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일주일살기
서산에는 서산 9경이 있다. 그 중의 제 8경이 바로 서산 한우목장이다.
서산 한우목장은 충남 서산시 운산면 태봉리와 용현리 일원에 위치하고 있는데....서산 한우목장을 가기 전부터 예사롭지 않은 풍경이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뭐랄까. 아주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이라고 말하면 좋을까. 어찌보면 그저 시골풍경일 수도 있는데, 그 시골 풍경 속에서 왠지 모를 서정적이고, 따뜻하며, 아늑한 느낌이 몰려 온다.
그 드라이브 길이 참 맘에 들었다.
풍경의 서사에 자꾸 젖어들면 서산 한우목장으로 들어가는 길을 놓칠 수도 있다. 그러니 조심할 것!
마침 여행한 날이 평일이라서 그런지 주차장에도 빈자리가 많았고 갓길에도 세울 수가 있었다.
차를 세우고 보니 '와 진짜 스위스 갔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적당한 구릉지대에 연두연두한 풀들이 깔려 있어서 대관령 양떼 목장이나 스위스 초원지대가 생각나게 한다.
서산 한우목장은 NH농협은행 한우개량사업소가 관리하는 곳으로, 1969년 서산 운산면 원벌리와 용현리의 약 21.06㎢ 거대한 산지를 개발하여 조성되었다고 한다. 목장에는 한우 약 3천두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장관이 연출된다는 데 내가 방문한 날은 한마리도 보이지 않다고 다 둘러보고 이곳을 떠나는데 능선위에 한우들이 엄청나게 나타나서 풀을 뜯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푸르른 초지에 움직이고 있는 소들을 보니 심장이 쿵쿵 뛴다. 역시 아름다운 풍경에는 사람도 있고 동물도 있어야 하나보다.
새로운 웰빙 산책로 (2024년 개장)
가장 최근의 중요한 변화로, 2024년 12월 19일 서산시가 56억 원을 투입하여 '서산 한우목장 웰빙 산책로'를 조성해 개방했다. 이 산책로는 초원 위에 2.1㎞ 규모의 데크길과 정상부에 전망 공간을 갖췄으며, 차량 112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마련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주차장도 진짜 크고 광활하다. 연중무휴에 입장료도 없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웰빙 산책로는 일출부터 일몰까지 개방되며 기상 상황에 따라 운영 시간이 변경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가축 전염병 확산 예방을 위한 개인·차량 소독시설도 갖춰져 있다.
웰빙산책로라 불리우는 데크길을 정말이지 걷기에 그만이다. 힘들지 않은 경사도에 시원한 바람.
아, 이번 여행에는 날씨운이 따라주질 않았다. 팔봉산에서도 바람이 그리 불더니 이곳 서산목장에서도 눈부시게 빛나던 햇살이 어느새 사라지고 구름이 몰려들었다. ㅜㅜ
그나마 비가 쏟아지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산 한우목장의 초록은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는 것!
그런데 이 조용하고 고즈넉한 풍경에 생기를 심하게 불어넣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어디선가 체험학습을 나온 초등학생들~~~어찌나 재잘대고 말이 많던지!
저 학생들보다 먼저 전망대에 올라야겠다는 목표가 생겨 진짜 단숨에 전망대에 도착했다.
잠시 평화로움과 더불어 전망대에서의 풍경을 즐긴다. 그리고 곧 마주하게 되는 우렁찬 아이들^^
새로 만든 전망대는 진짜 넓고 깨끗하다. 초등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사진사님이 멋진 장면을 연출하려 동분서주하신다. 바로 이때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비.
후..두...둑.
헉, 너무 놀라 어떻게 해야 할까 싶었다. 우산도 없이 올라왔는데...경험상 이런 비는 금방 소나기로 변하는데....ㅜㅜ 전망대에서 단숨에 밑까지 달려내려왔다. 비를 맞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이곳은 벚꽃이 필 무렵 참 아름답다고 한다. 누구나 카메라를 들어 담고 싶게 만들 만큼 목장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다음 번에는 벚꽃이 만발할 때 한번 와보고 싶다.
참, 후두둑 떨어졌던 빗방울은 끝내 자신의 길을 접고 다시 하늘로 돌아가 버렸다.
차를 타고 도망치듯 나오는데 다시 햇님이 얼굴을 내미는 건 무슨 일인지?!
그저 빗방울이 무서워 후다닥 끝난 여행이었지만 연두빛 초원은 아직도 머리 속에 선명하다.
맘 복잡할 때 찾아가서 그저 걸으면 모든게 해결될 듯한 그 길.
여행을 할 때 내가 가장 제일로 생각하는 것은 시장구경이다.
각 지방마다 특색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각 계절별 시장에 나오는 물건들이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다.
봄이 무르익다 못해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어떤 먹거리들이 펼쳐져 있을까 궁금해 하며 서산 동부전통시장을 향했다.
주차장은 공영주차장이 바로 시장 앞에 있어 편하다.
1956년에 '동부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장한 서산동부전통시장은 2011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어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충남 서북부 권역에서는 최대 규모이자 서산을 대표하는 시장이기도 하다는데 과연 도착을 해보니 규모가 아주 크다.
이른 시간은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아침시간이다. 원래 시장은 아침에 가는 것이 참 꺼려지는데 이날은 일정상 어쩔 수 없이 아침에 방문을 하게 되었다.
시장을 아침에 가기 꺼려지는 이유, 마수걸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이게 뭔지, 그리고 얼마인지, 너무 궁금한데 물어볼 수가 없다.
