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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Apr 07. 2022

16. 여수순천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순천은 이제 스무 번을 훌쩍 넘긴

 지난 일/월(3/4)에 여수에 다녀왔습니다. 2주 전에 다녀온 경주 벚꽃은 피기 직전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예뻤어요. 봄은 서울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여수에는 여수공항이 있어요. 저는 틈날 때마다 순천을 다녀갑니다. 여수에서 순천은 차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만, 저는 면허를 올해 초에 땄기 때문에 보통 순천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고속철도나 버스를 이용했어요.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 간 덕분에 공항에서 쏘카를 빌려 편하게 다녀왔습니다.


 아홉 시에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여수에는 열 시쯤 내렸어요. 쏘카를 빌려 지난번 여수 갔을 때 너무 좋았던 어느멋진날 카페에 가서 이틀간의 여정을 친구들과 결정했습니다. 친구들이 순천만습지에서 일몰을 본 적이 없다고 해서 제가 순천으로 끌고 갔어요. 점심메뉴는 맥도날드였습니다. 이 친구들이랑은 제가 징집 생활을 할 때 만나 벌써 12년 넘게 놀러 다니고 있어요. 국내 곳곳은 물론 19년 뉴욕도 같이 다녀왔습니다. 셋의 합이 아주 잘 맞는데, 저번에 이야기하다 보니 MBTI가 저와 친구A는 E/I만 같고 모두 다르고, 친구 B는 E/I만 다르고 모두 같더군요. 자동적으로 친구 A와 B는 모두 다릅니다.  다행히 셋의 음식 취향은 아주 잘 맞는 편이에요. 저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햄버거인데, 이 친구들 모두 맥도날드를 사랑하고 저처럼 가리는 음식이 많아서 회나 토속음식들은 피하는 편입니다. 때문에 이 그룹으로 여행을 가면 꼭 햄버거를 먹는 편이에요. 여수까지 가서 맥도날드가 웬 말이냐 하시겠지만, 저희는 뉴욕에서 첫끼를 버거킹으로 시작했고 비싸고 좋은 레스토랑 사이사이에 뉴욕 곳곳의 햄버거집을 꼬박꼬박 들렀습니다. 저는 돌게장, 삼합, 바지락, 칠게 등 여수와 순천에서 유명하다는 음식은 다 먹어보기도 했고, 다른 두 친구도 딱히 궁금해하지 않아 언제나처럼 맥도날드와 함께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낙안읍성으로 갔어요. 날이 좋아서 산책하기 너무 좋았습니다. 낙안읍성은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성을 따라 한 바퀴 돌면 그렇게 행복해질 수가 없습니다. 봄이 가기 전에 꼭 한번 가보시기를 추천해요. 그 뒤로 순천만습지에 가서 일몰시간에 맞춰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순천만의 일몰은 언제나처럼 아름다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일몰만큼이나 일몰을 보고 내려와 순천만 습지 밖으로 나가는 시간을 좋아해요. 나가는 길이 남서쪽으로 나있어서 앞에는 아직 노을이 지고 있고, 뒤에서는 푸른 밤이 쫓아오거든요. 너른 갈대밭에서 고개를 들어보면 저녁과 밤의 경계가 시리게 걸려있습니다. 순천만 습지에서 일몰을 보고 나오실 때 꼭 여러 번 뒤돌아 봐 주세요. 시간에 따라 잠겨오는 밤이 그곳에 있습니다.


 숙소는 여수의 베네치아 호텔을 잡았어요. 위치도 좋고, 싱글 침대가 세 개 있는 방이 있어 고민 없이 골랐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8시 반쯤 되었더라구요. 삼합을 먹으러 구글맵에서 찾은 식당으로 갔는데, 손님이 한 테이블 밖에 없고 마감이 열시라 돌아 나왔습니다. 식당을 가는 길에 BHC치킨이 보여 저녁도 프랜차이즈로 해결했습니다. 여수 맛집을 사랑하시는 분들께는 송구스럽게도 치킨이 아주 맛있었습니다. 그 뒤로 낭만포차 거리에 사람들을 구경하러 갔다가 돌아와서 쉬었어요. 저는 독전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다음날에는 매콤한 게 당겨 짬뽕을 먹으러 갔어요. 그러나 월요일에 쉬는 집들이 많아 두 번을 돌아 나온 뒤에 착한쭝식이라는 중식당에 갔습니다. 지독하게도 이곳도 프랜차이즈예요. 그러나 짬뽕과 탕수육은 너무 맛있었습니다. 밥을 좀 서둘러 먹은 이유는 오후 일정에 향일암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수의 끝의 끝으로 달려 가야 볼 수 있는 작은 암자인데, 처음 갔을 때 너무 아름다웠어서 다시 가보고 싶었어요. 여수에 몇 번 왔지만 거리도 멀고 여행 루트가 애매해서 못 갔었는데 시간을 내서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간 향일암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처음 느낀 감동만큼은 아니더라구요. 시설 정비 중인 곳도 있고, 소원을 비는 각종 상품들이 많아 아쉬웠습니다. 여수공항으로 돌아오면서 장도에 들러 산책하고 다섯 시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아주 알찬 1박 2일이었어요.


 여수/순천 여행을 정리해볼까요.

 비행기를 타세요. 가격도 고속철도와 싸거나 비슷하고 시간은 3시간가량 단축됩니다.

 여유가 된다면 순천만습지 일몰을 추천합니다. 거리가 안된다면 와온해변도 좋아요.

 순천에 가신다면 낙안읍성도 들러주세요. 습지와 차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꼬막정식, 돌게장 등 지역음식들은 저는 좋았습니다. 한 번쯤 먹어보시고 빅맥으로 돌아오셔도 돼요.

 향일암은 겨울이 더 좋았습니다. 새파란 바다를 보려면 하늘도 그래야 하거든요.


 문경에 가려다가, 급히 바꾼 여수/순천은 너무 좋았습니다. 저는 너무 자주 가서 처음만큼의 감동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좋은 장소에 좋은 친구들과 가는 건 언제나 보장된 성공이죠. 봄의 걸음이 느리게 느껴지시는 분은 시간을 내서 다녀오시는 걸 적극 추천합니다.



 친구 A가 맥도날드 필레오피쉬를 좋아해요. 저는 생선까스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계속 피하다가, 이번에 한입 먹어봤는데 경악스럽게도 생선까스 맛이었습니다. 야채도 하나 들어있지 않고 심지어 치즈가 있더군요. 다행히 빅맥으로 입가심을 했지만, 필레오피쉬가 상상했던 딱 그 맛이어서 더 놀랐습니다. 이제 다시는 안 먹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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