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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Mar 19. 2021

02. 사야 할 것들은 사야 합니다

마음에 드는 것을 찾는게 더 어렵거든요

마음에 드는 것 = 사야 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고 싶다"는 상찬이죠.

저는 카카오메이커스도 자주 보고, (전)직장 특성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도 매일매일 봤습니다. 상품에 둘러싸여 살다 보면 가끔 필요가 만들어질 때도 있지만, 다행히 저의 오랜 소비경험들이 저를 조금은 현명하게 만들어 줬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사야 할 것들은 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오늘은요, 오늘 시켜야 하루 더 빨리 옵니다.




저도 예전에는 쇼핑을 자주 했습니다. 많이는 아니고, 자주요.

요즘은 예전만큼 자주 뭔가를 사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이 있으면 준비하는 과정에 "그 일에 맞는 옷사기"가 꼭 들어가는 건 여전합니다.

작년 제주도에 7일 있는 동안에 입은 옷은 모두 새 옷이었습니다. 다행히 여름옷은 저렴하게 사는 편이고, 작년에 너무 옷을 안 사 했어요. 안타깝게도 그 옷들은 갑자기 추워진 가을 덕분에 옷장에 잘 있기만 합니다.


가장 자주 사는 것은 책입니다. 고마운 독서모임 때문이기도 하지만, 몰아치는 시기에는 한주에 한두 권쯤은 사요. 이사할 때 가장 염려가 되는 게 책입니다.

청주 집에도 책이 다섯보다리 쯤 있는데, 제 서재는 아주 먼 일이기도 하고 책은 돌고 돌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근처 도서관에 기부하려 해요.

책 사이에 돈을 종종 끼워두는 편이라 그전에 한권한권 후루룩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이 문장을 쓰다가 영어사전에 끼워둔 돈이 생각났어요.)

그전에 중고책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는, 그러니까 알라딘 중고매장이 열리기 전 까지는 책을 중고로 판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책은 빌리거나 / 사거나 둘 중에 하나였죠.

아직까지 저는 책을 빌리거나 / 사거나 하고 혹은 주거나 / 받거나 합니다. 중고책도 아직 사보기만 했어요. 집에 있는 책들을 기부보다는 팔아야 할 때이지 않을까 고민해봅니다.


지난 토요일 약속에 입고 나간 코트는 재작년 가을에 샀습니다. 마네킹에 걸려있는 옷을 보고 눈이 자꾸 갔는데, 갓 나온 신상이라 할인이 안되더라고요. 짧은 고민 끝에 바로 산 그 옷은 지금 봐도 너무 잘샀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야 할 것들은 사야 합니다. 오늘의 고민은 배송을 하루 더 늦게 만들 뿐이에요.

많이 사다 보면, "아 이건 결국 사겠구나"와 "이건 안 사겠구나"를 빠르게 판단하는 경지에 오릅니다.(그 과정에서 지나간 수많은 물건들과 비용에 경의를 표합니다.)

많은 실패와 그만큼 많은 성공들 덕분에 저는 지금 제 취향과 수준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제는 직장 동료나 친구들이 매장을 돌다가 옷을 보고 제가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말해줄 정도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잘 알고 계시군요.

요즘은 마음에 드는 것을 찾는게 어려워져서, 사고 싶은 옷이 나오면 신이 납니다.

디자인이 맞으면 가격이, 가격과 디자인이 맞으면 때가 지나기도 하고 막상 입었을 때 태가 안나기도 해요. 그 모든 역경을 거쳐 지금 제 책장에, 옷장에, 찬장에, 신발장에 그 밖의 갖은 장들에 들어온 모든 물건들에 감사합니다.




"일단 질러! 질렐루야"라는 다음 월요 웹툰이 있습니다. 여러 아이디어 상품들을 소개하는 만화인데 재미있어요. 한편 쭈욱 읽고, 실사용자들의 후기가 가득한 댓글을 읽어보는 맛이 쏠쏠해요. 광고성도 아니고, 다들 진솔하기 때문에 광고가 가득한 세상에서 쉬어갈 틈이 되어 줍니다.


작년에 새로 산 것들 중에서는 보드게임 "텔레스트레이션", 향수 "블루 드 샤넬", 지난 글에서 쓴 "브리타 정수기"가 아주 칭찬할만합니다. 할인 때문에 산 "메이비베이비" 향수는 덕분에 아직도 두 병이 새것이네요. 선물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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