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리산 뱀사골에서 이래도 되는걸까요?

by 별나라

지난 일요일 지리산 뱀사골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늦은 점심을 간신히 먹고 지리산 뱀사골 계곡을 산책하며 계곡을 즐기고자 길을 나섰습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00산악회' 라도 쓰여진 대형버스들도 보였고, 개별여행자도 꽤 많았습니다.

전날 내린 폭우에도 아랑곳없이 예상외로 활기찬 분위기라 덩달아 기분이 더 좋았졌어요.


정말 정말 오래간만에 찾은 뱀사골,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뱀사골은 입구에서부터 데크길이 깔려 있어 걷기에 너무 좋았고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서 더 그런지 엄청난 데시벨의 게곡 물 소리를 들으며 한창 경쾌하게 데크 길을 걸었습니다. 때는 이미 오후라

늦은 오후라 그런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었고 이제 막 트레킹을 시작하는 사람은 몇 안되더라구요.

어느 순간 사람들이 좀 드물어졌는데.....그때였어요!

굽어진 길에서 갑자기 걸어나오던 두 분의 등산객이 눈 앞에 확 들어왔습니다.

나이가 많아 보이시는 어르신들이신데....남자분이 여자분을 뒤에서 끌어안고 웃으며 여자분 가슴을....;;

여자분의 빨간 등산복 위로 손이 많이 움직였기때문에 도저히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어찌나 놀랐는지 제가 다 주변을 살폈네요.

이게 무슨 일인가요??

등산 문화가 바뀐 것인지, 아니면 제가 백 만년만에 한번 있는 일 정도를 목격한 것인지....?

이후로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썸'과 '밀당'인 듯 여겨지는 스킨십들이 간혹 느껴졌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족단위 여행객들도 있고 아이들도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는 좀 아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불금에 먹자골목이나 유흥상점들이 많은 곳에 간 것도 아니고, 민족의 명산 지리산에서 이러한 시선을 어디 둬야할지 모를 장면들을 목격하고 나니 기분이 씁쓸했습니다.


산에서 서로 만나면 모르는 사람끼리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던 문화는 지금 다 사라진걸까요?

아니면 제가 운이 없었던 걸까요?

그도 아니라면 제가 너무 꼰대인걸까요?


연두에서 초록으로 변해가는 나뭇잎들과 그 밑을 흐르는 뱀사골의 기운 찬 계곡물들만 속절없이 우렁차고 아름다웠습니다.

산에서는 아름다운 자연과 맑은 공기와 더불어 서로를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는 등산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