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한달걷기여행, 하루 삼만보
포르투에서는 발길 가는대로 거닐다보면 결국에는 도달하고야 마는 두 장소가 있다. 한 곳은 동 루이스 1세다리 위층이고, 또 한 곳은 포르투의 중심, 히베이라[ Ribeira Square ] 광장이다. 포르투 우리집이 있는 산타 카타리나 거리[ Santa Catarina Street ]에서 출발하여 어느덧 히베이라 광장에 도착했다. 동 루이스 1세 다리가 코 앞에서 조망되는 완벽한 위치이자 아침 햇살이 그냥 얼굴로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곳. 겨울이지만 이곳에선 선그라스가 필수다. 히베이라 광장은 아침부터 활기차다. 활기참 속에 오래 머무르고 싶었지만 본격적인 여행 첫 날 도루강을 따라 걸어가보기로 한다.
도루강에는 동 루이스 1세 다리말고도 대서양과 가까이에 있는 아라비다 다리[Ponte de Arabida]가 있다. 이 다리까지만 걸으면 어쩌면 대서양이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히베이라 광장에서 도루강의 마지막 다리까지 가는 길은 초반에는 그리 좋지 못하다. 강변으로 걷기 좋게 길이 이어진 것이 아니라 오르락 내리락 안쪽으로 들어왔다 나갔다를 해야한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되면 누가봐도 '제발 강변을 걸어주세요!'라고 애원하듯 이쁘게 만들어진 강변길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 길은 사실 강변길이라기보다는 '강위의 길'이라 할 수 있다. 강물 위에 놓여져 있고 심지어 길의 반쪽은 아래로 강물이 보이기까지 한다. 계속 걷다보면 살짝 쫄리는 느낌이 든다. 핸드폰이라도 떨어지는 날에는....사진을 찍을 때 조심조심해야한다.
아마도 차도만 있었고 나중에 보도를 만들어야 해서 이렇게 강 위에 만든 것은 아닌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 도루강 위를 걸어보는 것, 새로운 경험이다. 하늘도 좋고 구름도 좋고 주변 풍광도 좋고. 꽤 오래 걸었음에도 다리 아픈줄 몰랐던 시간. 순식간에 마지막 아라비다 다리에 도착을 했다. 예상과는 달리 대서양에 대한 탁 트인 멋진 뷰가 좀 아쉬웠고 힘도 남아돌아 내친 김에 끝까지 가보기로 한다. 거의 다 온 것이라는 착각과 더불어서 말이다. 이 다리부터 최종 내가 갔던 곳까지의 거리는 엄청 났다. 저기 눈 앞에 조그맣게 끝이 보이는데 걸어도 걸어도 그 끝이 커지지 않는 느낌. 그리고 이 길이 가진 엄청난 단점. 히베이라 광장을 출발해서 거의 대서양에 도착할 때까지 '그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빛나고 강렬한 태양빛을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 1월임에도 얼굴에서는 불이 났다.
어찌되었건 세상 만사 다 그렇듯 결국 시간이 흐르면 '도착'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드디어 Foz do Douro다. 이곳은 도루강이 대서양과 만나는 곳에 위치한 지역이다. 이름을 해석하자면 ‘도루강 어구’ 일듯. 히베이라 광장에서 부터 포즈 두 도루에 있는 파세이오 알레그레 공원까지는 대략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강렬한 햇빛에 지쳐갈 무렵 마치 신기루처럼 나타난 야자수가 도열해 있는 멋진 공원이다. 사진을 찍고 휴식을 취하고 주변 풍경에 취해본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이 공원에서만 보고 간다면 낭패일 수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실제로는 꽤..걸어가면 날것의 대서양, 엄청나게 넓고 광활하면서도 폭력적인 대서양을 실물영접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공원을 걸어나가면 두갈래의 길이 나온다. 등대가 보이는 길과 방파제 같은 길이 있다. 조금 더 대서양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싶어 방파제 길을 선택했다.정말 지금 생각해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방파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등대가 보인다. 구글맵에는 Felgueiras Lighthouse라고 이름이 나와 있다. 하지만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은 이 등대를 지나 더더 깊숙이 대서양으로 들어간다. 놀라운 것은 중간에 파도가 치는데 정말 사람키를 몇 배나 넘어서는 파도가 방파제에 부딫쳐 새하얗게 산산이 부서진다는 것이다. 그런 파도가 지나가면 바닷물이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들어오게 되고 그 물을 생명수 삼아 이끼들이 낀다. 그래서 바닥이 매우매우 미끄럽다. 정말 조심해야한다.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포즈 두 도루 지역이 아주 멀리 보인다. 마치 내가 대서양 바다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우와!! 대서양쪽으로 뻗어나온 길이가 상당하다 정말. 펠게이라 등대를 지나 훨씬 깊숙이 들어간다. 파도가 세차게 치는 구간을 지나면 마른 길이 나오며 드디어 끝에 도달한다. 대서양의 진정한 땅끝. 이곳의 이름은 Farolins da Barra Douro이며 구글 평점이 4.7이다. 배의 안전운행을 유도하는 무선 송신소 및 등대의 역할을 하는 곳. 이상하게 끝까지 오면 오히려 파도가 잔잔하고 진짜 광활한 대서양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수평선 끝에 배가 하나 걸려 있는데 오는 건지, 가는 건지 분간이 안갔다. 너무 멀어서겠지. 진짜 그 끝에 걸린 배가 꼭 조금 있으면 고꾸라지듯 앞쪽으로 떨어질것만 같은 느낌이다. 시원하고 광활하고 멋지고 유니크하지만 성난 파도가 나를 덮칠것 같은 두려움이 실제로 살짝 느껴지기도 하는 곳. 정말 멋진 곳이라 구글평점 이상을 주고 싶다.
대서양의 끝에 갔다가 돌아다오는 길에 재미있는 장면을 보았다. 도루강과 대서양이 만나서 분명한 경계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강물이 막무가내로 밀고 나오는 형상이다. 서로 힘겨루기를 하며 엎치락 뒤치락 하겠지. 한시간 넘게 걸어 온 길을 다시 돌아가야하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돌아올때는 늦은 점심도 먹고 엄청나게 큰 슈퍼에도 들러서 장도 보고 첫날이라 제대로 분간이 안되는 포르투를 구글 지도에 의지해 신나게 걸었다. 포르투 우리집에 도착해보니 삼만보가 넘었다. 헉. 이렇게 오래 걸었는데 삼만보라니.... 하루 삼만보를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삼만보, 어쩌다 하루 걸을 수는 있다. 하지만 매일은 힘들다."라는 진리를 깨닫기도 했다. 하여간 멋진 하루! 포르투에서 한달 머무르는 동안 한번은 더 가겠지 싶었는데 떠나야 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아직도 다시 못가봤네;;
@@ 여행메모- 포즈 두 도루 가는 법
1. 도보: 히베이라 광장에서 편도 1시간 20분 6.3km (왕복 세시간에 12키로가 넘는다)
2. 1번 트램 : Infante Stop(Sao Francisco)에서 탈 것. GPS 41.14050, -8.615926
20분 간격 (오전9부터 오후 8시까지)
편도 3유로(왕복6유로), 2-day트램무제한이용권 10유로, 30분 정도 걸림.
트램인테리어 1930년대, 사람 많으면 소매치기 조심
3. 버스 500번 : 1번 트램과 루트가 비슷. 편도 1.95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