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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Oct 12. 2020

아름다운 케이크에 금빛 초

내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지출에 극도로 예민해졌다.

펑펑 쓰는 편은 아니었으나 소소하더라도 소비는 즐거운 것이었다. 물건이 꼭 필요하다기보다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얻으면서 내가 이래도 되는 사람,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일로는 그것을 얻기가 참 어려웠나 보다. 물건을 살수록 돈을 야금야금 쓸수록 하루의 고됨, 나의 부족함, 당신을 미워하는 마음 이런 것들이 활활 타오르다가 솔솔 사그라들었다. 어차피 자고 일어나면 다시 만날 부정적인 감정들이 잠깐 나와 헤어져주었다. 돈이 그걸 했다.


사업을 시작하고 아직도 나뭇가지 끄트머리의 아슬아슬한 낙엽 같은 운영 성적으로 매일을 휘청거리니 나를 달래줬던 돈은 지갑 밖으로 나가는 일이 줄었다.

눈 앞에 아른거리는 티셔츠 한 장도, 별이 박힌 커피 한잔도, 회 한 접시 먹는 것도 마음이 불편했다.

이렇게 고생하다가 대박이 터졌다는 등, 노력이 빛을 보게 되었다는 등 이런 사례들을 찾아보는 것이 낙이었다.


얼마 전 소중한 사람이 생일을 맞았다.

맛있는 케이크, 예쁜 케이크를 고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아끼지 않고 왠지 사고 싶은 케이크를 사면 앞으로의 인생 길이 깨끗하고 꽃잎도 휘날릴 것 같았다.   

언젠가 나의 길에 꽃잎이 놓여 있는 걸 알아차린다면

지금의 내가 아름다운 케이크와 금빛 초에 감사함을 느꼈던 덕분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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