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언덕, 여차몽돌 해수욕장, 병대도 전망대로 달립니다~
거제 드라이브는 처음이라....
구조라 해수욕장부터 달려봅니다
거제 겨울바다는 우아하고 정숙했다.
처음 도착한 구조라 해수요장. 겨울이라 그런지 바람이 정말 세차게 불었다.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고 황량할 줄 알았는데...아니었다. 파도도 거의 없고 마치 호수처럼 잔잔하고 맑고 투명한 느낌이었다. 동해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모래 사장을 걸어본다. 구조라 해수욕장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캠핑장이다. 정말 좋은 위치에 차박을 하는 차량들이 세워져 있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처음보는 풍경이 이 바다라면...정말 멋질거 같다. 바닷물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이렇게 한가하고 우아한 바다를 즐길 수 있다면 겨울바다도 충분히 매력있다. 피부에 느껴지는 차가운 기온만 아니라면 정말 햇빛도 그렇고 파란 하늘도 그렇고...너무 아름답구나.
구조라 해수욕장을 떠나 남쪽으로 달리면 곧바로 함목 해수욕장이 나온다. 구조라와 달리 해변이 모래가 아닌 몽돌로 이루어졌다. 신기한 것이 잠시 남쪽으로 내려온 것 뿐인데 바다 색깔이 달라졌다. 좀 더 흰색을 풀어서 파란기운을 빼버린 따뜻한 색감이다. 몽돌 해변의 진정한 매력은 몽돌이 바다를 만나 밀려들어오는 파도를 한껏 안았다가 한번에 내려 놓아버릴때 나는 '촤르르르' 소리들이다. 그소리가 어찌나 정겨운지....몽돌 해수욕장은 눈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귀로 즐기는 곳이다.
함목 해수욕장을 떠나 남으로 남으로. 곧 도장포 마을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이 도장포가 너무 멋지다는거다. 도장포에 온 이유는 바람의 언덕을 보기 위해서인데...도장포 자체가 너무 이뻐 시선을 사로잡는다. 학동만에 아늑하게(이보다 더 아늑할 수는 없다) 자리잡은 도장포는 일단 바닷물색이 예술이다. 일부러 멋진 색감을 내기 위해 물감을 풀어놓은 듯하다. 하지만 휴대폰을 막 찍은 이 색감은 실화다. 이탈리아 그 아름답다는 작은 항구들 안부럽다.
도장포에서 바람의 언덕을 올라가기 전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람의 쉼터'다. 바람의 쉽터는 도장포 방파젤ㄹ 힐링의 공간으로 재구성한 곳이다. 바닷물위로 산책하고 나면 마지막 순간에 바람의 형상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아트 파고라가 나온다. 얼핏 보면 멋진 그늘막이다. 여름이라면 꼭 필요할 듯한 공간이다. 멋진 색감의 바다 위를 자박자박 걷는 것은 재미있다.
이곳에는 그린색의 너무나 이쁘고 앙증맞은 등대가 있었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바위와 어우려져 이쁨 폭발하는 비주얼이다. 바람의 쉼터에서 숨을 고르고 이제는 바람의 언덕을 올라야 할 시간. 이국적인 풍차가 반겨준다. 진짜 돌아가는 현실 풍차다. 전날 밤 폭풍주의보가 내려서인지, 아니면 이름대로 바람의 언덕이어서인지 정말이지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또 이내 잔잔해지고..다시 바람이 불고. ㅎㅎ 햇빛이 쨍하다가 이내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의 언덕은 변덕이 심한 밀당의 귀재다. 하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다 아름답다는 것. 날씨가 더 따뜻했다면 풀밭에 엉덩이 비비고 앉아 '바다멍'을 한참 때렸을지도 모른다. 그냥 아무 생각하지 않고 풍경에 스며들고 싶은 곳.
바람의 언덕을 떠나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뭔가 강력하고 오묘한 마력이 내 뒤통수를 붙잡아 자꾸 뒤돌아보게 만든다. 이리봐도 저리봐도 그리고 다시봐도 오로지 있는 것은 멋짐뿐이구나. 저 언덕이 다 초록이어다면 더 이뻤겠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자체로도 넘나 멋진 곳! 정말이지 화폭에 담고 싶은 풍경이다.
바람의 언덕을 내려다보고 있는 우제봉이 있다. 우제봉을 올라가면 전망대가 두 곳이 나온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잠시 올라가도 좋을 듯 하다.
