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 일주일살기 프로젝트
구름다리를 배경으로 보이는 전망은 압권이었다. 이렇게 조금만 올라도 풍광이 확 달라진다. 고생한 만큼 신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해 주나 보다.
영암에서 멀리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영암'이라는 지명은 낯설어도 '월출산'이라 하면 모두 '아~~'라는 반응을 한다. 하지만 조금 깊이 들어가면 월출산과 월악산을 헷갈리는 사람들, 들어는 봤으나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등 월출산이 가진 아름다움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사실 영암땅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월출산이다. 그냥 산이 아니라 큰 바위들이 불뚝 불뚝 솟아올라 여타 다른 산들에게서는 흉내낼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풍기는 위엄있는 산이다. 한번 보면 머리 속에 각인되어 결코 잊혀지지 않는 모습으로 말이다.
숙소로 선택한 펜션에서는 테라스에 나가면 정말 월출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우뚝 솟아있다. 우와~~라는 감탄사가 연신 나오기 마련이다. 정원으로 나오면 그 역시 월출산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 정말 어느 위치에 있든 신비롭고 멋진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 잡는다. 나만 알기에는, 일부 사람들만 즐기기에는 너무 아까운 산이 바로 월출산이다.
월출산은 1972년 전라남도 기념물로 지정되었고 해발 810.7미터로 높지는 않은 산이다. 하지만 정말 깍아지른 듯한 기암괴석이 즐비하여 정상에 오르기가 정말 힘든 산이다. 천황사, 도갑사, 무위사 등의 사찰이 월출산을 호위하고 있으며 뾰족한 암봉과 골짜기를 따라 폭포와 유적들이 산재되어 있다고 한다.
사실 월출산 등반은 완수하기 어려운 미션과도 같다. 등반이라 쓰고 암벽등반이라 생각하면 딱 맞을 듯 하다. 그 옛날 혈기왕성하고 무모했더 20대 때에도 한여름 더위와 끝없이 네 발로 올라야만 하는 알알이 박힌 암석들로 인해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럽게 천황봉에 올랐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이번에는 딱 천황사에서 시작해서 구름다리를 건너 다시 천황사 방향으로 내려오는 짧은 코스를 선택했다. 월출산 국립공원 입구에 주차하고 천황사로 향한다.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기 직전 'I LOVE 월출산'이라는 인증샷 찍기 좋은 곳이 있었다. 인증샷은 참을 수 없지~~~ 사실 천황사까지 가는 길로 만만치는 않다. 대부분의 절들이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을 가지고 있으나 천황사는 어림도 없다. 아마 노스님들도 다 걸어서 올라가야 할 듯. 하지만 천황사까지는 가까우니 걱정 안해도 될 듯하다.
천황사 사진
천황사에 도착하니 험상궂게 생긴 큰 개 세마리에 환영의 의미로 막 짖어댄다. 살짝 무섭기도 했지만 천황사 위로 보이는 암봉들이 단숨에 눈길을 끌어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천황사는 월출산 사자봉아래 자리잡고 있으며 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창건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건물로는 인법당과 칠성각이 있으며 단촐한 모습이지만 가파른 산세에 지어진 아름다운 절이다. 천황사부터 구름다리까지는 한치의 평지도 허락하지 않는 가파른 돌길이다. 가끔씩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하여 올라야만 하는 거친 길. 자칫 발목이라도 삘까봐 걱정이었다. 정말 월출산은 높지는 않은데 호되게 사람을 단련시키는 그런 산이다. 하지만 보기드물게 멋진 풍경을 보고자 한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할 듯.
잠시의 고통을 참고 인내하여 한 시간여 오르게되면 드디어 그 유명한 구름다리를 만나게 된다. 구름다리에 다다르면 풍경 구경은 잠시 멈추고 빠르게 줄을 서야 한다. 구름다리를 배경으로 기암괴석의 월출산에 내가 왔다는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서 말이다.
구름다리를 배경으로 보이는 전망은 압권이었다. 이렇게 조금만 올라도 풍광이 확 달라진다니.... 아래쪽에서 작게 보였던 기암괴석들이 마치 코 앞에 있는 듯 위압적으로 다가왔다. 월출산이 아름다운 이유는 기암괴석이 나무들과 더불어 끈끈하게 어우러진 모습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욕 나올 정도로 고생하며 올라왔던 시간들이 눈 녹듯 사라지고 오롯이 장엄하고 멋진 모습에 스며들게 된다.
아, 이래서 월출산, 월출산 하는구나!!
하지만 감탄의 순간, 감상의 순간은 짧다. 다시 천황사로 내려가야 할 시간.
구름다리를 건너면 갈림길이다. 정상 천황봉을 목표로 이제까지 보다 더 가파른 돌길을 오르는 사람들과 이제 한시름 놓으며 하산을 하는 사람들로 갈리게 된다. 올라가는 사람들은 더 드라마틱하게 장엄한 풍경을 또 만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하산을 해도 많이 아쉽지는 않다. 정상에 오르는 큰 고통은 한번으로 충분하기 때문... ㅎㅎ
하지만 하산이라 다행이다....라고 성급히 생각을 한다면 오산이다. 여기서부터 천황사까지 역시 한 치의 빈틈도, 해이해짐도 허락하지 않는 가파른 계단의 연속이다. 풍경을 두리번거리는 여유따위는 존재하지도 않고 오로지 계단에 집중하며 무사히 내려가기만 바랄 뿐이다. 가끔씩 이길로 올라오는 등산객을 보면 '그래도 내려가서 다행이야!'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계단을 정신없이 내려오다 보면 어느덧 다시 천황사 입구다. 늘 그렇듯 짧지만 강렬했던 산행을 마치면 뿌듯함이 밀려들어 온다. 아마도 이 맛에 산에 올라가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 영암을 방문하게 된다면 정말 짧게라도 월출산의 아름다움을 직접 맛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밑에서 바라보는 월출산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아우라를 보여주지만, 잠깐이라도 오르고 나면 월출산의 진면목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되어 결코 영원히 잊혀질 수 없는 추억을 만들게 된다.
월출산, 네가 있어 영암이 더 빛이 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