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지리산 뱀사골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늦은 점심을 간신히 먹고 지리산 뱀사골 계곡을 산책하며 계곡을 즐기고자 길을 나섰습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00산악회' 라도 쓰여진 대형버스들도 보였고, 개별여행자도 꽤 많았습니다.
전날 내린 폭우에도 아랑곳없이 예상외로 활기찬 분위기라 덩달아 기분이 더 좋았졌어요.
정말 정말 오래간만에 찾은 뱀사골,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뱀사골은 입구에서부터 데크길이 깔려 있어 걷기에 너무 좋았고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서 더 그런지 엄청난 데시벨의 게곡 물 소리를 들으며 한창 경쾌하게 데크 길을 걸었습니다. 때는 이미 오후라
늦은 오후라 그런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었고 이제 막 트레킹을 시작하는 사람은 몇 안되더라구요.
어느 순간 사람들이 좀 드물어졌는데.....그때였어요!
굽어진 길에서 갑자기 걸어나오던 두 분의 등산객이 눈 앞에 확 들어왔습니다.
나이가 많아 보이시는 어르신들이신데....남자분이 여자분을 뒤에서 끌어안고 웃으며 여자분 가슴을....;;
여자분의 빨간 등산복 위로 손이 많이 움직였기때문에 도저히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어찌나 놀랐는지 제가 다 주변을 살폈네요.
이게 무슨 일인가요??
등산 문화가 바뀐 것인지, 아니면 제가 백 만년만에 한번 있는 일 정도를 목격한 것인지....?
이후로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썸'과 '밀당'인 듯 여겨지는 스킨십들이 간혹 느껴졌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족단위 여행객들도 있고 아이들도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는 좀 아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불금에 먹자골목이나 유흥상점들이 많은 곳에 간 것도 아니고, 민족의 명산 지리산에서 이러한 시선을 어디 둬야할지 모를 장면들을 목격하고 나니 기분이 씁쓸했습니다.
산에서 서로 만나면 모르는 사람끼리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던 문화는 지금 다 사라진걸까요?
아니면 제가 운이 없었던 걸까요?
그도 아니라면 제가 너무 꼰대인걸까요?
연두에서 초록으로 변해가는 나뭇잎들과 그 밑을 흐르는 뱀사골의 기운 찬 계곡물들만 속절없이 우렁차고 아름다웠습니다.
산에서는 아름다운 자연과 맑은 공기와 더불어 서로를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는 등산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