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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Nov 08. 2020

아름다움을 유예하지 않고 누리는 일


지금 아름다운 것들을 유예하지 않고 누리는 일은

수고롭지만 나라는 본체의 메모리에 저장되어 감성과 이성의 부피를 늘리고

두 발이 닿는 지지대의 단단한 층을 만들어낸다.

가령 며칠 후 의도치 않게 화를 당하거나 억울함을 느낄 때,

혹은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 닥치거나 머금은 눈물이 넘쳐흐를 때

나는 이런 상황을 예측할 수 없이 맞닥뜨리다

감정이 폭발하는 상황을 한바탕 겪어내면

체념을 하거나 극복을 하고자

나름의 방안을 찾아 나설 것이다.

뜻밖에 차창으로 떨어져 내리는 낙엽을 보고

쨍하니 내리쬐는 햇살에 손바닥을 뒤집어 눈을 가리다

덕수궁 미술관 계단에서 보았던 하늘색 기억에 숨 한 줌을 토하듯 내뱉을 테고

그때 뺨 한쪽에 찰싹 스치던 늦가을 찬 공기가 마음을 에리듯 상처를 내며

나를 다시 일으키는 진전의 채찍질을 휘두를 것이다.


때맞춰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지 않고 찾아 나서는 일,

부조리와 고독에 지치지 않고 나를 지켜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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