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 착붙 여행지] 정동진 명품 일출과 바다부채길

동해바다와 오롯이 만나는 시간

by 별나라



징글징글하게 더웠던 올 여름에는 바다조차 그립지 않았습니다.

푸른 바다를 만나기 전 걸어야만 하는 모래 해변이 상상만 해도 끔찍할 정도로 너무 더웠거든요.

하지만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기 시작하니 이상하게 바다가 그립고 그립고 그리웠습니다.

아마도 더운 여름 만나지 못했던 코발트빛 푸른 바다에 대한 짙은미련이 남았었나 봅니다.



오렌지빛 황홀한 축제 - 정동진 명품 일출



서울에서 세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정동진이 있습니다.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서둘러 정동진으로 향했습니다.

해가 이제는 너무나 짧아져 정동진에 도착하니 이미 깜깜한 밤.

사방이 어두워 여기가 어디인가 싶었는데..

자신이 바로 정동진임을 너무나 명확히 알려주는 파도소리가 착착 귀에 들어옵니다.

하늘에는 이제서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별들이 하나둘씩 빛을 발하기 시작하구요.

깜깜해서 앞은 잘 보이지 않으나 별과 파도소리만으로도 충분히 힐링되는 밤이었습니다.


알람을 맞춰놓고 일출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귓가를 쉴새없이 때려대는 파도소리가 달달한 자장가처럼 느껴집니다.


원래 정동진하면 누가 뭐래도 '일출'이 명품인 곳입니다.

세상에 아름다운 바다가 많고 많지만

전 정동진 일출에 엄지척 해주고 싶습니다.

시퍼렇다 못해 시커먼 바다 위에 시뻘건 태양이 작지만 당당하게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면

그 작은 존재가 하늘을 온통 오렌지색 빛으로 물들여버립니다.

너무 순식간에 마법처럼 생긴 아름다운 변화에 그저 황홀할 따름입니다.





IMG_7033.jpg @ 정동진 일출



IMG_7037.jpg @ 일출의 백미



제가 생각하는 일출의 백미는 바로 이순간입니다.

태앙이 바다 위로 고개를 내밀고 바다와 끈적끈적 밀당을 하다 떨어질듯 말듯 떨어질듯 말듯

아슬아슬 줄다리기를 합니다.

아침해와 바다가 연을 대고 있는 마지막 순간...

서로를 이어주던 끈이 점점 가늘어지다가 어느순간 쏘옥하고 아침해가 빠져나옵니다.

황홀하고 환상적이었던 축제는 서서히 막을 내리게 됩니다.




IMG_7083.jpg



IMG_7060.jpg




정동진엔 일출만 있는 것이 아니다 - 바다부채길



정동진 바다부채길, 정확한 명칭은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입니다.

대략 2.8키로에 달하는 정동진 썬크루즈 주차장에서 심곡항까지 이어지는 해안단구 절벽 둘레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바다 절벽에 길을 낸것이 아니라 바다절벽 옆에 새로이 길을 세워 만들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간 모든 여행지 중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이에서 격한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장소중의 하나입니다. 썬크루즈 주차장에서 입장을 하면 초반부에는 끝도 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갑니다. 한참을 내려가면 어느순간 바다와 탁 만나게 되고 짙푸른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지게 됩니다.



IMG_7111.jpg @ 바다부채길 시작은 험난해요 ㅜㅜ


IMG_7130.jpg @ 깊고 깊은 짙은 바다색


IMG_7144.jpg @ 해안단구가 예술이에요



바다부채길에서 만나는 해안단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네요. 한쪽 벽은 깍아지른듯한 절벽이고 다른 한쪽은 무서우리만큼 시퍼런바다가 떡 버티고 있는 그 사이를 걸어갑니다. 원래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순전히 백퍼센트 사람의 손으로 길을 놓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구간은 아예 철골조는 되어 있어 하이힐이나 뽀족한 굽은 아마도 그 사이사이 빠져버릴거에요. 또 어떤 구간은 타박타박 걷기 좋게 나무 데크로 되어있었습니다. 정말 바다가 바로 옆에서 포효하며 계속 들이대곤 합니다. 제가 간 날은 정말 날씨가 맑고 바람도 잔잔한 날이었는데도 파도는 제법 높았습니다. 그래서 바다부채길은 매일 항상 입장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날씨를 보고 그날 입장은 결정한다고 합니다. 왜그런지 걸어보니 이해가 되네요.



IMG_7176.jpg @ 해안에 아예 길울 놓았어요



IMG_7221.jpg @ 나무데크로 된 길도 있어요.




IMG_7212.jpg
IMG_7213.jpg
IMG_7249.jpg



한 여름 불가마 같은 더위 속에서 만신창이가 된 내 몸에 정수리 속까지 시원한 바람이 쑤욱 밀고 들어왔습니다. 정말 시원함의 끝판왕이죠. 가을 바다는 또 이런 맛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누군가 엄청 공을 들여 힘들게 놓았을 길을 계속 걸어갑니다. 파도소리가 더 세차게 다가올수록 마음은 오히려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두 눈은 계속 푸른 바다와 부서지는 파도를 응시합니다. 푸른 바다이긴 한데 그 푸른 색이 다 다르고 어느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게...어느 한 순간도 그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이런게 바로 신선놀음이라는 건가? 싶었습니다^^



IMG_7279.jpg @ 저렇게 멋진 바다와 밀착해서 걸어갑니다.



IMG_7285.jpg @ 바닥이 숭숭 뚫려있어요. 뽀족구두 앙돼용!
IMG_7293.jpg @ 이 구간을 지날때 파도가 정말 얼굴 위로 올라갑니다!


