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붓의 어떤 밤
양희은의 노래를 부르고 들었다.
사랑 그 쓸쓸함에 관하여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랑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좋아하는 사람의 고운 목소리로 듣는 노래는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잘도 들어왔다.
두 대의 기타가 띵가띵가 반주를 했고 너도나도 돌아가며 신나는 노래도 부르고 막춤도 추었다.
그런 밤을 보냈다. 오래전, 우붓에서.
생각해보면 쓸쓸한 것은 사랑만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 참 쓸쓸한 삶을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바쁜 세상에서 쓸쓸한지도 모른 채 허둥지둥 살다 문득 돌아보니 내 삶도 참 쓸쓸했고,
건조한 입술처럼 바짝바짝 마른 순간이 참 많았다.
생기 없고 욕심내고 피로하고 미워하고 시기하던,
의욕에 불타고 신나서 방방 뛰던 그 모든 감정도 어쩌면 쓸쓸함의 다른 얼굴이었는지도 몰랐다.
쥐가 담을 타고 연못에 빠졌다가 수채 구멍으로 잽싸게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춤추고 노래 불렀던 우붓의 밤.
열대의 습도 때문인지 나는 그곳에서 삶이 조금은 촉촉해졌다고 느꼈다.
내 쓸쓸한 삶을 보듬어주었던 촉촉한 우붓이 참 좋았다.
그 촉촉함은 마당에 무심히 서 있는 파파야 나무에도,
슬리퍼 질질 끌고 찾아갈 수 있는 다정한 이웃에게도,
어디서든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는 화창한 하늘과 싱그러운 바람에도 있었으며,
다른 사람의 땀내 절은 요가매트와
오토바이 타고 뒤따라가며 마시는 거대한 트럭의 방귀에도 있었다.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고,
어른들은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빈 맥주병이 상자에 차곡차곡 쌓여 갔고 소주잔도 비어 갔다.
비가 왔더라면 더 좋았을, 선선했던 우붓의 어떤 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시간은 흘러 나는 우붓을 떠났고,
그때 그 밤을 함께 보낸 친구들도 지금은 뿔뿔이 흩어졌다.
언제 다시 우붓을 찾을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요즘,
그랬던 밤들이 유난히 더 그립다.
그 밤을 한 번만 더 만져볼 수 있다면, (내가 가진 모든 마스크를 내어 놓을... 까?)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