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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나라 Feb 10. 2020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

축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4개부문 수상



포르투 엘 꼬르테 잉글레스 백화점 조말론 매장. 쇼핑을 마치고 그 앞을 스쳐지나가는데 매력적이고도 우아한 향기가 내 뒤통수를 훅 끌어당겼다. 무언가에 홀린듯 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아,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 등 트레이드 마크 격인 향수들을 시향했다. 평소 향수에는 관심도 없고 사실 내가 좋아하는 향은 따로 있지만 왠지 이 아릅다운 향들을 이것 저것 맡아 보고 싶었다. 루프트한자를 타고 유럽에 오며 영화 '기생충'을 다시 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보다 '냄새'가 '선'을 넘는다는 것, '선'을 넘어버린 '냄새'로 인해 살인까지 일어나게 된다는 영화의 내용이 매우 불편하면서도 전보다 더 묘하게 공감을 자극해오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향수의 냄새에 저절로 몸이 반응했는지도 모르겠다. 냄새의 선을 지키기 위해 향수로 무장해야겠다는 얄팍한 속임수를 쓰고 싶었는지도.. 아무튼 처음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 영화가 엄청나게 큰 '선'을 쑥 넘어버렸다.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부분에 수상을 하였다. 아 정말 놀랍고 경이로운 쾌거가 아닌가! 살면서 너무 너무 기뻤던 순간들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의 쾌거를 이루었을 때, 김연아 선수가 캐나다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그리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에서 시작해서 BTS의 빌보트 차트 1위 등 그 외에도 여러 기억할 만한 순간들이 있지만 아카데미상 수상식을 지켜보며 이런 순간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관심을 쓰며 올해는 어떤 영화들이 상을 받나...혹시 못본 영화가 있다면 꼭 봐야지..이런 마음이었다. 그런데 항상 그 리스트에 한국영화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가슴 조마조마 설마설마 하면서 기다렸는데..진짜 엄청난 수상을 해버리고 말았다!!!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 



봉준호 감독님의 수상소감은 짧지만 인상적이었다.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이 책에서 한 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영화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현 시대에 가장 알맞는 말이 아닐까 싶어 무릎이 탁 쳐지는 문장이다. 그런데 이 말은 봉감독님은 가슴에 새기며 공부했다니....역시 많이 많이 앞서가는 분이구나 싶다. 또한 같이 감독상에 노미네이트 된 기라성 같은 감독들을 언급하며 "텍사스 전기톱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다섯개로 잘라 나눠가지고 싶다"는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제목을 빗대어 유머에 바탕을 둔 진심을 표현했다. 그리고 오늘 밤은 술을 마셔야겠다는....말을 마지막으로 남기도 유유히 무대에서 내려온다. 수상소감이 마치 감독상을 예상했다는 듯, 마치 미리 준비한 듯, 자연스러웠고 임팩트 있었고 멋졌다. 각본상에 감독상까지 받으신 분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항상 다른 사람보다 튀거나 부족하면 따가운 시선을 주던 시대는 끝났다. 그냥 남들처럼, 남이 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정석이라고 여기며 그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는 사람에게 차가운 눈초리를 던지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며 각자의 개성이 자유롭게 발현되는 시대에 우리는 이미 접어들었고, 어쩌면 그 한가운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각 분야에서 이렇게 멋진 일들이 팡팡 터지고 있는 것일 수도. 앞으로 한국영화가 무한히 발전하기를 바라며 각자의 개성이 인정받고 다양성이 포용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어 창의적인 인재가 쏟아져나왔으면 좋겠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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