 입학해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고 있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런 학생들처럼 교사들 역시 각자의 마음으로 3월을 맞는다.

긴 방학을 보내고 덤덤하게 새 학기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새로운 학교로 발령을 받아 낯선 환경 앞에서 조용히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삼키는 사람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쪽은 설렘보다는 긴장에 더 가깝다.)



우연히 인터넷을 보다가 한 짤을 발견했는데,



지금 이 시기를 설명하기에 보다 더 적절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어느덧 10년 차를 향해가는 나 역시,
요즘 그 짤 속 루피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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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요?

제가 해요?






빠른 학교는 12월, 늦어도 2월이면 이미 다음 해의 업무 분장은 대부분 끝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교사를 떠올릴 때는 수업을 하고, 담임으로서 학생을 지도하는 모습을 먼저 생각하겠지만
실제 학교 안의 일은 그보다 훨씬 더 세분화되어 있다.



각자의 분야와 학교의 특성에 맞춰 업무가 나뉘고, 희망원을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배치가 이루어지면
그 순간부터 다음 해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의 윤곽이 정해진다.



그리고 겨울방학 동안 우리는 업무를 인계받고, 관련 내용을 준비하고, 수업과 담임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한 재충전과 자기 공부를 병행한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준비를 마친 뒤 개학과 함께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새 학기 준비기간에는 모두가 모여 인수인계를 하고, 3월 입학식과 동시에 그동안 준비해 온 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계획서로 정리하고 기안을 올리며 비로소 ‘1년 농사’를 시작한다.




이 과정이 말 그대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게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학교 역시 결국 ‘직장’이기 때문에 그 안에는 정말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저 직업이 교사인 사람도 있고, 존경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참 교사도 있다.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또 다른 유형이 있다.







3월이 되면,
각자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려는 흐름 속으로 슬그머니 경계를 넘나들며 들어오는 사람들.

나는 이들을 ‘하이에나’라고 부른다.



이들은 가장 먼저 3월에 새로 들어온 동료들을 노린다.

아직 학교의 분위기와 구조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을 이용해 친절을 가장한 접근으로
자신의 업무를 조금씩 덜어내려 한다.



하지만 상대가 이미 경험이 있는 교사라면 이들은 미련 없이 한 발 물러난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 타깃을 찾는다.



바로, 저연차 교사.



어느 조직이든 그렇듯 가장 말하기 어려운 사람이 결국 막내이기 때문이다.

인상 좋고, 성실해 보이고, 거절을 잘 못할 것 같은 사람에게
업무는 자연스럽게 ‘부탁’이라는 이름으로 이동한다.


이 방식은 생각보다 잘 먹힌다.


하지만 계절이 몇 번 지나기도 전에 저연차 교사들은 깨닫게 된다.

이 일이 원래 내 일이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가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몫을 넘겨주었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은 교직사회에 대한 길고 묵직한 현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렇게 업무를 넘긴 사람들은 1년을 놀랍도록 여유롭게 보낸다.


이미 정해진 업무 분장을 3월이라는 틈을 이용해 다시 뒤집어 놓고 나면
정작 본인에게 남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다음 해가 되면 더 능숙해진 방식으로 또다시 같은 일을 반복한다.






3월이 되면, 어디선가 비슷한 장면들이 반복된다.


누군가는 조용히 일을 떠안고 있고, 누군가는 가볍게 털어내고 있다.

나는 그 사이에서 종종 같은 생각을 한다.


부디, 이번에는 그들이 조금 더 지혜롭게 빠져나오기를.



그리고 10년 차에 가까워진 나는 이제 업무를 들고 다가오는 누군가에게 예전처럼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대신, 아주 담담하게 이렇게 말한다.





“제가요?”


“제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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