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한달걷기여행(feat. 하정우님 따라하기)
하정우님이 쓴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이 있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하와이를 가는데 단지 걷기 위해서란다. 일단 하와이에 도착을 하면 사골국을 한솥 가득 끓여놓고 아침으로 한식을 든든히 먹고 걷기 시작한다. 하루에 삼만보, 사만보, 십만보에 도전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십만보는....마라톤 완주 45.195km 보다 더 먼거리라 하는데 도대체 하와이까지 가서 걷기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을 참 좋아하는 나도 그동안 참 많이도 걸었다. 걷는 것이라면 어느정도 자신도 있다. 하지만 내 걸음에는 항상 이유가 있었고 목적지가 있었다. 무언가를 보러가기 위해서 힘들어도 꾹 참고 움직인 발걸음들이었다. 똑같이 만 보를 걸었지만 목적지 향해 정신없이 걸어간 걸음과 오로지 걷기만을 위한 만 보의 걸음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목적지를 향한 만 보는 수단에 불과하지만, 오로지 걷는것에 가치를 둔 만 보는 한 보, 한 보가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나도 한번 내가 움직이는 한 걸음, 한걸음을 소중히 여기며 아름답게 걷는 것에 가치를 두는 느린 여행을 하고싶었다. 그렇게 해서 오게 된 곳이 바루 포르투갈의 포르투다.
리스본만 같아라....내가 포르투를 선택한 이유
포르투는 처음이지만 포르투갈이 처음은 아니다. 전에 리스본을 여청행한 적이 있었다. 처음 만난 포르투갈 사람 버스 운전기사는 정중하고 매우 예의바르며 더군다나 잘생기기까지 했다. 어딜가나 차분하고 여유있는 사람들이 참 좋았다.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이지만 깔끔하게 잘 가꾼 손품이 느껴지는 거리도 좋았다. 오래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더할 나위 없이 잘 꾸며진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상점들도 사람을 혹하게 만든다. 느리고 느린 노란색 트램이 잊을 만 하면 한번씩 지나가며 마치 그림책에서나 튀어나올 법한 풍경을 이내 만들어내곤 했었다. 그런 차분하고 멋진 리스본이, 그런 포르투갈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강과 바다가 있고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포르투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을 했다. 내가 십년전에 만났던 리스본만 같아라...라는 심정으로.
포르투 집 구하기
외국에 한달 정도 머물며 한곳에서 생활해 본적은 있으나 모두 오래전이고 홈스테이였기때문에 내가 밥을 해 먹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한달 동안 집을 구했고 무엇보다 주방을 꼼꼼하게 체크해서 선택을 했다. 오븐, 인덕션, 전자렌지, 식기세척기 그리고 냉장실과 냉동실이 분리된 큰 냉장고가 있는 부엌이 필수였다. 세탁기도 필수. 골목은 위험할 수도 있으니 큰 길에 면해 있어야하고 무엇보다 집주인이 바로 옆이나 근처에 살았으면 했다. 집주인이 여러 채를 가지고 임대사업처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집의 일부를 내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있었다. 너무 원대한 바램이었을 수도 있으나 이런 집이 눈에 들어왔다. 주방과 거실, 방 2개에 다락방도 있는 구조였다. 큰 쇼핑거리에 면해 있어 밤 9시까지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집 주인 아주머니와 할아버지가 바로 옆에 사신다. 거실과 방 2개에 모두 히터가 있고 추울것을 염려하여 두꺼운 솜이불을 준비해 주셨다. 아 그리고 내가 애정해 마지 않는 네스프레스 커피 머신도 있다. ㅎㅎ 10점 만점에 10점 주고 싶은 집이다.
포르투가 이렇게 유명한 도시였나요?
포르투에 도착하자마다 느낀 것은 한국사람이 너무너무너무 많다는 것이다. 포르투가 이렇게도 유명한 도시였나 싶을 정도로. 내가 도착한 첫 날 동루이스 다리 위에는 정말 한국 사람 반, 외국인 반이었다. 여기가 파리도 아니고 로마도 아닌데 말이다. 일본 여행객들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았고 중국 사람들은 한 눈에 봐도 티가 난다. 우리나라 여행객들은 일단 모두 다 말쑥하고 세련되었고 연령층도 다양하다. 비긴어게인 2와 일부 방송프로그램에 소개되었다고 하던데 역시 방송의 힘인가 보다. 포르투에는 우리나라 사람 뿐만 아니라 서양 여행객들도 참 많다. 패키지도 있고 가족여행자들도 많다. 서양인들에게도 인기있는 도시인듯. 어쨌든 나도 여행자 입장이니 여행객이 많은 도시는 나쁠 것이 없다. 역시 사람의 눈은 다 비슷해서 아름다운 도시는 한눈에 알아보는 듯하다.
포르투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
최근 한국여행자들이 급증하면서 포르투에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강도사건이 세 건 있었다고 한다(포르투갈 대사관 공식공지). 두 건은 밤 늦은 시간이라 그렇다쳐도 한 건은 오후 5시 일몰을 보러가는 도중에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한국인이 현금도 많고 휴대폰, 카메라 등 전자제품도 좋아서 타깃이 된다고 하는데....하여간 깜놀할 일이다. 포르투는 골목으로 이루어진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낮에도 어떤 골목에는 한 사람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길에서 작정하고 나와서 강도짓을 한다면 속수무책일수 밖에 없다. 그리고 밤에는 포르투 뿐만 아니라 어느 도시든 조심해야 한다. 포르투에 오기 전까지 이래저래 바빠서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가 여기 와서 알게 되었다. 여행오시는 분들, 조심해서 다니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푸는 아름답다
포르투에 온 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동루이스 다리로 가는 것이다. 일단 위쪽 다리로 걸어가 아래를 내려다 보면 내가 지금 서 있는 이곳 포르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눈에 알게 된다. 거의 대부분이 언덕으로 이루어진 포르투는 그래서인지 더 아름다운 풍경을 선서한다. 적당한 넓이의 강 옆으로 주황색 지붕들이 층층이 쌓여있고 강 가에는 이쁜 배들이 줄지어 서 있다. 학처럼 큰 날개를 펼치고 떼로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울어댄다. 사실 이렇게 큰 사이즈의 갈매기는 처음 봤다. 날개가 진짜 크고 길다. 울음소리도 어찌나 우렁찬지. 이런 갈매기들이 진짜 파란 하늘을 근사하게 날아다닌다. 하늘도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파란 하늘에 구름이 몽실몽실. 양 볼로 떨어지는 햇빛은 살을 쪼듯 따가운데 코로 들어가는 공기는 그렇게 시원하고 싱그러울 수가 없다. 포르투 공기가 이렇게 좋은건가 싶다. 눈부신 햇살과 파란 하늘, 맑은 공기 그리고 강과 어우러진 멋진 포르투 풍경. 첫 인상은 정말 맘에 들었다. 하정우 하와이 걷기 여행 따라하기 포르투 버전. 한 걸음 한 걸음 소중하게 그리고 많이 많이 걸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