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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나라 Sep 22. 2023

뚜르 드 몽블랑, 배낭 속 이야기

뼈를 깍는 고통으로 무게를 줄여보자



여행은 시작은 짐을 싸는 것에서 시작한다.

여행 갈 나라의 날씨와 그곳에서 무엇을 할지를 상상하며 입을 옷과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나는 이 신나는 일을 보통은 머리 속에서만 오래도록 그리다가 마치 벼락치기 하듯 여행가기 전 날 순식간에 싸 버린다. 여행을 위한 마지막 통과의례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통과의례가 반복되다 보니 여행 짐 싸기의 셀렘은 사라지고 무언가 매너리즘에 빠진 듯 느슨해지고 지루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뚜르 드 몽블랑을 위한 짐싸기는 다른 여행과는 사뭇 달라서 나를 바짝 긴장시켰다. 산장예약을 끝나치자마자 짐싸기에 돌입한 것이다. 아직 여행은 오개월이나 남았는데 말이다. 일단 가져할 목록을 정했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정말로 없어서는 안되는 것들을 골라냈다. 그동안 25인치 캐리어에 꾹꾹 눌러 담았던 여행을 위한 물품들은 하나씩 하나씩 리스트에서 제거되었다.


사진을 위한 dslr 카메라, 고프로 등은 일찌감치 포기,

13일간 입을 예쁜 옷들도 어렵게 포기,

각종 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편의용품들도 포기,

도저희 화장을 안하면 나갈 수 없는 얼굴이지만.....화장품도 역시 최후까지 고민하다 포기,

수분크림, 립밤, 썬크림, 립펜슬 하나만 살아남았다.


대신

눈썹그리는 시간도 없애기 위해 눈썹문신 감행

머리 감는 시간과 샴푸를 조금 가져가기 위해 긴머리를 단발로 싹둑

손톱을 항상 길게 길러 네일을 했지만....이 역시 또각또각 짧은 손톱과 발톱으로 ㅜㅜ

어떤 산장은 4분 이내에 샤워를 마쳐야 한다길래 연습에 돌입

단 1g이라도 줄이려고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머리를 쥐어짬...


새로 구입해야 하는 장비는 현존하는 가장 가벼운 것으로 준비하고자 함...하지만 비싸다..


이렇게 뼈를 깍는 노력끝에 탄생한 뚜르 드 몽블랑 짐싸기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배낭, 스틱, 침낭 라이너, 얇은 패딩, 고어텍스 자켓, 판초 우의, 레인팬츠, 바람막이자켓, 긴 등산용 바지, 산장용 바지, 레깅스, 반바지2, 긴팔 썬 후디 1, 반팔티 2, 속옷, 울양말3, 수건, 슬리퍼, 중등산화, 장갑, 헤어밴드, 모자, 행동식, 썬크림, 수분크림, 립밤, 립스틱, 콘택트렌즈, 선그라스, 컵, 페이퍼 바디솝&샴푸, 폼클렌저, 치약, 칫솔,  비상약(타이레놀, 소화제, 두통약, 감기약, 후시딘, 지사제, 파스 등), 아이패드 미니&작은 키보드, 휴대폰, 스마트워치, 보조배터리, 생수통1



옷 입고 배낭 메고 중등산화 신고 스틱들고 모자 쓰고 나니 배낭 무게는 5kg에 못미쳤다. 가볍게 챙기기는 일단 성공. 배낭안에 든 거의 모든 물건을 매일 사용했다.


@ TMB 표지판
@ 뚜르 드 몽블랑 산악자전거-걷기도 힘든 길 자전거라니...믿기지 않는다
@ 샤모니가 내려다 보이는 산장




1. 배낭은 뉴질랜드 트레킹을 위해 구입한 고싸머기어에서 나온 배낭을 사용했다. 36리터의 용량으로 무게는 540g. 가볍고 배낭 앞 포켓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했다.  


2. 스틱은 블랙 다이아몬드 z플립 고정형 264g. 가볍고 크기가 작고 완벽했다. 이전에는 스틱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지만 뚜르 드 몽블랑을 하는 동안 단 한번도 스틱을 가방에 넣은 적이 없었다. 가져갈까 말까를 고민하지 말것. 무조건 필수!!


3. 침낭 라이너: 산장에서 숙박을 하는 경우는 침낭 라이너가 필수다. 침낭 라이너를 산장에서 제공하는 이불속에 넣어 사용한다. 신기한것이 라이너를 사용하면 훨씬 따뜻하고 포근하다 보송하다. 알프스 산장의 경우 매일 침대 시트와 이불을 빨 수가 없기 때문에 위생상 반드시 지참해야 되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사용감 굿! 준비를 안 해간 경우는 빌려주기도 한다. 물론 돈을 내야 한다. 3유로 정도. 내가 구입한 라이너는 Rab silk sleeping liner 35g (생각보다 비싸서 손품을 엄청 팔아 직구함)


4. 얇은 패딩은 정말 필수다. 하루의 산행을 마치고 산장에 도착하면 햇살은 따갑지만 바람은 차다. 산장에 있는 동안에는 항상 입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5. 고어텍스 자켓, 판초우의&레인팬츠: 이 세가지는 정말 가져갈까 말까를 고민했었는데 첫날부터 폭우에 우박에 ..... 없었으며 큰일 날 아이템들이었다. 판초우의를 준비하고 배낭커버는 준비하지 않았다.