혹시라고 물어보기라도 하면 대답은 해 주는데 안사고 가려고 하면 금세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아침에 물어보고 안사고 가면 어쩌냐며 화를 내기도 하고, 마치 내 돈 내놓으라는 듯이 강요하는 분도 만나보았다.
마수걸이라는 것이 있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도시에서는 아침에 뭘 사러가서 물어만 보고 가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지방의 전통시장들은 확실히 달랐다. 마수걸이를 유념해야 한다는 것!
마수걸이는 상인이 맨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 또는 거기서 얻는 이익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이 용어는 상인들이 하루의 장사 운을 점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첫 거래가 그날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데서 유래를 했다. 첫 손님이 여성인 경우 지나치게 값을 흥정하려고 하거나, 외상 손님이거나, 상품을 만지작거리다 사지 않고 돌아가면 그날 장사가 안될 것이라 여겼다는 것. 반면, 임산부나 상주가 첫 손님이면 장사가 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혹시 물어만보고 그냥 가거나, 물건을 만지작 거리다 그냥 가면 그 누군가의 하루의 운을 망쳐놓는 것이 되어 버린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에서는 마수걸이를 믿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서산은 마늘로도 유명해서 인지 오월의 시장에는 마늘쫑이 많이 보였다. 엄청나게 큰 다발로 묶여있는 마늘쫑을 보니 과연 얼마일까? 너무 궁금했으나 확실히 구입을 해야 할지 결심이 서질 않아 물어보지 못했다.
마수걸이의 마법~~ ㅎㅎ
팔봉산 갈때 본 감자밭이 생각나서 보니, 서산 감자라고 쓰여진 감자들이 있었다. 눈으로 째려보며 이따 나올때 조금이라도 사야지 싶었다.
시장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것은 생선이다. 서산이라는 곳이 바다와 면해 있어 예부터 질 좋은 소금과 생선이 풍부했다고 한다. 당장 다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생선들, 이름이 궁금한 생선들이 즐비했다.
마수걸이 때문에 입을 봉하고 있으려니 어찌나 답답한지....
마수걸이로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입을 꾹 다물었으나 궁금한 것이 많다. 이쪽 저쪽 아주머니, 아저씨 얼굴을 보니 괜히 물어보았다가 안사면 혼날 것 같았는데, 한 곳의 할머니는 너무 인자해 보이셨다.
그래서 슬쩍 이 생선은 무엇인지 여쭈어보았는데 우럭이라고 하셨다. 말린 건데 국을 끓이면 아주 맛있다고...그냥 갈까 싶기도 해서 돌아서려는데 한번 사다 먹어보라며 묻지도 않았는데 가격도 알려주셨다. 그리고 자연산과 양식이 있는데 자연산을 사라고~~~이 할머니는 이것저것 물어봐도 괜찮을거 같아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다 물어봤는데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우럭과 조기는 할머니가 직접 손질해서 말린 거라 하셨다. 조기는 사이즈가 작았는데도 내장까지 깨끗하게 손질이 되어 있었다.
전통시장에는 마수걸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덤'과 '에누리'도 있다는 것!
우럭 말린 것은 자연산으로 사고 조기도 샀다. 할머니는 너무도 고마워하시면 가격을 깍아주신다. 오호~~!
더군다나 나중에 생선을 넣을 때는 다른 말린 생선까지 '덤'으로 넣어주셨다. 생각보다 '덤'을 많이 주셔서 살짝 죄송한 기분이 들었는데 더운 날씨에 상하지 말라고 얼음도 듬뿍 넣어주시는 센스~~^^
할머니가 알려주신 레시피는 우럭 말린 것을 넣고 우럭국을 끓이는 건데, 우럭을 끓이다 간을 하고 파, 마늘, 청양고추만 조금 넣고 끓이는 간단한 레시피다. 집에 와서 해보니 국물맛이 너무 좋다!! 가운데 통통한 부분은 찜기에 올려 쪄서 먹고 머리를 포함한 꼬리쪽 등을 국을 끓여 보았다. 찜도 담백하고 맛나다.
다음에 서산에 또 여행오게 되면 무조건 이 할머니에게 생선을 구입해야겠다!
나오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 있었다. 김을 파는 곳이었는데 유명한 집인지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줄지어 김을 구입하고 있었다. 가장 많이 사는 것은 구운김.
나도 구경을 하다 구운 감태와 구운 돌김을 사왔는데....집에 와서 먹어보니 여태껏 사먹었던 그 어느 감태김보다 맛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많이 살걸 그랬다는 후회가....맛집인가 보다.
양손에 넘칠 듯이 사고 나오는데 입구에서 감자가 다시 보였다. 서산 감자 꼭 먹어봐야지 싶어 감자를 사고 몇가지 야채를 조금씩 샀는데 이곳 할머니도 고맙다며 덤을 많이 주셨다.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을 하시던지...
참, 감자 정말 맛있다. 강원도 감자가 최고인줄 알았는데 숨은 강자가 나타났네~~~
서산 동부전통시장에는 마수걸이의 부담보다는 '덤'이 넘치는 정이 많았다. 요새는 웬만하면 '덤'을 많이 주지는 않는데 이곳은 아직도 이런 인심이 살아있는 거 같았다.
저한테 아침부터 친절하게 대해주신 할머니 사장님들, 감사드립니다!!
서산에 오신다면 서산 동부전통시장 꼭! 들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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