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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나라 Feb 14. 2021

삼천포 수산시장

생선에 진심인 여자 추천 어시장



여행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멋진 곳을 보러가는 여행.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여행.

그리고...맛있는 것을 사러가는 여행. 

멋진 곳을 보는 것도, 맛있는 것을 먹는 것도 다 여행지에서 끝나는 일이지만,

맛있는 것을 사가지고 오면 두고두고 추억을 곱씹으며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생선을 좋아했다. 주로 고등어, 꽁치, 갈치 등

자라온 환경이 바다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해산물이 좋고 그중에서도 특히 생선 덕후다. 

언젠가 우연히 들른 삼천포 어시장은 그야말로 황홀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생선들이 내 두 눈에, 내 시야에 그야말로 그득하게 차버렸다.

사람들은 싱싱한 횟감에 눈길을 보내지만 나는 맛있는 생선구이를 할 수 있는 생선들에 더 눈길이 갔다.

동네 슈퍼나 생선가게에서는 보기 힘든 희안한 생선들. 이름이 다 궁금했지만 바쁘신 분들을 귀찮게 할 수는 없었다. 적당히 이거 맛있어요? 라고 물으며 스티로폼 박스에 차곡차곡 맘에 드는 생선을 담고 소금을 뿌렸다.

집에 돌아와 밥맛이 없을 때마다 구워 먹었던 생선들의 맛이 어떠할지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때부터 삼천포 어시장은 나에게는 꿈의 동산과 같은 곳ㅎㅎ

너무 멀어 갈 기회가 없었는데 최근에 다녀오게 되었다. 

정말 오랫만이었고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생선들이 차고 넘치게 있는 모습은 여전했다. 

가슴이 뛴다~~ㅎㅎ 

요새 관심 있는 생선은 꾸덕하게 말려진 반건조 생선이다. 

어쩌면 신선하게 팔지를 못해서, 아니면 팔 수가 없어서 반강제로 말려진 걸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살짝 말려진 생선은 참 맛있다. 

맘에 드는 녀석들을 고르기 위해 삼천포 용궁시장과 수산시장을 몇 바퀴 돌았는지도 모르겠다. 

" 이 생선 한바구니에 얼마에요?" 라고 물었을 때 

"아까 삼만원이라고 했잖아요....!" 라는 대답을 들었다. 도대체 몇바퀴를 돌은 것인가.

이제는 결정할 시간. 

일단 싸고, 맛있어 보이고, 그리고 내가 사는 윗동네에서는 구하기 힘든 생선을 골라야 한다.

그래서 낙점한 생선이 꽃돔이다. 

푸근해보이는 할머니가 파시는 생선가게에서 내가 픽한 꽃돔을 사려는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아줌마, 아저씨가 생선을 탁탁 골라내신다. 이거, 저거, 그리고 또 이거..

소쿠리에 담겨진 생선들이 속속 비닐봉지 속으로 사라진다. 

어라. 이러다 다 쓸어담아가시겠구나.

다급한 마음에 할머니를 불러대고....역시 경쟁상대는 사람을 움직이는 폭발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정말 그분들은 엄청난 양의 생선을 쓸어담아 가셨다. 살짝 고민중이었던 병어는 이미 솔드아웃이 되었다.

아마도 식당을 운영하시는 듯.

더욱 놀라운 건 덤으로 얹어주시는 어마어마한 양....

그렇게 많이 주시면 저희는 못살 수도 있어요... 제발 그만 하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간신히 내 차례가 왔고 이것 저것 재고 흥정하고 할 사이도 없이 주문을 시작했다.

꽃돔과 할머니가 추천해 주신 영광굴비...자식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말리신 거라고.

맛있으면 또 주문할게요~~라고 했더니 이게 마지막이라 더 이상은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애프터 서비스는 단칼에 거절당했다. 하지만 주문한 생선들이 착착 박스에 담기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역시 할머니는 통크고 멋지셨다. 인심좋게 덤으로 턱턱 얹어주시고 택배보낼 준비를 하셨다. 저녁에 구워먹으려고 한다며 민어조기랑 가자미 등을 골랐더니 뒤에 비밀스런 곳에서 상품화되기에는 다소 부족했던 생선들을 검은 비닐 봉지에 쓱쓱 넣어주셨다. 오호~~오늘 저녁은 민어조기, 가자미, 꽃돔구이다!!!!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꽃돔-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굽거나 생선구이 팬에 담백하게 구워낸다
위부터 가자마, 민어조기, 꽃돔. 아아 너무 맛나다!


생선 구입 임무를 클리어하고 나니 이제야 삼천포 용궁시장이 눈에 둘어온다.

시장 구경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라는 말이 있지만 시장에도 종류가 많다. 

그중에서도 난 수산시장을 제일로 친다. 가장 흥미진진한 곳이기 때문이다.

맛있는 조개류가 층층이 쌓여 있고 온갖 신기한 생선들이 가지런히 누워있다. 

겨울에 제철을 맞이한 엄청난 크기의 방어들이 즐비하고 달고기를 손질하는 할머니들의 손길은 정신없이 바빴다. 물속에서 꺼내기도 힘든 엄청난 괴력을 가진 문어를 선보이고자 온힘을 다하는 아주머니와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는 듯 절대 나오려고 하지 않는 문어. 옥신각신.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듯 이쁘게 말라가고 있는 서대, 박대.

수산시장안은 시끌벅적 활기가 넘친다. 


세상 처음보는 완전 긴 코를 가진 바지락, 저렇게 길게 빠질수가 있는거였어.
털게?
김, 메생이,미역, 톳
김 작업중...신기하다
어시장이 깨끗하다!
보기만 해서 설레는 풍경! 고깃배가 가득하다
문 밖으로 보이는 생선들. 정겹다.


수산시장 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정겹다.

이름 모를 생선이 말라가고 그 너머엔 고깃배들이 즐비하다.

차곡차곡 즐비한 고깃배들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 

삶의 에너지가 팍팍 느껴지는 곳.

혹시라도 여행 중 이 근처 지나가게 된다면 시간내서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맛있는 생선구이를 먹어도 좋고, 싱싱한 회를 한접시 먹어도 좋고,

그리고 두고두고 즐길 수 있는 생선을 한 가득 사가는 것은 더욱 좋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호시탐탐 이곳을 지나갈 기회를 노려본다.

조만간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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