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
“선생님은 맨날 운동하시겠어요.”
“이거 다 근육이죠?” (문질문질)
“그럼 식단도 매일 하세요?”
회원분들이 이런질문을 참 많이 하셨을 때가 생각나네요.
병아리 강사 시절엔 그 반짝이는 눈빛에
“그럼요, 저도 엄청 관리해요”라고 대답했었죠.
그땐 운동을 직접 몸으로 느껴보고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기라
수업도 하면서도 계속 제 몸을 단련하던 때였어요.
강사라면 설득력 있는 바디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다른운동도 마찬가지 겠지만
필라테스는 혼자 감각을 잡아내기가 어렵습니다.
틀어짐도 제어해야하고, 정렬이 굉장히 중요한 운동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티칭 경력이 많은 강사들도 마스터 선생님께
레슨을 받고 ‘손을 타는’ 경험을 이어가야만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게다가 필라테스, 비싸잖아요.
강사가 마스터 강사선생님을 통해 수업을 받는 건 더 비싼 돈을 들여야 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강사라는 타이틀은 그런 일이었어요.
가르치는 일 외에 상당시간 내 몸에 투자를 해야할 시간을 내야했고
사실 그건 일정상 쉽지 않죠. 그래서 요즘 저는 조금 더 솔직해졌습니다.
“매일은 못해도 꾸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강사들은 몇몇 낮은 기구로 자세를 숙여 보조를 해주어야 하고
손과 어깨를 계속 쓰게 됩니다. 횟수보단 정확성을 강조해야 하기때문에
이해를 더 돕기위해 상당히 많은 단어를 쓰기도 하구요,
그래서 시간을 따로 내서라도 운동을 하고
몸의 리듬이 깨지지 않게 관리를 꼭 해야 하죠.
현실은 강사들 또한 자세로 인한 통증을 갖고 계시는게 허다합니다.
작정하고 운동하는 시기를 지나 이젠 틈틈이 저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에 2회 이상 무너지거나 약해져 가고 있는
제 몸을 돌보고 필요한 운동을 체크하고 있어요.
본인 몸을 관리하는 것까지가 강사의 능력이다.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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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얼마 전 같은 업계 선생님을 만났어요.
“ 선생님, 요즘 연강 몇 개 하세요? ”
“저요? 최대 5개요.”
“와… 대단하다…”
요즘 저의 기준은 ‘연강’이에요.
예전엔 5-6 개씩 하던 시절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3개 이상 하지 않으려고 해요.
수업이 많아지면, 수업 후반부로 갈수록
에너지가 확실히 떨어집니다.
그러면 좋은 티칭 큐잉을 아끼게 돼요.
말을 많이 던질 수록 후반부에 수업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주고 싶어도, 제가 가지고 있는 체력이 많이 남아있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이건 위 순서의 회원들에게는 불공평한 일일지도 모르겠다고요
수익은 줄지만, 저는 장기전을 택했어요.
몸과 에너지로 수익을 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자주 받는 질문 중에 "왜 수업을 더 안하세요?"라는 질문도
받곤하는데요
그땐 이렇게 답했어요.
" 오래 하려면 장기전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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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y
“필라테스 강사들 돈 많이 벌잖아?”
이제는 정말 옛말입니다.
저는 거의 초장기에 이 일을 시작했어요.
그 시절에는 수업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원장님
눈치를 보고, 열정페이 받으며 버티던 시절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역마다 필라테스 간판이 넘쳐나고
수업을 하는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죠.
블루오션으로 넘어가던 시기
여러직종의 여성분들이 이 필드로 진입 하면서
금세 포화 상태가 되었습니다.
결국 많은 강사들이 이탈하거나 개업을 택했죠.
사업 제안이 꾀나 들어오곤 했었습니다. 예전만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저는 그 당시 '사업가'가 되고 싶진 않았어요.
이 일을 '사랑'으로 남겨두고 싶었거든요.
저는 필라테스를 가르치는 일을
정말 사랑했던 강사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사랑이 돈으로 접근되면,
가치의 색이 달라질까 봐 두려웠어요.
사업은 또다른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수업을 놓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그 사랑이, 제 가치관과 아주 깊게 연결 되어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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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onship
관계는 강사들이 아마 필드에서 고민하는
주된 카테고리 인것 같습니다 .
강사 커뮤니티에서도 늘 나오는 주제죠.
저 역시 이 일을 하며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그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나눠볼까 합니다.
1. 전이되는 상처
필라테스는 '재활목적'으로 오는 회원들이 꾀나 많아요.
몸이 불편하거나 통증이 있으신 경우죠.
그들의 고통과 예민함이나 불평이 강사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때가 있습니다.
작은 말에도 터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시기도 하구요
힘들겠지만 그분들의 성격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아프기 때문이죠.
일단 그걸 이해하는 마인드로 다가가셔야 합니다.
그건 그들이 선택한 성격이 아니에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 그들은 아프다. 그들은 지금 미안해 하고 있다. 하지만 아픔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안힘든건 아니지만 조금 덜 아픈 내가 조금 더 친절하면 된다고 다짐합니다.
불편한 몸을 나에게 믿고 맡긴 다는 건, 그들에겐 결코 쉬운일이 아니니까요.
2. 강사를 시험할 때
“예전 선생님은 이렇게 하셨는데요?”
