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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나라 Jun 11. 2022

[주말전시]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아름다움으로

정연수 개인전 IM’ PRESSION -삼청동 갤러리 도스


기나긴 코로나 기간동안 절대 떠날 수 없었던, 어쩌면 구질구질할 수도 있는 우리들의 일상이 아름다운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났다.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나만의 프라이빗한 일상의 민낮들이 더이상 무대 뒤가 아닌 무대 위에 올라선 것이다.


정연수 개인전 IM PRESSION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익숙한 공간과 장면이 우리를 맞이한다. 수북이 쌓인 설거지가 가득한 창문 앞 씽크대, 세탁을 기다리며 햄퍼에 가득 쌓인 빨래거리, 쓰레기 봉투, 분리수거 등

어쩌면 외면하고 싶고 한숨을 불러 일으키는 우리들의 현실이 '빛'의 압력을 받아 곱디 고운 옷을 입고 친근하고 아름다우며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곳에서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당황스런 순간들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고, 오히려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를 누비던 사람들이 갑자기 갇혀버렸다. 그것에 집안에 꼭꼭...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집안에서의 일상이 작가의 그림속에서는 달랐다. 아 내 일상속에 이런 순간과 장면들이 들어있었구나...! 창 밖에서 들어오는 강렬한 빛이 평범한 부엌의 들어오니 그저 태어나서 처음보는 풍경인양 신기할 뿐이다. 한번 밖에 가본적 없는 에펠탑은 사진으로 많이 봐서인지 그저 식상한데...매일 보는 이 풍경은 마치 태어나서 처음 본 듯, 아니 이런 곳이 있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새롭다.




코로나로 옴짝달싹 못했던 암울했던 시기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에는 자세히 보면 숫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그날 코로나 확진자 숫자라고 한다. 1241명.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적은 숫자였지만 저 때는 얼마나 두려워하고 걱정했는지 모른다.

코로나로 모두가 암울하고 그냥 지나쳐버린 일상들이 다시 돌아보니 역시 멋지고 아름다운 나날이었다라는 사실이 가슴에 파고든다.


자가격리자의 아침식판


비닐 장갑을 낀 손으로 전해지는 식판에는 일상의 음식들이 담겨있다. 일상에서 격리되어 지내지만 식판에 담신 음식을 통해 연결된다. 비닐장감을 낀 손에 코로나 전염에 대한 두려움이 담겨 있지만 동시에 식판에 담긴 음식들은 소박하지만 사랑이 충만하다. 그저 매일 접하는 음식들을 빤히 바라보게 되는 신기한 경험.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가장 가까이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새롭게 다가온다.



전시를 통해 주변의 평범한 일상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움은 내 주변에도 차고 넘치게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내 삶이 조금 더 아름답게 채워지기를 희망해본다.


전시에 온다면 운좋으면 작가님을 만나 설명을 직접 들을 수도 있다. 정말 여기까지 온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을 멋진 전시다. 영화는 나중에라도 다시 볼 수 있지만 전시는 한번 끝나고 나면 결코 다시는 만날 수 없다..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도스는 삼청동에 위치해 있다. 청와대 춘추문 바로 앞이다. 1층에는 카페가 있어 전시를 보고 나서 시원한 커피 한잔 하기 정말 그만이다. 이번 주말 일정으로 강추 강추!




삶은 pression이다. 나를 누르는 압력. 나에게 주어진 부담감 pression이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노동의 시간, 아니, 이제 곧 끝이 보일 것만 같은, 깜깜한 터널 끝에 '점 같은 빛'이 보이는순간에 코로나 상황이라는 강력한 압박, 잠금 장치가 덧입혀졌다.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 제한된 공간과 마스크 안에 갇힌 답답함', 가중된 육아의 '부담감'이 그것이다.

그래서 빛도 pression이다. 작은 곧간과 사물에 가해지는 또 다른 압력이다.

중략

이러한 부담감 pression은 내가 존재(Im)하도록 선물한 인상이다, 고로 빛은 인상 Im' pression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정연수 개인전 IM' PRESSION

2022.06.08~2022.06.14. (저녁 6시까지)

갤러리 도스(서울시 종로구 삼청로7길 37) 02-737-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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