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반달살기
세상 어디서든 해가 지는 것은 언제나그렇듯 늘 아름답다.
태양은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겠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지는 해가 토해내는 빛에 물든 주변 풍경에 동화되어 항상 새로운 감동을 받는다.
사천의 실안낙조는 삼천포 대교 다음으로 사천에서 꼭 보아야 할 제2경에 자리를 잡고 있다.
명품 일몰을 보기 위해서는 삼천포 대교 인근 삼천포 대교 공원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실안낙조 노을 전망대'라고 하는 바다 위에 만든 산책길을 거닐면 된다.
해안 산책길도 멋진데 아예 바다위로 마치 다리처럼 산책길이 놓여 있었다!
연일 폭염으로 기승을 부리지만 바닷가라 그런지 바람도 솔솔 불고 산책이 즐거울 만큼 쾌적하다.
사천 실안낙조는 가히 명품 일몰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멋졌다.
눈 앞에 펼쳐진 바다와 그 위에 점점이 박혀 있는 섬들이 있어 해가 스러져가는 모습이 외롭지 않다.
그냥 서서 일몰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하며 해를 배웅할 수 있어 특별하다.
바다 위를 걷는 느낌도 좋고.
해가 천천히 떨어지기를 바라지만 이상하게 일몰 직전에는 더 빨리 움직이는 듯 하다.
빠알간 해의 움직임이 실시간을 느껴지는 곳이다.
노을 전망길을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넓은 원형 광장안에 여의주를 서로 가지려고 싸우는 용 두마리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삼천포 바다에 살고 있던 용 두마리가 하늘로 올라기지 못하다가 숨겨져 있던 여의주를 발견하고 서로 싸우며 여의주를 가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용의 여의주 부분에 해가 딱 위치하기를 바랬지만....해가 살짝 옆으로 비켜간다. 아쉽다. 내가 각도를 잘 못잡은 건가....ㅜㅜ
용 조형물 뒤로 죽방렴이 보이는데 죽방렴이란 바닷물의 흐름이 활발한 연안에 대나무를 주재료로 벽을 세워 고기를 잡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어업 방식이다.사천 앞바다에는 저렇게 죽방렴을 쉽게 볼 수 있다. 선사시대부터 사용되어 왔으며 조선 말기까지 매우 활발히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죽방렴은 주로 멸치를 잡는데 이용되었는데 그물로 잡는 멸치에 비해 신선도가 높고 상처가 적어 이곳에서 잡히는 멸치를 '죽방멸치'라고 부른다. 죽방멸치는 비싸고 맛있는 멸치인줄 알았는데 잡는 방식이 다른 줄은 몰랐다. 삼천포 수산시장에서도 죽방멸치가 있었는데 역시 다른 멸치보다 비쌌다. 시식해보니 짜지 않고 맛있다.
노을 전망길을 그리 길지는 않다. 하지만 끝나는 지점에서 바로 도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무지개 해안도로 쪽으로 산책을 이어갈 수 있다. 좀 더 시원한 바람과 산책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한참을 가다보면 이렇게 이쁘게 조명을 해 놓은 곳이 있었다. 조명의 색깔이 계속 바뀐다.
비가 한 두 방울 뿌리니 조명이 꺼졌는데 우리가 있는 것을 보고 관리하시는 분이 다시 켜 주셨다.
사천에 있는 동안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일몰을 보러 시간에 맞춰 오픈런 했다.
단 하루도 같은 장면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모습을 선사해주는 아름다운 일몰.
세상 어디든 다 아름답겠지만 이곳에서의 일몰은 잊기 힘들 것 같다.
바닷 바람을 맞으며, 바다 위를 걸으며, 지는 해를 바라본다는 것은 인생의 특별한 순간에만 허락되는 선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