도장포 마을이 더 아름다운 건 한쪽으로는 바람의 언덕을, 다른 한쪽으로는 신선대를 품고 있어서다. 도창포에서 신선대 전망대는 차로 5분 거리. 주차를 하고 전망대에 서니 양쪽 바다를 낀 모습이 인상적이다. 성질 급한 동백꽃 몇 봉우리도 꽃망울을 터트렸고 눈앞에는 멋진 절경이 펼쳐진다. 진짜 명품 풍경 맞구나. 잔잔한 바다위로는 섬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어서 더욱 더 멋지다. 나중에 더 드라이브를 하며 이 섬들이 대병대도, 소병대도, 쥐섬 등 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언가...살짝 비현실적인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래서 더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신선대를 떠난 다음 드라이브 코스는 여차 몽돌해수욕장이다. 실은 원래는 이곳을 목적지로 삼은 것은 아닌데 높은 고개를 내려오며 바라보니 너무너무너무 멋져 차를 세우게 되었다. 사진을 찍고 성에 차지 않아 여차 몽돌 해수욕장으로 내려와 주차를 했다. 아 근데...진짜 너무너무 멋지다. 사진으로는 표현되지 않는다. 이날 드라이브 했던 곳 중 나는 이곳이 제일 좋았다. 신선대에서 보았던 소병대도, 대병대도를 비롯한 섬들이 눈 앞에 있고 바다가 넘칠듯이 흑진주색 몽돌위를 바쁘게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한다.
여긴 꼭 실물영접하길 바랍니다~~부디!
여차몽돌 해수욕장을 지나 고갯길을 올라가면 병대도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 병대도 전망대에서는 신선대부터 보았던 대병대도, 소병대도, 쥐섬, 매물도, 소매물도 등을 위에서, 좀 더 가까이 전망할 수 있다. 날씨는 비가 내릴 듯이 흐리고 구름이 잔뜩 드리웠다. 이런 경우 바다색은 보통 푸른 기운을 잃고 이쁘지 않게 되어 버릭 마련이다. 그런데 이곳은 오히려 색깔이 더 차분해 지고 흐릔 하늘과 더 잘 어우러지는 푸른색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완벽하다.
경이로운 드라이브 코스인 이곳 1018도로는 포장도로와 비포장 도로가 번갈아 나온다. 처음에는 공사중인가 싶기도 했는데....아니었다.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다니는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조심할 것.
병대도 전망대를 지나면 여차 홍포 전망대가 나온다. 역시 주인공들은 변하지 않았다. 봐도봐도 또 보고 싶은 풍경이다. 이곳에는 망원경이 있는데 돈을 내지 않고도 볼 수 있다. 성능도 좋다. 멀리 있는 섬들이 너무 훅 다가와서 깜놀했다능.
거제 경이로운 드라이브 코스의 마지막은 근포마을 땅굴이다. 이곳은 인스타 등에서 유명한 핫스팟이다 땅굴 안에서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곳인데....도착해보니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한 팀당 5분정도 걸린다고 하니...족히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할 듯. 인생샷을 남기면 좋겠지만 추운 겨울에 기다릴 자신이 없어 얼른 포기를 한다. 인생을 살아가며 배운 것 중 하나가 '인생에는 빠른 포기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라는 것.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다.
거제가 가진 정말 경이로운 드라이브 코스. 거제를 간다면 꼭 가봐야할 강추 코스다. 어디서 이런 풍경을 볼까...라고 생각하며 머리 속, 가슴 속에 콕 심어두고 왔는데 벌써...기억이 희미해진다. '바다'라는 곳은 참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거 같다. 동해바다 다르고, 서해바다 다르고, 또 남해바다가 다르다. 그중에서 바다색감은 정말 남해바다가 최고인듯하다. 오묘한 바다색을 만들어 내며 나의 눈을 호강시킨다. 자연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을 인간이, 아니 내가 잘 표현해낼 길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
여행메모: 대병도 전망대와 여차 홍포 전망대를 다니는 1018 도로는 비포장길이 있으니 주의할 것. 비포장 도로에 돌들이 있어 많이 꿀렁거림. 전망대가 있는 곳에는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어렵지 않게 주차가능함.(겨울이라 그럴수도..) 드라이브 코스 중간중간 멋진 곳이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