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아가씨처럼 오토바이 타기

by 아리

1. 유행하는 헬멧을 쓰자. 땡땡이 헬멧, 고글이 달린 헬멧, 무늬 없는 선명한 색 헬멧 등 유행도 돌고 돈다.

가장 무난한 헬멧은 단순 회색이나 검은색.

2. 두툼한 카디건을 입고 청바지를 입는다. '두툼한' 이 포인트다. 하늘하늘한 카디건은 안 된다.

한국에서 늦가을에 입을 정도의 두께는 되어야 한다. 청재킷이 있으면 가장 좋다.

가장 추울 때는 (그래 봤자 우리에게는 서늘해서 여행하기 딱 좋을 7-9월) 오리털 파카까지 등장한다.


3. 손등이 까맣게 타는 게 싫은 아가씨들은 이 더운 나라에서 털장갑도 낀다.


4. 그런 다음 짝퉁 루이비통이나 짝퉁 엠시엠 가방을 크로스로 맨 다음 뒷자리에 예쁘게 놓아 엉덩이를 가린다.


5. 여성스러운 자세를 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절대 상체를 조금 숙이고 부아아앙 달리는 할리 데이비슨 류를 상상하면 안 된다.


필라테스 자세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양 팔은 옆구리로 모은다.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팔꿈치가 핸들을 잡은 손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언제나 핸들을 잡은 양 손이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다.

다리 또한 마찬가지. 무릎이 닿을 정도로 가지런하게 모은다. 쩍벌남 자세는 절대 안 된다.


처음에 나도 그 아리따운 자세를 몇 번 따라 해 보았는데 영 균형도 안 잡히고 너무 오글거려서 포기했다.

역시 난 폭주족 스타일이다.


같이 냇가에서 목욕하던 동네 여자 아이가 어느새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 휘날리며 조신하게 오토바이 타는 모습을 보고 첫사랑에 빠지는 청년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6. 백미러 하나를 조정해 얼굴이 보이게 한다. 뒤를 살피는 것은 다른 쪽 거울 하나로 충분하다.


나머지 거울 하나는 오토바이 타는 동안에도 스스로 얼마나 예쁜지 틈틈이 확인할 때 사용하거나,

뒤에 탄 친구와 대화할 때 서로 얼굴을 보거나 입모양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한다.


우리 집에서 일해주던 발리 아가씨가 (내 오토바이를 타고) 종종 학교에 아이를 픽업하러 갔는데,

그러고 나면 백미러 하나가 꼭 돌아가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학교에 데려다주려고 오토바이에 앉아 거울을 봤는데 술 먹고 퉁퉁 부은 내 얼굴이 보여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7. 참, 양말도 신어야지. 발가락 양말이면 쪼리를 신는데 편하겠지만 그냥 양말이라도 괜찮다.

엄지발가락과 두 번째 발가락 사이의 양말이 찢어지도록 쪼리를 바짝 당겨 신으면 그만이다.

8. 마지막으로 13살 때부터 오토바이를 배우기도 하는 아가씨들은 주행 중 핸드폰으로 통화는 물론 문자까지 보낸다. 고수 중 고수라고 할 수 있다.


뒤따라가다 그런 오토바이를 보면 알아서 피해 가는 것이 상책.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헤어지자라는 문자라도 받았다면 그 오토바이가 갑자기 어디로 튈지 모르니.




자, 이 정도 스펙을 갖추었다면 길거리에서 경찰이 오토바이 등록증이니 뭐니를 보자며 괜히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다. 자유롭게 롸이딩을 즐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