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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Sep 07. 2020

좋아요, 아빠 그림

착실한 회사 생활, 은퇴, 몇 년간의 작은 사업, 그리고 은퇴를 한 남자가 있었다.

먹는 것이 풍족하지 않던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게 유일한 낙이었던 그는

형과 누나들을 따라다니며 돌맹이에 그림을 그리고

전단지 뒷면에 색칠을 하고

신문지 빼곡한 글자 사이사이 빈틈을 파고들며 끄적였다.


뻐근했던 허리 증상은 디스크라는 이름을 달게 되었고

풍성했던 머리카락은 파뿌리처럼 희여지고 드물어졌다.

눈 밑에는 거뭇거뭇 팥 같은 검버섯이 올라왔고

쇄골에는 쥐젖들이 예고 없이 생겨났다.


파트직으로 젊은이들과 어울려 주3회 출근을 하던 일터는

코로나 초기에 문을 닫았고

그는 이제 집에서 주식차트를 벗삼아 숫자에 욕을 하고

그래프를 따라 미소와 한숨의 음봉과 양봉을 얼굴에 그린다.


급락을 친 주가 뉴스를 보며 허공에 욕을 하다가

문득 다시 그래프보다 좀 더 인간적인 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간의 희와 노와 애와 락이 제법 길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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