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에 대한 글을 쓰면서,
"~한다는 것" 으로 또다른 생각도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가장 처음으로 떠오른게 바로 "책을 읽는다는 것". 나에게 책을 읽는 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것들을 유발하는 행위(?)인지 기록해보려고 한다.
책이라는 것을 읽기 시작한건 30대가 되고 나서 아니, 이전 직장을 퇴사하고 나서 부터였던 것 같다. 퇴사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나에 대한 성찰을 하게됐고, 그때부터 책을 읽고 생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독서의 즐거움과 함께 나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어릴때부터 논술학원도 다니고 공부를 못했던 것도 아니지만, 10대 때는 유난히 책을 읽은 것이 재미없고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책에 대한 흥미도 없고, 필독 도서를 읽으면서 진도도 안나가고. 그래서 독후감은 어떤 내용을 어떻게 쓰라는건지 늘 괴로웠다. 돌아보면 논술 학원도 꽤 오랜 기간 다녔는데, 늘 책을 덜 읽어가고 글을 마무리 못해갔다. 최근 몇년동안 느꼈지만
어릴때 논술 학원은 정말 헛다녔다.
그리고 정말 재미없었다.
거의 처음으로 활자를 엄청 집중해서 읽었던 건 인터넷 소설을 접하면서 였다. 바야흐로 90년대 2000년대에 신화 팬클럽이었던 나는 '팬픽'이라고 불리는 글들 그리고 귀여니가 등장하면서 인기를 끈 인터넷 연애 소설을 많이 봤다. 초딩때 이른 도파민을 맛보기 시작한 뒤 한번 컴퓨터 앞에 앉아서 대여섯 시간을 소설을 읽은 적도 있었다. (이것 또한 우리 엄마는 모르겠지..)
성인이 되고 나서 20대 때는 책이란 걸 읽은 기억이 없다. 학교 공부와 신문 외에 활자 자체를 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글을 읽고 이해하는 시간 자체도 굉장히 오래 걸렸다. 특히 어려운 개념이나 단어의 의미를 깊게 이해해야 하는 일에 어려움이 있었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경영학 수업을 들을때, 매주 교과서를 바탕으로 시험을 봤는데, 아무리 책을 들여다보고 내용을 숙지해도 이해가 안가서 남들보다 그 수업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두세배는 걸렸다. 한국에서 교육학 수업을 들을 때도 원서가 어려워서 번역본까지 빌려서 공부했는데, 그 번역본을 이해하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공부라는 건 교과서를 한글로 번역한다는 게 아니라 무슨 의미인지를 이해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참 괴로웠다. (고등학교때부터 느낀 이런 현상은 일종의 ADHD 증상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무튼 길게 돌아와서 나에게 책을 읽는 시간은
온전히 집중하고 나만의 세계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에 가까운 것 같다.
단순히 그 책에서 말하는 것, 지식을 습득하는 시간이 아니다. 왜냐면 나는 집중해서 책을 읽어내려가면 놀랍게도 그 내용과 관련된 다른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갑자기 읽다가 업무 관련 인사이트가 떠오르기도 하고, 요즘 고민이었던 부분에 대한 답 혹은 생각해볼 질문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책의 내용과 아주 관련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책 한 권을 쭉 읽는 행위를 독서라고 본다면 난 항상 딴길로 새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것들을 항상 메모해두는데 책과 관련된 내용이 아닐때도 많다. 덕분인지 책을 읽다가 생각나는 것들에 꽂혀셔 책을 덮고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적도 많다.
나는 주로 출퇴근 이동길에서, 주말 저녁 한주를 마무리하면서 책을 보곤 한다. 다른 곳으로 집중이 새지 않는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 시간을 이용하게 되었다. 아침 출근길에는 5-10분만 활자를 읽어도 집중력이 올라가서 좋다. 일하기 전에 뇌를 깨우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조용한 주말 저녁 시간 책을 읽는 것은 나만의 세계에서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이렇게 쓰고나니 책을 읽는다는 건 나에게 집중을 시작하기 위한 통로인 것 같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수단인 것 같기도 하다.
근데 그렇게 읽다가 딴데로 새서 책을 언제 완독하냐고 묻는다면....
실제로 끝까지 못읽고 지나가는 책도 많다. 그리고 특정 기간까지 완독해야 하는 경우는 여러차례 나눠서 자주 읽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도 책 한 권을 완독하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여러번 끊어 읽어서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나서 꼭 밑줄친 부분, 메모한 부분을 랩업도 해야만 한다.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책을 읽어야해' 라는 일종의 강박을 가지고 있다. 근데 뭐 이렇게 사는 것도 뭐 나쁘진 않은 것 같아. 그래야 한달에 한 두 권이라도 읽게 되니. (아직은 즐겁게 보다, 열심히 책을 읽는 사람인듯.) 그러니 이번 설 연휴에도 열심히 책을 읽어보기로 하고 글을 마무리 한다.
문득 이런 비슷한 현상을 겪는 사람이 또 있을까 궁금해진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아직까진 주변에서 찾지 못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