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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Sep 08. 2020

웰컴 투 위염 월드


학교가 아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인생의 중심은 내가 아니게 되었다. 일은 내가 만족할 정도로 해서는 되는 것이 아니었다. 대표의 입맛에 맞아야 하고, 동료들의 눈 밖에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해야 통과되는 정도였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며 저녁 시간이 되어 퇴근을 하는 동안, 나는 내가 아닌 사람이 되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어느 날은 환자와 고객에게 컴플레인을 받아 기분이 무척 상했고, 어느 날은 곁의 동료가 마음에 들지 않아 종일 날을 세우며 신경을 써야 했다. 누구 때문이 아닌 날에는 내가 나를 부족하다고 여겼다.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속에 억지로 나를 끼워 맞췄다.

저녁이 되면 퇴근하는 길에 미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운전을 하지 않는 날은 이어폰 속 음악이 고막을 쾅쾅 울리도록 소리를 키워 다수의 공간에 나 혼자를 고립시켰다. 운전을 하는 날은 돌아가더라도 노을이 아련한 대교로 달렸다. 그러면 그 날 나로부터 저만치 떨어뜨려놨던 나도 슬금슬금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저녁에는 친구와 한잔, 혹은 나 혼자 한잔 하는 일이 하루 이틀 이어졌다.

맥주는 술이 아니야, 음료수지.

맥주만 잘 마시는 줄 알았던 나는 타인에 의해 짜증이 너무 났던 어느 날, 맑디 맑은 소주의 맛을 연거푸 알아버렸다. 맥주랑은 정말 달라도 너무 달랐다. 맥주가 즐거움과 흥을 머금은 술이라면 소주는 괴로움과 고독을 들었다 놨다 하는 술이었다. 결코 괴로움과 고독을 들었다 날려주지는 않지만 따다닥 뚜껑을 열어 똘.. 똘.. 똘똘 똘똘똘 또로 로로로 롤 경쾌함을 내뿜는 방울 방울이 첫 잔에 충전될 때면 그 날의 자괴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맥주에 성이 차지 않고 소주를 곁에 둘수록 칫솔질을 할 때마다 구역질이 나오는 횟수도 늘어갔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속에서 쏴아, 분수가 발사되는 느낌이었고

자꾸만 가벼운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웰컴 투 위염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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