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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른 사이 Aug 13. 2024

애'Say | 걷다 보니 그늘이 벗어난 삶이 되기를

아른 사이 <애'Say> 中, chapter - 돈 - 이수현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인턴, 대외활동, 성적, 계획대로 되는 것 하나가 없었다.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이 그랬다. 이렇게 어른이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되기 싫다.

해가 갈 수록 더해져만 가는 책임감과 사회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이 어른이라면 안 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해야 하는 것들을 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 그러니까 하굣길에 책가방을 메고 실내화 주머니를 들고 다니던 시절에는 스태프 명찰을 차고 행사나 일을 하는 어른들을 보면 멋졌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일자 앞머리를 꼬리빗으로 사수하고 다닐 때 즈음에는 대학생이 되고 싶었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던 고등학생 때는 돈을 벌고 싶었다.

돈을 벌고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는 어른이 멋져 보였다.


“몇달 쉬니까 알바를 해야겠더라고. 돈이 없으면 여유가 없어지는 느낌이야.”

불과 몇 주 전 친구와 나눴던 대화다. 대다수의 청년들이 달고 사는 말이지 않을까 싶다.


행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태프 명찰을 수없이 차봤고, 대학교를 다니고 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성인이 된 지금, 이렇게 보니 난 어린 시절 바랐던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돈은 필수적으로 벌어야하고, 간절히 바랐던 일들은 당연한 것이 돼버렸다.

익숙한 것은 당연해 지고 당연한 것은 소중히 여겨 지기 힘들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할 때

‘돈이 되는가'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됐다.


사람들은 흔히 무엇하기를 좋아한다는 말에 그 무엇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되묻는다.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잘해야 할 것만 같은 무언의 강박감이 있다고 해야 할까. 정작 말해도 돌아오는 말은 “그게 돈이 돼?”


돈이 되지 않더라도 가치 있는 일은 충분히 있다. 버스 창가 자리에 앉아 바깥 구경을 하는 것,

그러다 카메라를 잠깐 꺼내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사진이 내게 돈을 주진 않지만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내어준다.

돈 걱정이나 남의 눈치 따위를 보며 생긴 불안은 과정을 즐기지 못한 것이 아닐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고, 좋아하는 걸 즐길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돈은 지나간 계절과 햇살처럼 없어지기도 하지만 다시 생기기도 하는 순환적인 구조라고 생각하니 고민이 가시기는 한다. 돈이 없을 때엔 그늘과도 같다.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저 햇살 아래로 몸을 던질 뿐이다.


“직업이란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 즉 말 그대로 무엇을 위해 하루하루를 사는지 하는 정체성에 가깝다고 봅니다. (생략)근본적으로는 나 자신의 존재 의미에 가깝다고 저는 생각해요.”- JOBS EDITOR 중


산다는 건 치열한 것, 그 치열함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건 돈이 아니라 정체성이라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이 과정의 즐거움을 촘촘히 느끼며, 걷다 보니 그늘을 벗어난 삶이 되길 바란다.


이수현 드림

*해당 글은 <애'Say> 중 한 글입니다.

*챕터는 본인이 살아가며 배우게 된 삶의 요소에 대한 것입니다.

*살아가며 드는 고민들은 모두 주관적이며, 개개인의 모든 결정은 멋진 선택으로 이뤄졌습니다.

*책은 2023년 여름의 시작고 끝에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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