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세움과 글레디에이터
오래전, 나는 콜로세움을 욕망했다.
그것을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곳에 내 두 발로 서고 싶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그랬기에 로마라는 도시는 내 날 것의 욕망이 이유 없이 향하는 곳이었다.
아이는 자라 36개월이 되었고,
그동안 나는 인생의 길을 잃어 헤매었다.
헤매는 동안에도 콜로세움을 향한 욕망만은 또렷해졌다.
나는 그것을 당장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욕망이 한번 꿈틀대면 좀처럼 멈추지 못하는 못된 사람이었다.
날 것의 욕망을 따라 움직여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36개월 아이를 데리고 이탈리아로 갔다.
오직, 콜로세움이 보고 싶어서.
시간이 켜켜이 쌓인 그곳이 내게 말을 걸었다.
지금 네가 살고 있는 이 순간이,
네 삶 전체에서 어디에 속하는지 너는 모를 것이다.
다만 현재에 충실하라.
네 눈앞의 아이처럼.
콜로세움 따위 거대한 돌덩어리일 뿐인 아이만, 그곳에서 신났다.
구질구질한 욕망 따위 없이 천진하게 거기가 제집인 듯 놀았다.
신발을 벗어던지고 구석구석 뛰어다녔다.
기념품 가게에 벌러덩 드러눕는 걸 일으켜 세웠다.
그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순간을 즐겼다.
콜로세움을 보고 난 후, 나는 인생을 다 살아버린 노인의 마음으로,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로마를 거닐었다. 다른 곳들은 보아도 그만, 안 보아도 그만이었다.
가끔 그 욕망의 근원이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본다.
골똘히 생각하다 전생까지 이른다.
종국에는 글레디에이터, 사자, 왕의 엄지, 심장, 이런 것들까지.
나는 꽤 유명한 글레디에이터였으리라.
로마 시민들이 나를 보러 콜로세움으로 몰려들었다.
나는 집채만 한 사자에게 한 팔을 먹힌 외팔이 글레디에이터였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로마 시민들의 영웅이 되었고,
황제도 내게 엄지를 치켜세워 주었다.
북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 온 노예였으나 타고난 힘과 깡으로 꽤 오랫동안 콜로세움에 피를 뿌리며 살아남았다.
마지막에 두 마리의 사자를 동시에 상대하다 왼쪽 다리가 찢겨 나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싸우다 결국 사자에게 심장을 내어주고 숨을 거두었으리라.
어쩌면 나의 로마 여행은 전생의 연을 끊는 작업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콜로세움에 다녀와서도 그 연이 제대로 끊어지지 않았는지,
바람만 불면, 전생의 마지막 날 사자에게 찢긴 왼쪽 다리가 시큰거리고,
바람만 불면, 자유를 염원하며 사자에게 뜯긴 심장이 어디로 떠나고 싶어 여전히 안달인가 보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욕망, 기억하지도 못하는 전생이 좌우하는 욕망.
그토록 근거 없는 욕망을 따르는 일은 그래서,
가끔 허무한 일이다.
그저 시원할 뿐이다. 나는 콜로세움을 보았다. 그뿐이다.
그 욕망을 마침내 그곳에 놓아버리고 왔을 뿐이다.
그렇게 허무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해버릴 수도 없는 그런 욕망을 얹고,
오늘도 산다.
나의 오늘은 또 겹겹이 쌓여,
후생의 근거 없는 욕망을 만들겠지.
다음 생에서,
나는 또 어떤 욕망에 이끌려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궁금하다면, 순간을 잘 살지어다.
지금 이 순간이 모여 나의 다음 생이 될 것이니.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가을바람은 어김없이 불고, 나는 또 심장이 시큰거려 떠나고만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