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만나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춘천으로 왔다.
한 아이가 내게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김훈 작가 편을 추천해 주었다.
작년에 했던 수업 중 하나가 각자 삶의 아름다움을 찾아가고 발견해나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아이는 내게 "선생님이 작년에 아름다움에 대해 많이 말씀하셨잖아요."라고 말한 후 그 영상을 보내주었다.
김훈 작가님은 인간 존재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초등학교 입학식, 수능시험장, 광화문 연인의 키스, 까치집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년에 우리가 했던 수업이었다. 각자의 삶 속에 아름다움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아름답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다.
오늘 내가 만난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존재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찾았다.
우리는 늘 만나던 카페에서 만났다.
그런데 아이들이 들어오지 않고 어디론가 도망을 가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한 아이가 뛰어들어와서 메뉴를 잽싸게 고르더니 계산을 했다. 알고보니 내가 계산을 할까봐 그렇게 뛰어들어온 것이었다.
우리는 테이블에 앉았고 나는 아이들에게 줄 준비한 선물을 꺼냈다.
그런데 아이들이,
"저희도 그럴 줄 알고 선생님 선물을 준비했어요."라며 두둑한 종이가방을 꺼냈다.
그 안에는 도자기컵과 접시, 직접 뜨개질을 한 머리끈, 산문집이 들어 있었다. 아이들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준비한 선물을 서로 나누어가졌다.
각자의 삶도 나누고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나누었다. 서로 의견이 달라도 차근차근 차분히 이야기하는 모습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근처 동네 책방에 들러서 책의 시간을 보냈다.
시간 가는 줄 모르도록 아이들은 책의 세계에 빠져있었고, 마음에 드는 책 제목을 가슴에 품고 적어놓기도 했다.
한 아이는 우연히 집은 책을 책방 사장님으로부터 선물 받기도 했다. 보물이 숨겨져 있었던 거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밥을 사주고 싶었다.
자주 가는 막국수집에 갔고 우리는 배가 고팠는지 소리도 없이 막국수와 빈대떡을 후루룩 먹었다.
기차 시간이 가까워져오는데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오늘따라 더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우리집으로 가서 놀지 않겠냐고. 아이들은 예매한 기차표를 취소했고 케이크를 사서 다 함께 우리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차를 마시고 케이크를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간중간 들어오는 낮과 저녁 사이의 봄바람이 우리에게 스며들어 우리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정말 가야 할 시간이 되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가슴에 머금고 아이들을 배웅해 주었다. 나는 아이들이 떠나간 그 자리에서 봄바람의 향기를 맡았고 그 향기를 간직했다.
내 생애 아름다운 순간들이 오늘 여기에 담겨 있다.
간직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내게 생긴 것 같다.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모습, 웃는 모습, 그리고 고뇌하는 모습까지도 볼 때면 존재 한명, 한명이 다 소중하다. 웃음, 고민, 고뇌의 마음에는 반드시 그 흔적이 남는다.
아픈 스무 살을 보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내겐 그 모습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픔만이 그 아이들을 설명하는 전부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프든 아프지 않든 너희들은 아름다운 존재야.-
아름다움은 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고귀한 존재다.
우리 삶이 어떤 모양이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