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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Mar 25. 2021

03. 좀 바빴습니다

그... 이유를 좀 적어보자면요...

회사를 다닐 때, 지원부서에서 일하면서 취합받을 일들이 많았어요. 제가 일을 시작하려면 누군가의 일이 끝나는 걸 기다려야 할 때가 많다 보니 나 때문이 아닌 남들 때문에 기한에 일을 마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먼저 안부의 때가 지난 것에 대한 사과를 (저에게도) 하며, 그 길고 유려한 사유를 적어볼까 해요.




3.21(일)은 북한산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2월에 한라산을 다녀오고, 그다음 주에 북한산 산행을 갔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서 알람못듣고 친구들 약속시간에 늦음 + 보조배터리만 가져가고 충전 케이블을 놓고감 + 북한산 만만하게 보고 물한병도 안챙겨감" 3단 패착으로 다른 루트로 북한산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와 만나지 못한 채 켜지지 않는 핸드폰만 붙잡고 평창동으로 패퇴했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등산가방에 먹을 것도 챙기고 잘 준비해서 재도전했습니다.

아침 9시에 우이동에서 출발해서 도선사를 지나 대동문까지 올라가 주능선을 타고 문수봉-승가봉-비봉-향로봉-족두리봉-불광역 길로 다녀왔습니다. 총 다섯 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오늘만 해도 봄처럼 따뜻한데, 하필 이날만 산에 우박이 엄청 내렸습니다. 바람도 굉장히 강했고요. 등산하면서 후두두둑 떨어지는 우박을 만났지만 친구랑 가서 엄청 웃고 떠들며 재미있게 다녀왔습니다.

끝나고 내려오니 세시쯤이었고, 식사를 위하 합류한 다른 친구와 함께 신촌 소신이쏘에서 갈비찜을 먹으려 했으나, 대기시간이 30분쯤 있다고 하여 포기했습니다. 이 시국에도 맛집들은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3.22(월)에는 집을 보러 몽촌토성역에 다녀왔습니다.

신촌집을 이사해야 하는 기한이 생겼고, 저도 더는 미루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미리 생각해 두었던 동네들을 좀 둘러봤어요. 갔다가 신규 분양하는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에 잡혀 들어갔었는데, 직원분이 심심하고 또 친절하셨는지 거기뿐만 아니라 제가 보러다닐까 했던 집들과 동네를 같이 돌아주셨어요.

하지만 제가 보려고 했던 4월 첫입주 예정이던 오피스텔은 아직 사전점검도 전이고, 복층+오피스텔의 로망이 치르는 값이 너무 비싸서 단념했습니다. 혹시 내가 월세를 조금 내더라도 신축에 교통의 요지+강남에 살고 싶다 하시는 분은 몽촌토성역(방이동) 추천해요. 거기가 예전 모텔들 자리였는데 주거용 오피스텔들로 싹 재개발 중이더라고요. 길 건너면 바로 올림픽공원이기도 해서 동네는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점심시간부터 오후까지 동네 구경하고 집보러 다니다가 퇴근하는 친구와 만나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을 구하지 못해 살짝 심란한 마음도 들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3.23(화)에는 집을 보러 삼전역-석촌고분역-석촌역을 다녀왔어요. 신설된 9호선이 지나고, 잠실과 가까워 좋은 동네라고 추천받았던 곳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가봤는데 송파에도 이런곳이!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점심때부터 동네를 계속 걸으면서 역이나 동네마다 부동산을 두세군데 들렀어요. 저는 집을 보러 다닌 경험도 많고, 불안함과 함께 열심히 구하면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편이라 많이 걸으면서 불쑥불쑥 부동산을 들어가는 편입니다. 하지만 제일 좋은 건 직방에서 매물을 보고, 해당 부동산들에 미리 연락을 해서 특정 방이 있느냐 묻고, 자기가 원하는 조건을 정확히 얘기해서 방문 전에 중개사분들에게 리스트를 뽑고 준비할 시간을 주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집 크기를 좀 줄이면서, 월세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반전세 집을 찾고 있었는데 기대 없이 들어간 석촌고분역 부동산에서 좋은 집을 만나 계약을 하기로 했어요. 사실 완전 신축 월세집과 살짝 고민을 했는데, 부동산 대표님께서 1년에 100만원이면 크다, 어차피 남의집 들어가서 사는 거 살다 보면 월세 적은 게 제일이다 등등 너무 현실조언을 해주셔서 빠르게 결정했습니다.

보증금이 높고 월세가 낮은 반전세집은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아서 이 집도 경쟁자가 많았습니다만, 다음날 와서 바로 계약서 쓰기로 하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전)회사 동기들과 만나 저녁을 먹었어요. 소고기 꿀맛이었습니다.


3.24(수)에 계약서를 쓰러 삼전역까지 갔습니다. 신촌에서 한 시간 이십 분쯤 걸리더라고요. 정반대 동네로 이사 간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계약서를 쓰는데 잔금 날짜로 오래 고민을 했어요. 은행 대출은 무리 없어 보이는데, 제가 신촌집에 있는 보증금을 빼서 잔금을 치러야 하고 또 제 집이 다른 분과 계약하는 며칠간의 공백 때문에 보증금을 바로 돌려받을 수 있을까 염려를 했습니다. 미리 신촌집 주인분과 이야기를 끝내는 게 가장 좋았겠으나, 급박하게 계약을 진행하는 터라 미리 협의가 되지 않아 지금도 살짝 불안한 상태이긴 해요. 잔금 및 이사 날짜는 9일이니까 그때까지 잘 해결해보려 합니다. 어제는 계약하고 돌아오니 다섯 시쯤이었고, 불안과 피곤이 쌓여 집에서 쉬었습니다만 밤에 (전)회사 선배분이 급습을 하여 늦게까지 맥주를 마시며 여행 가고 싶다는 푸념을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분이 이 집을 이어받기로 하셨는데 저를 좋아하시는 건지 이 집을 좋아하시는 건지 종종 들르시네요. 아마도 후자의 이유가 더 커 보입니다.



북한산을 등산하고 저의 서울 산행 경험들을 적어가려 했는데 살짝 뒤로 미뤄야겠습니다. 이사를 조금 더 확실하게 해야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아요. 그때까지 비정기적인 안부를 전하려고요. 카카오뱅크께서 청년+무직자 대출을 허해주신다는 믿음과 함께 제 몫인 잔금을 마련해야 하거든요. 저는 여기에 더해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했고, 4월부터는 화훼장식기능사를 1차 목표로 송파에 있는 학원을 다닐 거예요. 기회가 된다면 카페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싶고, 시와 소설을 쓸 여유와 성실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별일 없는 안부입니다. 사실 글을 바로바로 써서 정리하는 게 좋지만 대단치 않는 상황에서 대단치 않은 고민을 하고 있는 저를 소개하기가 가끔은 망설여지기도 해요. 이사할 때마다 부동산을 찾고 집을 둘러보면 세상은 비싸지고, 저는 낡아가는 불안을 마주합니다. 다행히 열심히 발품을 팔면 내 집 하나는 항상 있었다는 과거의 긍정들 덕분에 이번에도 잘 걸어가고 있습니다. 좋고 나쁜 여러 소식 또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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