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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Nov 09. 2020

스스로 사라지지 마라


이런 심정으로 살고 있다.

퇴장만 하지 않으면 반드시 누군가가 나를 기어이, 본다.

미 대선의 당선자들을 보면서

장편처럼 긴 터널을 한걸음 한걸음 통과했을 시절의 단편들을 상상한다.

가족이 아프고, 가족이 미운 짓을 하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고 원래의 가족과 관계를 맺는 일.

난장 드라마 같은 정치판에 저 나이가 되도록 침몰되지 않고 자신을 지켜온 일.

당선자가 좋고 나쁘고 괜찮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긴 시간을 버티고 버텼더니 전 세계가 주목하는 주요 인물이 되었다는 점이 자꾸만 맴돈다.

퇴장만 하지 않으면

오늘도 내일도 알아봐 주지 않아 쓸쓸한 나를 견디다 보면

기어이, 나를 봐주는 사람이 있을 텐데

지금 내뱉는 한숨이 나중에 하나도 몸에서 나가지 않아도

풍선처럼 나를 둥실 띄우는 기체가 되어 조금 자신감을 갖고 조금 더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기다린다.

스스로 사라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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