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일주일살기
지리산 칠선계곡에는 평소 쉽게 듣지 못했던 사찰이 있었다.
그 이름은 '서암정사'
서암정사는 현대에 건립된 특별한 사찰로 독특한 유래와 역사를 갖고 있는데, 원래 대한불교 조계종 제12교구 본사 해인사 말사인 벽송사에 부속된 조그만 암자였다고 한다. 벽송사는 서암정사에서 600미터 가량 떨어져 있는 사찰이다. 사실 바로 인근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거리다.
서암정사를 보기 위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빨갛게 익은 보리수 나무가 여행객을 반긴다.
서암정사는 6.25 전쟁으로 황폐해진 벽송사를 재건한 원응스님이 10여 년 간에 걸쳐 완성했는데, 처음에는 6·25전쟁 때 지리산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을 위한 불사를 하였다고 전해진다.
서암정사가 위치한 곳은 우리나라 3대 계곡 중 하나인 아름답고 웅장하기로 유명한 지리산 칠선계곡의 초입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지리산의 웅장한 산세와 수려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덤으로 가지고 있다.
사찰 입구에 불교 진리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대방광문이 있고 바위에 조각된 사천왕 상을 지나 도량 안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다. 다른 사찰들은 사천왕상이 나무로 되어 있는데 이곳은 바위 암반에 조각되어 있어 더 강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서암정사의 대웅전은 전통 신라·고려 시대의 단청 기법을 재현한 화려한 금단청 장식을 적용해 법당의 위엄과 경건함을 돋보이게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찰의 대웅전과는 색감이 다르다. 또한 팔상도·영산회상도·지장보살도 등의 불화가 외벽과 내부에 장식되어 있어 이 또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대웅전 내부에는 금동빛 피부의 석가여래 불상을 만날 수 있다.
대웅전 바로 앞으로는 탁 트인 전망이 있고 그 전망 다음에는 역시 높은 지리산 자락이 앞을 막고 있는 모양새인데 마음이 평화로와지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서암정사의 종루는 칠선계곡을 바라보는 경치 좋은 지점에 자리하며 개방형 누각 구조로 사방이 트여 있어 사찰 경내와 계곡 풍광을 두루 조망할 수 있다. 자연과의 어울림이 정말 좋다. 서암정사 전망 맛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곳.
서암정사가 유명해진 것은 석굴법당때문이다. 석굴법당은 심산유곡의 승지를 찾아 정처없이 노닐던 수행자 원응스님이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다 비극의 자취가 널려 있는 것을 마주하게 되었고 비참하게 죽어간 원혼들을 달래고 남북 화해와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수행지로 삼기 위해 사찰을 본격 조성하기로 하셨다고 한다.
1975년 터 닦기를 시작했고, 1989년 6월부터 조각이 본격 시작되어 2001년 완성되었는데 한 젊은 석공은 33세부터 44세가 될 때까지 약 11년 간 이 조각 불사에 헌신했으며, 그간의 노고와 수행의 정성을 통해 굴법당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석굴법당 내부는 촬영금지인데 입구에 앉아계시는 보살님의 허락으로 사진촬영 허락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이 나오면 안된다고 하시며.....조심히 찍으라 하셨다. 사진은 여행기에 사용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석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석굴법당 내부는 정말 엄청났다. 바위를 직접 조각해 만든 구조로, 인공이 아닌 자연석 자체를 깎아기며 구현했다. 한 점의 조각이 아닌, 바위 전체를 법당으로 변모시켰다. 내부 벽면 전체에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문수보살 등 수많은 불보살상 등이 양각으로 촘촘히 그리고 빼곡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이 모든 조각이 한 장인이 만들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정교함이다.
바위 벽면에 새겨진 불상들이 은은한 촛불빛에 살아 숨 쉬는 듯 보였다. 각각의 조각상들은 모두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것은 자비로웠고, 어떤 것은 엄숙했으며, 또 어떤 것은 깊은 명상에 잠겨 있는듯 보연다.
특히 본존불의 미소가 자애로왔는데, 그 미소 속에는 천년의 세월과 무수한 기도가 담겨 있는 듯했다. 돌이라는 차가운 재료로 만들어졌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색감과 온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지리산 깊은 곳에 이런 곳이 숨어 있었다니 정말 깜짝 놀랄 정도다. 굴 내부 공간 전체가 하나의 이상 세계, 즉 아미타 극락세계로 시각화되어 있다고 하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내면 깊은 곳의 평온을 마주하도록 하는 의식적 설계를 보여준다고 한다.
석굴법당을 나오고 나니 바깥 세상이 더 환하고 초록으로 보였다. 정말 잘 꾸며진 연못과 초여름에 피어나는 꽃들이 어우러져 마치 사찰이 아니라 멋진 정원에 있는 듯 느껴진다. 마냥 한가로이 머물고 싶은 풍경이다.
아름다운 우리 땅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반도에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서암정사의 아름답고 진정성 있는 모습이 잘 유지되기를 바래본다. 지리산에 자리잡은 잘 꾸며진 정원 같은 곳, 그 속에 숨겨진 보물창고, 석굴법당은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이 되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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