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사는 작가가 이런 시를 썼다.
시집을 읽는 동안 3-4년 전 다녀온 제주에 대해 상상한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이후에도 제주는 많이 떴다.
한물갔다고 하고 중국인들 손아귀에 들어갔다고 하고 말들 많지만 여전히 많이들 찾고 코로나가 이를 더 부추겨
마치 힘겹게 날을 잡아 여행이라도 가면 옆집 사람도 당장 만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아웃사이더 격인 나는 남들 다 가는 곳 가기 싫고
남들이 다 하는 건 하기 싫다.
제주는 그 이후로 상상으로만 떠올리고 추억으로만 기억한다.
제주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가
해 질 무렵 바다와 찻길 사이에 이 작은 미물이 껴서 극한의 고립과 쓸쓸함을 느껴본 적이 있다.
아름다운 노을이 아니었다. 약불의 가스불이 겹겹이 다른 색을 내며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더니 어슥 어슥 어둠과 적막이 몰려와 나 같은 건 한 줌에 먹어버릴 수 있다는 듯이 휘감아 버리는데 순간 제주란 이런 곳이구나, 문득 판단해버렸다.
바람 물 돌 자연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데 이 모든 날 것의 아름다움도, 날 것의 두려움도 인간에게 함께 주어지는 곳!
내가 이 곳에서 보고자 했던 것이 핫하다는 카페인가, 맛집이라는 음식점들인가,
제주와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성, 토이, 작은 인간 모형 박물관 들인가.
아니지, 제주에 왔다면 이거지.
그 후로 섬에 대한 로망도 선망도 가지지 않았다.
그곳에 사는 시인은 이 두려움, 고독, 그리움 매일 마주하며 살 텐데
제목을 보니 혼자 살고 술도 약하시단다.
다행이다. 이 곳에서 술 세면 정말 대책 없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