6. 바람막이 자켓: 반팔 티를 입으면 자동으로 바람막이 자켓을 입게 된다. 바람이 무지 센 날도 있었고 햇볕이 강렬할 때도 입고. 다양도로 활용하기 좋다.


7. 긴 등산용 바지&산장용 바지, 레깅스: 긴 등산용 바지는 반바지로 변신할 수 있는 여름용 바지였다. 13일간 가장 많이 입었고 중간에 하루 빨래를 하기도 했다. 산장용 바지는 산장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나면 요 바지로 갈아입고 잠잘 떄도 입는다. 혹시 춥다면 여기에 레깅스를 입기도 하고.


8. 반바지 2: 하나는 등산용, 하나는 산장용으로 준비했는데 산장용 반바지는 거의 입지 않았다. 대신 뚜르 드 몽블랑 마지막날 깔끔한 산장용 바지로 하산했다. 만약 짐을 하나 더 줄여야 한다면 바로 산장용 반바지일듯.


9.  긴팔 썬 후디 1, 반팔티 2: 긴팔 썬 후디가 유용했다. 햇살이 강렬해 반팔을 입으면 너무 많이 탔다. 긴팔 썬 후디는 자외선 차단성분이 들어 있으며 저녁에 빨면 아침에 다 마를 정도로 얇다. 반팔티는 하나는 등산용 하나는 산장용이자 잠옷용이다.


10. 울양말&슬리퍼: 울양말은 정말 보송하고 좋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에 발에 바세린을 바르고 양말을 신었는데 난 울양말만 신고 걸어도 물집도 안생기고 쾌적했다. 발이 좋은건가 아니면 양말이 좋은건가...


11. 장갑; 7말 8초인데도 비가 내리고 나면 손이 시렵다. 손이 시렵거나 거친 바위길을 타거나 철로 된 난간 레일을 잡을 때 사용한다. 샤모니 데카트론에서 얇은것을 구입했는데 마지막날 락블랑 오르며 잃어버림. 날이 좀더 춥다면 장갑없으면 동상 걸릴 듯.


12. 페이퍼 샴푸&바디솝: 무게도 확 줄일겸 환경 문제도 있고 해서 페이퍼로 된 걸 준비했는데....거품이 너무 나지 않아 씻어도 씻지 않은 느낌이랄까. 다시 간다면 그냥 액체로 준비할 듯 한데....이 덕분에 무게를 많이 줄여서 좋긴 좋았다. 하산한 후 엄청 거품내며 머리 감으니 너무너무 행복^^


13. 아이패드 미니&작은 키보드: 일단 가이드북도 가져가야 할 거 같고 산장에서 읽을 책이 필요할 것도 같아서 고민하다 아이패드를 챙겼다. 가이드북도 ebook으로 준비하고 관련 책들도 모두 이북으로 다운받음. 산장에서 잠들기 전 다들 독서를 많이 하는데 이때 요긴하게 사용하였고 이래저래 쓸모가 많았다. 키보드는 정말 가벼운 건데 기록해야 할 것들을 기록하는데 좋았다. 아이패드는 모든 케이스를 다 벗기고 무게를 줄인 후 시투써밋에서 나온 가벼운 백에 넣어서 가져갔다.


14. 보조배터리: 생각보다 무거운 아이템이지만 꼭 필요하다. 큰 맘 먹고 가벼운 것으로 준비. 나이트코어 10000  가벼워서 만족 만족 대 만족...역시 돈이 좋다는 생각이 들게 한 아이템.


15. 행동식: 정말 다양하게 행동식을 준비했는데...샤모니에 거의 대부분을 남겨두었다. 행동식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육포 조금, 말린 망고 조금, 사탕 다섯 알, 에너지바 3개. 요렇게만 가져감. 산장에서 식사를 잘 챙겨 먹어서인지 행동식은 거의 먹지 않고 보관만 했다.


16. 비상약: 비상약은 아끼지 않고 종류별로 준비. 대신 잘라낼수 있는 부분은 모조리 잘라내 1g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을 했다. 아픈 사람 만나면 적극적으로 약을 나눠 줘 무게를 줄여나감.



장거리 트레킹이 처음이라 반신반의하며 준비를 하였는데 열심히 준비한만큼 모두 잘 사용하고 돌아왔다. 다음 번 장거리 트레킹에서는 1kg은 더 줄일수 있을 거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ㅎㅎ



@ 빙하, 케이블카, 그리고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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