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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나라 Dec 30. 2018

여행 다녔던 돈을 다 모았더라면...

여행 중증 중독자의 발칙한 상상



아직 이번 겨울여행을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벌써 올 여름에 떠날 여행 생각에 가슴이 콩당거린다.

이곳저곳 돈 쓸 곳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지만 비행기표를 결제하면 그렇게도 마음이 시원하다. 

엄청 많은 나라들을 쑤시고 다녔지만 아직도 성이 풀리지 않는다.

그냥 다 집어치우고 여행이나 다녔으면 좋겠다.....

그렇다. 내가 내 자신을 진단해보면 이제는 절대 돌이킬수 없는 여행 중증 중독자가 된것이 확실해보인다.


'해외여행'이라는 것을 처음 떠나는 전날 밤.

왠지모를 불안감과 두려움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새로운 곳을 만난다는 설렘이나 떨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자고 나면 이 모든게 꿈이었으면 좋겠어...라는 어이없는 상상을 했었던 일이 기억난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여행은 꼬리에 꼬리를 물듯 이어져 갔고

한 나라, 두 나라 차곡차곡 쌓여서 이제는 아마도 한 트럭은 되지 않았을까.


인도를 여행했을 때의 일이다.

귀찮게 계속 따라다니는 동네 꼬마가 계속 나에게 물었다.

"너 부자지?"

"너 돈 많지?"

난 부자도 아니고 돈도 많지 않다고 했다. 

"너 어느나라에서 왔어?"

한국에서 왔다고 했다. 네가 알런지 모르겠지만.

"음...부자네...그것도 아주 많이."

더이상 대답하기 귀찮았지만, 난 부자가 아니라고 다시 말해주었다.

"넌 한국에서 여기로 비행기를 타고 왔어. 그리고 델리에서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여기로 왔겠지."

그건 네 말이 맞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럼 넌 부자가 맞잖아. 비행기랑 기차를 탈수 있다는건 네가 매우 부자라는 뜻이거든."

다소 황당하지만 틀리지도 않은 말에 살짝 당황하였다. 

"난 한 평생 이곳에 살아도 결코 비행기를 탈 수 없을거야. 그래서 난 부자가 아니야."

잠시 내가 부자일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말인데....부자인 네가 나에게 조금 나누어주면 어떨까?"

본심이 들어나는 말이었다. 그제서야 내가 말했다.

"너에게 내가 아주 조금 나누어줄 수는 있어. 하지만 확실히 하자. 난 부자는 아니야."

그러자 그 꼬맹이는 한심하는듯....말했다.

"고마워. 하지만 꼭 기억해. 비행기를 탈수 있는 넌 부자야!"


항상 비행기를 탈때마다 생각나는 꼬맹이의 말이다.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난 부자.

한번도 부자가 아니었고 부자라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비행기를 탈 때는 음...비행기를 타니 난 부자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난 몇 번이나 비행기를 탔을까?

내가 여행다녔던 돈을 다 모았더라면 얼마나 되었을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혹시 내가 지금 부자는 아니지만 여행을 안 다녔더라면 진짜 부자가 되지는 않았을까...?

배낭을 메고 초절약 모드로 여행했던 시기의 돈을 모두 모았더라면

아마 집안 인테리어를 아주 멋지게 바꿀 수 있는 충분한 돈일지도 모른다. 

가구도 가전도 모두 새것으로.

어쩌면 더 좋은 지역에 더 멋진 집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북유럽, 미국, 캐나다, 알래스카 여행 등 꽤나 돈이 들어가는 곳의 여행비를 모았더라면 

새 차 한대를 뽑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것도 사람들이 부러움의 눈길을 살짝이라도 줄수 있는 외제차로 말이다. 

가까운 휴양지로 떠난 짧은 여행들도 만약 가지 않았더라면

더 이쁘고 간지 줄줄 나는 옷, 

누가봐도 한 눈에 마음을 사로잡는 이쁜 가방(bag)들로 바뀌어 있지 않았을까.

아니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행 다녔던 돈을 다 모았더라면....아마도 텅장이 아닌 제대로 된 알찬 통장이 되어있었을것이고 

한 오천...아니 1억(어차피 상상인걸 크게 불러본다)....혹시라도 1억 오천(설마...)쯤 들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헉....꽤 많은 돈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늙어서 돈은 있어야 한다며 자식은 없어도 돈은 있어야 된단다.

사람들은 또 말한다. 늙을수록 돈 만한 것이 없다며 젊어서 부지런히 모아야 늙어서 고생을 안한단다.

인생의 마지막에 써야 할 돈을 나는 여행에 쏟아부은 것인가.

여행을 다니지 않았더라면 나의 인생의 마지막 시기는 더욱 더 풍요로울수 있는가.

아직 여행에 돈을 다 쏟아부은 것도 아니고(아직 가야할 곳이 너무 많다...)

아직 인생의 마지막 시기도 아니어서(도대체 언제부터 마지막 시기인지...) 

혹자는 말한다.

여행은 돈으로 경험을 사는 숭고한 행위라고.

하지만 그것도 사실 매우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내 앞에 펼쳐진 길.

그 길을 따라가며 앞으로 가게 될 여행지를 상상하는 것은 즐겁고 흥분되는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켠에선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만약 내 심장을 뛰게 했던 그 여행지들을 가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그 돈을 다 모았더라면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상상하는 것도 꽤나 쏠쏠히 재미난 일임에 틀림없다.

어차피 둘다 여행 중증 중독자의 발칙한 상상이긴 마찬가지이기 떄문이다.


요새 난 발칙한 상상의 이상한 매력에 중독되었다.

이번 여름엔 유럽여행을 다녀와야겠어. 알프스도 보고 클림프도 보고 싶네! 로맨틱 가도도 달리고 싶고.

흠...삼백쯤 써야할거 같아ㅜㅜ

여행을 안가면 이 돈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일단 마이너스 통장을 메우고, 사람들이 신세계 영접이라고 말하는 에어팟도 사야지(이 정도야 뭐 푼돈이지...)

하지만 진짜 문제는 자동차... 갑작스레 도로에서 멈춰선 이후론 참 신뢰하기 어려워서..바꿔야하는뎅.

여행비는 고작 삼백인데 상상의 나래는 벌써 자동차를 바꾼다.


그.런.데.

이거 참 요물이다.

이렇게 발칙한 상상에 휘둘리고 나면 이상하게도 통장도 메우고 에어팟도 사고 자동차까지 바꾼 느낌이다!!!

왠지 진짜 부자가 된듯^^

여행을 안가냐구?

노노! 여행은 간다. 여행을 안가지는 않는다. 절대.

그냥 상상을 해 본 것 뿐이다. 하지만 마치 내가 그 돈을 가진 것처럼 마음이 든든하고 기분이 좋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세요~~!

이상 자가진단 여행 중증 중독자의 발칙한 상상이었습니다.



귀여운 나의 베이비들~~~

@ 그리스 메테오라
@ 에스토니아 탈린
@ 라트비아 리가
@ 이탈리아 돌로미티
@ 탄자니아 응고롱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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