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전부가 되는 경험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

by 아리초이

히뭉이를 입양해서 가족이 생긴 지 벌써 두 달.

강아지를 키우면서 일상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하루에 한 시간씩 두 번 이상 산책을 나가고, 규칙적인 시간에 밥을 챙겨주고, 수시로 배변판을 치우면서 청소를 한다. 초보 대형견 견주인 나와 남편은 “얘가 왜 이러지?”, “저거 먹으면 어떡해?”, “너무 사랑스러워..”를 반복하고 있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반려견 훈육 영상으로 도배되고 있다. 카드 결제 내역에 높은 비율이 히뭉이 생활비다. 장난감, 사료, 병원비, 유치원비 등등..


너어무 피곤하지만 행복하고
가끔은 열받지만 그래도 귀엽고,
화가 나다가 도 짠하고 미안하고.
아주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는 요즘.


참고로 지난 두 달 동안, 생사를 오고 가는 일도 몇 번 있었다. 갖고 놀던 장난감을 삼켜서 위 내시경과 개복 수술의 위기도 있었고(일주일 만에 똥으로 나옴), 초코 단백질 파우더를 먹어 위세척의 위기도 있었다. 다행히도 우리 마음만 졸이게 하고 아직까진 건강하다. 똥개자식.

히뭉이 뱃속에 있던 나의 속옷 끈...

갖고 놀라고 준 장난감을 망가뜨려서 먹고 있고,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아무렇지 않게 한 바퀴 돌고 나가고, 이제 현관 중문도 열어서 신발을 물고 노는 우리개다. 대형견의 능력치는 어디까지인가..

히뭉이 에디션 워치



강아지를 키운다는 건,
아니 누군가의 전부가 된다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구나 싶다.


날 좋은 오늘 아차산에서 두 번째 개족 사진을 찍었다.

두 달 사이에 히뭉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벌써 13키로의 자이언트 베이비가 되었다. 문득 히뭉이와 함께한 2개월을 돌아보니, 무엇보다 달라진 건 내 마음 같았다. 분명 이전에도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개냄새는 싫었고, 집을 어지럽히거나 물건을 망가뜨리는 것을 보면 마음이 어려웠다. 근데 두 달 만에 그런 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퇴근한 내가 반가워서 바지에 희뇨를 해도, 잠시 외출한 사이 집을 난장판을 만들어놔도 괜찮다.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서 미안할 뿐, 치우지 않고 가서 후회할 뿐, 그리고 히뭉이가 먹지 않아야 할 것을 삼키지 않기를 바랄 뿐. 강아지는 잘못한게 1도 없으니.


실시간 홈캠으로 목격한 파괴 현장


주변에서 히뭉이 인스타를 보고 괜찮냐고 물어보면 “개는 원래 물고 뜯고 짖는 거니까요!”라고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참 신기한 변화다. 몇년 전 유기견 임보도 했었고, 최근까지 지인의 강아지 펫시팅도 종종 했는데, 우리 가족이 된 히뭉이와는 키우는 마음이 확실히 다른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의 변화가 두 달 동안의 가장 큰 변화라고 느낀다. (물론 벽지를 뜯으면 마음 좀 상할 것 같긴 한데.. 안 그럴거지 히뭉아?)


무언가를 키운다는 건, 그리고 누군가의 전부가 된다는 건 정말 큰 일이다. 이 강아지의 행복이 온전히 우리가 하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더 잘 키우기 위해 공부도 해야하고, 좋은 것들을 해주기 위해 내 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 육아와 마찬가지로, 이 강아지의 행복을 위해 내가 더 부지런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된다고 느낀다. 그리고 히뭉이에게 쏟는 시간을 위해 남편과 더 규칙적인 삶을 살기로, 각자 하루에 두 시간씩 부지런하게 살기로 했다.


강아지의 첫 실외배변, 첫 등산, 첫 유치원 등등을 겪다보니 이제 슬슬 경력직 반려인이 되어가고 있다. 예전엔 산책만 다녀오면 무조건 집에서 우다다를 했었는데, 이제 더이상 집에서 달리지 않는다. 무조건 에너지를 소비하는 산책보다 충분히 냄새를 맡게해주는 산책이 중요하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았다. 사람 육아와 마찬가지로 퍼피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도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개가 피곤하고 행복한 개가 되도록 매일매일 노력하고 성장해야지.

앞으로 1년, 10년, 20년 언제까지든 건강하게만 자라주어 내쉐끼!


피개행개!


매거진의 이전글나만의 세계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