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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Mar 16. 2021

01. 물을 많이 마십니다

집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차이들

퇴사 후 집과 학교, 카페 등 실내에서 보내며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물을 엄청 많이 마시게 되었다는 겁니다. 책상 업무가 가장 중심이 되는 일을 하며 4년 동안 회사에서 화장실을 잘 못 갈 때가 많았습니다.

업무도 타이밍예요, 보고 타이밍을 놓치거나 지금 막 떠오르는 이 영감을 잃기 싫어서 화장실을 거르다 보면 하루 내내 일하고 화장실은 점심 먹으러 직원식당에 갈 때 한 번인 날도 많았죠.

포털에서 자주 나오는 것처럼, 저도 물을 많이 마시려고 노력합니다. 회사에서 적어도 1.5L는 마셔야지 하는 마음으로 텀블러 3개를 일일 목표로 삼았지만, 시간이 없고 더 중요한 일들에 밀려 거의 지켜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도 김밥을 먹을 때도 딱히 물을 찾지 않고, 국 없이 먹는 식사가 기준 인터라 아 그냥 내가 물을 잘 안 마시는 편인가 보다 생각하고 넘겨왔던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요즘 저는 하루에 3L 가까이 물을 마십니다.




프로게이머 분들이나, 전문 스트리머분들의 방송을 보면 1년 정도 전부터 엄청 큰 물컵이 화면에 많이 등장했습니다. 말을 많이 하거나 긴장을 많이 하는 직업이니 그러려니 했는데, 요즘 말도 없이 벌컥벌컥 물을 마시는 저를 보면서 물을 마실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 건가 싶기도 해요. 제가 이렇게 물을 많이 마신 다는 걸 자각하는 이유는 제가 혼자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계속 생수를 배달시켜 마시다가, 작년부터는 브리타 정수기를 사서 수돗물을 걸러 마십니다. 생수 배달비가 아깝기도 하고, 플라스틱 걱정도 조금 되어서 무려 "한국형 필터"가 출시된 독일제 정수통(?)을 써요.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 물통은 3.5L짜리인데 매일 아침 물을 채워둬야 그날 하루를 나더라고요. 이전처럼 1L짜리 생수를 배달시켰더라면 꽤나 자주 물이 없어 곤란했을 겁니다. 요즘은 인터넷 방송에 자주 보이던 그 큰 물컵을 살까 했지만, 일렬로 자리한 텀블러들에게 미안해 그만뒀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회사분들을 만나면 얼굴이 좋아졌다고 많이 말씀하시던데, 지금 생각해보면 물을 많이 마신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화장실을 제때 가는 것도 물론 한몫하겠죠. 스트레스가 줄어서 등의 이유는 너무도 당연하니 '물을 많이 마셔서' 정도로 화합하려 합니다. 계속 자리에 앉아 일하면서 50분에 10분은 쉬어주려고 했는데, 4년 내내 지키지 못해 좀 안타까워요. 유통업계의 사무직은 사무직이면서도 참 급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업종, 다른 회사와는 조금 달랐겠구나 하고 이제야 생각해 봅니다.

 



그제 저녁에 약속이 있어 삼각지에 갔다가, 삼각지-용산-서부이촌 쪽을 한참 걸었습니다. 유인철도건널목도 보고 아주 재미있었어요. 도시와 거리를 좋아하는 친구랑 만나니 좋았습니다.(대기업에서 가지고 나온 것은 아직까지는 사람들이네요.) 그러곤 효창공원에서 집까지 걸어왔는데 50분가량 걸리더라고요. 그전에 걸은 것 까지 합쳐보니 두 시간 반쯤 되고, 자려고 누우니 다리가 뻐근했습니다. 다행히 무릎은 괜찮아진 것 같아 일요일에 북한산을 재도전하려 합니다. (지난번 한라산 등반 뒤에 가볍게 보고 갔다가, 아주 호되게 당했었어요.)


날이 따뜻하고, 공기가 안 좋다는 문자가 오는 걸 보니 봄인가 봅니다. 남부지방은 벌써 꽃이 잔뜩 일 텐데, 시국이라 뉴스에서 봄을 알리지 않아 저 남쪽의 봄소식은 드물게 올라오나 봐요. 봄옷은 늦었으니 여름옷을 준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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