그 한마디에 강사는 자연스럽게 시험대에 오릅니다.
신뢰가 쌓이면 괜찮아지지만,
그 전까지는 이런 말들 하나하나가 꽤 버거운 순간이 돼요.
‘아, 예전 선생님과 애착이 깊었나 보다…’
그렇게 이해하려 애써보지만,
무언가를 배우려는 자세라면
지금의 강사를 100으로 믿고 시작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그리고,
안 맞는다면 그만두는 것도 회원의 자유겠죠.
물론, 서운함이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이렇게 대답해봅니다.
" 강사를 믿고 한번 따라와 주시겠어요? "
3. 강사도 같은 성별의 여자
특히 동년배 여성분 중엔, 강사의 티칭을
'가르치려 든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어요.
'명령을 받는 것 같다'는 불편함이 생기죠.
운동은 집중의 깊이에 따라 몸의 반응도, 동작의 완성도도 달라져요.
그런 느낌을 받을 때 저는 가끔
'아, 지금 전혀 집중을 못하고 계시구나..'
싶은 순간들을 마주하곤 했습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힘이 빠지는 경우가 있죠.
함께 만들어가야 할 수업인데
이럴땐 오히려 남자 강사였다면 덜 경계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사람의 생각은 바꾸긴 어렵습니다.
이럴수록 저는 '가르친다'는 느낌을 줄이고,
작은 수행에도 반응해 드리고 친분을 쌓는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회원이 계속해서 강사 자체를 그렇게 본다면 끌고 갈 이유는 없다고 판단합니다.
4. 의지가 없는 회원
가장 어려운 경우 중 하나입니다.
운동을 하러 오신다기보다,
수다를 위한, "그냥 저 왔잖아요" 모드의
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저는 상담사가 아닌데 이런 분들과의 수업은 정말 어렵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은 아니고, 가르치고 그 안에서
에너지를 나누며 공존하길 원하는 강사라 수업의 의지를 가지신
분들과의 시간을 더 갖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 의지가 아주 작더라도요.
5. 조급함
필라테스는 운동 전후의 감각 차이가 또렷한 운동입니다. 특히 속근 운동에 갈증이 컸던 몸이라면, 제대로 자극이 들어갔을 때,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기도 하죠. 그러면 회원들의 동기부여에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드라마틱하게' 바뀌고 싶어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레슨 자체가 느린편이 아니고 속도가 좀 있고 안전한 선에서는 끌고가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빠르게 본인의 몸이 바뀌길 재촉하는 상황이 되면,
제 페이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조절하게 됩니다.
상대가 속도를 올릴수록, 오히려 저는 템포를 늦춰야 하는 순간이죠.
처음엔 목마른 땅이 물을 빠르게 흡수하는 것처럼 변화가 눈에 띄게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비옥한 땅이 되려면 그 다음부터는 꾸준히 가꾸고 채워가는 시간이 필요하죠.
너무 시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대충 이런 느낌으로 설명해 드리곤 합니다.
6. 무례함
몇몇 남자회원분들 중엔 강사들을 운동시켜주는 서비스직처럼 보는 분들이 계세요.
돈을 내면 마사지해주고, 운동시켜주고, 기분 맞춰주는 사람처럼요.
반말, 장난, 터치, 선 넘는 질문들…
이 일에 대한 회의감이 아주 컸던 시기였습니다.
“내 직업이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
라는 생각에 자존감마저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었죠.
무례한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있기 마련이지만, 그런 몇몇 사람들로 인해
정말 배우러 오는 다른 남자 회원분들까지 불편한 시선을 받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수의 행동이 전체를 규정짓는 선입견이 되지 않도록, 강사들 역시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하고,
선 넘는 행동에 대해서는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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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놓지 못한 무언가
벌써 올해가 넘어가면 13년이 되어가네요.
왜 아직 이 일을 하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 글쎄..아직 놓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어.”
그게 정확히 뭔지는 저도 잘 몰라요.
사실 필드에서 실망도 많이 하고, 좌절도 겪으며
‘해야 할 이유’는 오히려 많이 잃어버렸죠.
10년 전
“내 몸이 딱 마음에 들 때까지만 운동해야지.” 라고 말했는데,
몸은 그대로 머무는 존재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엔 이렇게 느꼈습니다.
‘이건 끝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같이 가야 할 무언가구나.’
그게 어쩌면, 제가 여전히 이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몸을 깊이 들여다보고,
내 리듬에 따라 회원의 몸이 변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체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껴요.
그 집착, 그 호기심이 결국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온 것 같아요.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1년차, 3년차, 5년차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기에
이 기록을 브런치에 남겨두려 합니다.
저는 무용전공을 위해 운동한 사람도 입시나 선수 준비를 위해
운동을 시작한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이 운동이 좋아서 *평생 이걸 가르치며 살고 싶다* 고 생각했어요.
그 마음으로 배우고, 가르치고, 현장에서 버티다 보,
끈기가 별로 없던 제가 10년 넘게 해온
유일한 일이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대단한 강사는 아니지만, 필라테스를 대하는 마음만큼 진심이자
태도만큼은 나쁘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제 직업에 대해 들여다 보는 시간이 되니
잠시 잊고 있었던 애정이 다시 차오릅니다.
지쳐있던 현장만 떠올리기보다는,
처음 이 일에 푹 빠졌던,
그 마음으로
다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