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iss Sep 12. 2017

쉬는 방법에 대해


갑자기 얼마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당분간 몸도 추스리고 마음도 좀 더 단단해져야지.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요 며칠 문제라고 느끼는게 무엇이냐면, 얼마만의 시간이 언제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여행이 반가운 점은, 집 떠난 고생을 몸소 느끼면서도 때가 되면 짐을 싸고 싶은 것은.

돌아올 곳이 있어 기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가가 그리도 기다려지는 것은, 지겹고 지친 곳이어도 밥벌이를 할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 때문인데 지금 나의 휴식은 언제 마무리가 될지 희미한 불빛도 보이지가 않아 막연하고 막연하니 쉬는게 신나지가 않다.


처음 내게 물질적 여유, 공간, 시간, 체력 중 시간만 많이 남았던 적을 생각한다. 

이 정도면 됐어, 만족하는 것 말고 많고 적고를 떠나 이 네 가지가 모두 어느정도는 존재해야 휴식이라는 것이 성립된다. 쉬는 것도 사는 일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각의 아주 뾰족한 산처럼 시간의 수치만 정상을 이루고 나머지는 어느 정도에도 미치지 못해 궁핍한 그 때, 쉬는 일도 이렇게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몸을 뉘이는 작은 공간에서 최소한의 것만을 걸친채 누워있다. 나가려면 돈이 들고, 움직이면 배가 고프다. 누워 눈만 껌뻑거리다가 잠이 오면 잠깐 현실을 떠나기도 하고, 허리가 아프면 잠깐 뒤척인다. 궁핍이라고 생각했고 구슬프기도 하였으나 바람이 드나들고 해가 비춤을 여러차례, 나는 정말 쉬고 있었다. 


일이 없는 날이면 정보를 모으고 모아 핫하다는 곳을 투어하기도 했고 틈만 나면 번화가로 나가 구경을 하다가 옷 한벌씩 사들고 들어왔다. 줄을 서서 맛집 투어를 하기도 하고 돌아온 짐이 제자리를 찾기도 전에 다시 캐리어를 끌고 공항을 찾기도 하였다. 일할 때보다 더 바쁘게 놀았고 이것을 쉬었다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 때 난 일몰도, 나무도, 바람도, 물도 연구하고 찾아가서 계획대로 만나고 있었다. 


작게 스스로 꾸려나가는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너의 눈과 귀에다 내가 이룬 것들을 더 크게 포장하여 내세우지 않는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바보같아 아무도 탐내지 않는 나의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한참을 오르다 정말로 내가 바보라는 생각을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 남은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