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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May 24. 2021

06. 자전거 타고 춘천 다녀왔습니다

부처님 오신날은 봄이고 날도 좋던데... 아부지?

지난 5.19(수)는 부처님 오신날이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동창이 준 자전거(헬멧, 장갑, 패드바지, 선글라스 등 일체 포함)를 타고

친구와 함께 춘천을 다녀(갈때는 자전거 - 올때는 itx)왔습니다.

한동안 날이 안좋아 걱정했었는데, 부처님의 자비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날씨였어요.


삼전동으로 이사오니, 강남의 평지와 양 옆의 강(탄천과 한강) 덕분에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동네분들도 자전거를 많이 타시더라구요.

마침 친구가 타지 않는 자전거가 있다길래, 4월 중순에 천안에 가서 SRT에 실어왔습니다.


(전)회사 동기중에 친한 친구(국토종주 1회, 지난 여름휴가 좋은 호텔 다 놔두고 굳이 동해안 자전거 종주 1회)가 부처님 오신날 자전거를 타자고 제안해줘 아침에 일어나 자전거를 들고 쫄래쫄래 하남검단산역에 내렸습니다.

역에 도착하니 9시 반쯤 되었고, 편의점에 들른 뒤 10시쯤 출발했습니다.

기록을 보니 11시쯤 팔당에서 밥을 먹었고, 10~15km 사이마다 잘 쉬어주었네요.

자라섬 즈음에 도착하니 오후 두시쯤 되었는데, 해가 강해서 카페에서 한시간쯤 쉬기도 했어요.

춘천시청에 도착하니 오후 여섯시 이십분쯤이어서 명동으로 넘어가 닭갈비를 먹고, 여덟시 삼십분 itx를 타고 잘 돌아왔습니다.

거리는 92km, 자전거를 타고 달린 시간은 5시간이 조금 넘고, 평균 속도는 18km/h입니다.

집에서 아침 여덟시 반쯤 나서서 밤 열시를 조금 넘겨 돌아왔으니 14시간이 조금 못걸렸습니다.

자전거 타고 닭갈비 맛있게 먹고 돌아오는 내내 부처님은 잘 왔다 가셨는지 날이 아주 좋았습니다.


팔당에서 춘천까지는 자전거전용도로가 거의 끊이지 않고 이어져 있습니다.

저는 공도와 차를 무서워해서 이 여정이 정말 좋아요.

중간에 앞바퀴가 빠져 날아간 뒤 병원에 실려가는 미래까지 떠올라 잠시 속도를 못냈지만

길은 대부분 잘 정비되어 있고, 남한강과 북한강을 따라 가는 길이라 시원합니다.

같이 달려주시는 분들도 다 매너좋고 멋지신 분들이었어요.

그 중 제일 멋진, 저에게 이 여정을 제안한 (전) 회사동기 (현) 살짝 먼 이웃 주민께 감사를 전합니다.

자전거는 아주 어릴 때부터 탔지만 장거리는 처음이었거든요.




이번 여정을 빼면,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자전거와 관련된 추억은 2015년(?) 오키나와 여행에 있습니다.

여행 중간에 이에섬이라는 작은 섬에서 1박을 했는데, 낮고 완만한 섬이고 자동차가 많지 않아 자전거 타기 좋은 섬이었어요.

여행을 준비하며 자전거를 빌려주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같이 가기로 한 친구 한명을 자전거를 가르쳤습니다.

25살에 혹독히 자전거를 배우고, 또 가르친 보람이 넘치게 이에섬은 너무 예뻤고 애니메이션 부럽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오키나와는 제가 다닌 많은 여행 중에 정말 평화롭고 행복했던 여행이에요. 언제라도 또 가고 싶습니다.

고래상어로 유명한 추라우미 수족관에는 더 이상 고래상어는 없다고 해요.

이번 여정을 함께한 친구가 오키나와 갔을 때 저 고래상어 인형을 선물로 부탁했었습니다.

참 신기한 인연이라기보다, 같이 한 기억들이 많으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나라에 자전거길이 이렇게 잘 조성된 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청주에 있을 때에는 자전거탈 생각을 못했으니, 서울이 잘 정비된 것도 있어요.

서울 생활을 꽤 했어도, 산이 볼록볼록 도심으로 들어온 한강 위쪽에 살다보니 자전거 탈 일이 없었습니다.

이사를 하고 환경이 바뀌고 여유가 생기니, 여전히 할 일이 많습니다.


덧,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다보면 멋진 인라인 타시는 분들을 가끔 봐요.

제가 전에 인라인 정말 좋아했거든요. 요즘 자꾸 생각이 납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탔었는데... 허벅지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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