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 일주일살기 프로젝트
영암을 여행하며 가장 기대했던 것은 '자연과 힐링'이었다.
월출산을 품은 아름다운 땅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오월의 '영암'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에 대해 큰 기대를 품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영암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당연히 지천에 흐드러졌고, 예상외로 박물관, 미술관, 한옥 등 문화적인 인프라가 정말 탄탄하다는 것이다. 특히 겉으로만 번드르르한 것이 아니라 속까지 알알이 꽉 찬 내실있는 곳이 바로 '영암'이다.
그 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로라고 한다면 단연코 영암 군립 하정웅 미술관을 추천하고 싶다.
한옥 마을을 구경할 겸 들린 구림마을에서 하정웅 미술관을 만났다. 기와 지붕을 얹은 세련된 건축물과 더불어 야외 조각상까지 갖춘 작지만 단아한 아름다움을 가진 미술관이다.
영암 군립 하정웅 미술관은 동강 하정웅의 미술 문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건립한 미술관으로, 영암군 홍보 대사이자 재일교포인 동강 하정웅이 평생 수집한 미술 작품 4,572점을 기증한 것을 계기로 설립되었다고 한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전시실에 걸려있는 그림의 색채가 눈에 들어왔다. 파란색의 유화물감이 이상하리만치 강렬하다. 하정웅 미술관은 현재 김준권님의 ‘백두대간에 스미다’ 전시가 한창이다. 2024년 3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예정되어 있다.
김준권 작가는 전남 영암군 출생으로 40여년간 나무로 작업을 해 온 우리나라 대표 목판 작가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백두대간을 탐사하고 사생으로 기록한 최근 작품들을 중심으로 우리 국토가 지닌 정서와 얼, 그리고 우리 삶의 근원으로서의 자연에 대해 사유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멀리서부터 눈길을 받은 작품은 ‘GRAND BLUE 가파도 보리밭’이라는 작품이다. 보리밭이지만 파란색으로 강렬하게 채색되어 있다. ‘지리산’, ‘섬진’ 등 아름다운 우리 산하를 원근법과 명암법을 이용하여 다양한 색채로 아름답게 풀어냈으며 단순해 보이지만 깊고 복잡한 내면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작품들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중하게 생각하며 감상하게 만들었다. 영암의 아름다움을 한 장면으로 표현한 ‘달 뜨는 월출산’도 사진으로만 접했던 장면을 판화 작품으로 접하니 더욱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특히 '판화' 작품 전시라는 점이 새로웠다.
1층 관람을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가니 조덕현 작가의 '수집, 혹은 기억 MEMORABILIA' 설치 작업이 있었다. 이 작품은 동강 하정웅 선생님의 생애를 압축한 현대미술 설치 작업이라고 한다. 이 작품을 즐기는 과정은 너무도 재미있다. 거울에 각인되어 무한하게 반복되는 수천 명의 이름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하정웅 선생님과 인연이 있었던 이름들이라고 한다. 사진을 찍다보니 나 자신도 각인된 이름과 함께 앞뒤로 무한 반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엄청 재미있게 작품을 즐기게 되었다.
거울 속에서 무한 반복되는 모습이 신기하여 사진도 많이 찍고 동영상도 찍고 하며 즐겁게 작품감상에 참여했다. 동영상을 찍으면 마치 아이돌이 군무를 추는 듯 일사분란한 동작들이 이어져 신기하다. 자꾸 보게되는 재미있는 사진들도 대량 찍게 되어 두 번이나 발걸음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하정웅 미술관은 1층에 전시실이 두개 2층에 설치미술이 하나, 이렇게 있어 피곤하지 않고 적당한 시간에 작품 감상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정웅 미술관 바로 건너편에는 하정웅 미술관 창작 교육관이 자리를 잡고 있고 거기에서도 역시 전시가 진행 중에 있었다.
차일만, 색채여행 전시는 동강 하정웅 컬렉션 중 차일만의 작품을 선별하여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망하고 하정울 컬렉션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자리라고 한다.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난 차일만 작가는 고즈넉한 농촌풍경과 해변을 보며 화가의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편안하고 힐링되는 작품 감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곳 하정웅 미술관 창작 교육관에서는 하정웅 컬렉션 전시 뿐 만아니라 다양한 미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 중에 있었다.
이곳 하정웅 미술관과 창작교육관은 정원 또한 끝내주게 아름답다. 일단 월출산이 조망되며 꺠끗하게 잘 정비되어 가꾸어진 꽃과 잔디, 파라솔에 벤치까지 있어 예쁜 카페 부럽지 않다.
미술 작품 감상, 야외 조각상들 등 생각지도 못했던 다채로운 콘텐츠에 '영암'이라는 곳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영암에 오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