매력만점 계란흰자 머랭파도


위 사진에 나오는 구간을 지날때는 미친 듯이 달려오다 바로 옆에서 파도가 산산히 부서지는데 처음엔 깜놀했어요. 그 파도에 맞아 나도 쓸려가는 모습이 막 상상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바다부채길 파도는 산산히 부서지고 나면 그냥 하얀 거품으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아낌없이 세차게 부서져서 마치 계란 흰자로 쫀존한 머랭을 쳐 놓은 것처럼, 마치 카푸치노에 얹혀있는 밀크폼처럼 만들어진답니다.


혹시 이곳을 여행하실 분들, 파도가 부서져서 만들어 내는 이 쫀쫀한 머랭거품, 지나치게 하얀 밀크폼을 꼭 눈여겨 보세요. 한 스푼 떠서 에스프레소 위에 얹고 싶어질거에요. ㅎㅎ



IMG_7301.jpg @ 파도가 만들어 낸 쫀쫀한 머랭거품, 하얗디 하얀 밀크폼 구경하세요~~


IMG_7303.jpg @ 정말 바다 산책 코스...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요?


IMG_7305.jpg @ 바다부채길에는 저마다 전설이 깃들여 있는 이름있는 바위들이 많이 있답니다.



IMG_7329.jpg @ 심곡항 - 바다부채길 한 쪽 끝입니다


IMG_7331.jpg @ 심곡항 등대


2.8키로에 달한다는 바다부채길을 보통 편도 한시간정도 소요된다고 하는데 사진찍고 구경하고 중간중간 벤치에 앉아 멍~~하니 머리속을 비우고 하였더니 한시간 반정도 걸렸습니다. 어느순간 심곡항이 보이고 저 멀리 빨간 등대가 눈에 들어오면 바다부채길이 끝난거에요. 아쉬움에 뒤 돌아보게 됩니다. 이곳에서 여정을 마치지 않고 다시 돌아서서 선크루즈 쪽으로 갈 수도 있어요. 그렇게 왕복하면 두시간정도 걸릴듯합니다.


저는 여기에서 산책을 마치고 심곡항에 있는 카페 미로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원하게 마셨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나오니 바로 앞에 택시와 셔틀버스를 타는 곳이더라구요. 차를 썬크루즈 무료주차장에 세워놓았기에 택시를 탔습니다. 혹시 정액제일까 싶어 얼마인지 여쭈었더니 기사님이 미터로 간다고 하시네요. 3600원 나왔어요^^




여행에서 먹방이 빠질 수 있나요?


가벼운 산책길이었지만 배가 몹시 고팠습니다. 우연히 탄 택시 기사님의 조언으로 회정식을 먹으러 갔습니다.

보쌈, 전, 물회와 어죽....바다 여행을 와서 먹는 당연한 음식들이었는데....배도 고프고 오래 기다리기도 해서 그런지 정말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IMG_7340.jpg
IMG_7341.jpg
IMG_7342.jpg
h
IMG_7344.jpg @ 신선한 회
IMG_7349.jpg @ 감칠맛나는 마약 물회


IMG_7356.jpg @ 따끈한 마무리 어죽



역시 여행의 완성은 먹방임이 확실합니다. 보쌈은 메인요리로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맛났구요. 야채가 가득 들어간 전은 막걸리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뒤이어 등장한 회는 정말 군더더기 1도 없이 오롯이 쫀득한 회만 가득입니다. 그리고 물회.....물회가 정말 국물이 끝내줬구요. 더이상 한 숟갈도 허락할수 없는 빵빵한 배로 만든 주범이 되었더랬죠. 하지만 마지막으로 등장한 어죽. 일단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기선을 제압당했구요. 한 숟갈 떠서 입안에 넣으니 서늘한 바닷바람, 차가운 물회에 한창 얼어있던 입과 식도를 그냥 뜨끈하게 휩쓸고 지나가는데...감동이 밀려왔어요. ㅎㅎ 그래서 이미 더이상의 공간이 전혀 없었던 빵빵한 배에 또 어죽을 들이밀고 말았네요. ^^ 하지만 너무나 완벽한 여행 마무리였어요!




정동진 바다부채길 여행 꿀팁!


1. 바다부채길은 오픈을 안하는 날도 있어요. 가기전에 꼭 홈피를 확인하세요.

홈피에 모든 정보가 있습니다. (입장시간, 입장료, 유료, 무료주차장, 바다부채길 소개, 탐방로 소개 등등)

http://searoad.gtdc.or.kr/

2018-10-12 12;59;08.PNG



2. 바다부채길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입장전에 꼭 화장실 다녀오세요.

3. 썬크루즈 주차장쪽으로 계단이 엄청 많아요. 다리 아프신 분들은 여기에서 시작하세요. 심곡항 쪽에서 시작해서 썬크루즈 쪽으로 올라오려면 힘들거 같네요. 아니면 심곡항에서 시작해서 썬크루즈까지 왔가 계단올라오지 말고 다시 심곡항으로 돌아가도 좋을듯해요. 왕복 두시간 정도 소요.

4. 아침에 썬크루즈쪽에서 출발하면 아침해를 바라다보고 걸어가더라구요. 썬그라스 필수. 심곡항에서 올걸...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해를 등지고 산책하고 싶다면? 오전: 심곡항 출발 오후: 썬크루즈 출발 (제생각입니다)

5. 바다부채길 음식물 반입 금지 입니다.

6. 자동차 여행은 차를 썬크루즈 쪽에 있는 무료주차장에 세우시면 되구요. 심곡항에서 썬크루즈 주차장까지 ㅌ택시나 셔틀버스 이용하시면 됩니다. 택시비도 비싸지 않았어요.




keyword
이전 06화홍콩 핫플레이스 타이쿤[Tai Kwun] 파헤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