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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Oct 16. 2020

하와이 사람들은 잘 있을까


17년 11월, 하와이 리조트 선베드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이륙하여 공항에서 밖으로 나오는 길에 뺨에 스치는 공기로 온 마음을 빼앗겼던 곳은 호주와 하와이였다.


호주는 우리나라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더위로 바닥에서 김이 올라오던 한여름에 갔었는데, 그곳은 적당한 추위의 겨울이었고 그 사실이 너무너무 신기했었다.

코와 입술에 차고 시원한 바람이 훅-하고 들어오는데 정말이지 상쾌했다. 먼지라고는 없는 청정 공기가 이런 거구나, 깨끗한 백지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놓은 듯 나무와 집과 다리가 널찍널찍 자리했다. 사물 사이사이로 상쾌한 공기가 유쾌하게 느껴졌다.


하와이는 온도, 습도, 햇빛, 공기, 자연, 하늘, 바람, 비 등등 눈에 보이고 몸을 스치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로웠다.

공기가 기분 좋게 내리쬐는 햇빛을 훑고 지나가면 바닷바람이 적당한 물기를 머금고 휘날린다.

해변의 모래도 떡을 찌기 전 쌀가루처럼 탐스럽다.

예고 없이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은 로맨틱하고, 잠시 후 다시 제 몫을 해내는 태양은 쪽쪽 남은 습기를 말린다.

심지어 하와이는 사람마저 아름다운데 휴양지의 너그러움이 모두에게 스며있다.

돈이 여유롭게 오고 가고, 사랑은 과감히 피어오른다.


선베드에서 나는 종종 잠이 들었고 배는 거의 고프지 않았다.

물에 둥둥 떠서 하늘의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눈과 하늘 사이에 공기 말고 아무것도 없었다.

잘 알아듣지 못해서 듣기 싫은 것을 위해 귀도 애쓰지 않았고, 살기 위해 먹느라 입도 몸도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자유와 의지로 내 몸에 집중하고 나를 생각했다. 슬프다, 기쁘다 이런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중요치 않아 흘러가 버렸으리라.


종종 생각한다. 하와이에서의 온전했던 나를.

다신 없겠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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