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차와 번쩍이는 불빛으로
정신이 어지러운 강남 한복판에 운전대를 잡고 있다.
어느 날은 이 지긋지긋한 번잡함에 질리고
어느 날은 그래도 이 번화가에 두 발을 디디고 있다는 사실이 으쓱하다.
과한 화려함과 넘치는 외로움이 함께 있다.
저녁은 이 곳에서 더 빨리 밤으로 저무는 것 같고
그럴수록 주간 내내 넘쳤던 많은 것들이 잠시 피었던 아지랑이처럼 사그라든다.
사람들은 이 곳에서 숨 가쁘게 바쁘고, 경쟁하고, 시기하고, 노력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는데
헐떡이는 숨들이 가끔은 쉴 틈을 놓쳐 버겁게도 안쓰럽게도 안간힘을 쓸 것이다.
내가 쉬는 숨을 내 바람에 맞춰 들이마시고 내뱉는 날이 올까.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애를 써도 잘 사는 기준에 못 미칠 것 같아 허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