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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Apr 01. 2022

15. 경주 글램핑 다녀왔습니다

그게 지난 일-월이긴 하지만요

 여행을 즐긴다는 것보다 싸돌아다닌다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국내여행을 좋아한다. 내일로 3번을 비롯해 마음의 도시 경주, 영혼의 도시 순천, 제2의 고향 대구, 개인 별장이라 주장하는 괴산 등지는 적어도 스무 번은 넘게 다녀온 곳이다. 경주는 전통주 내일로 때의 추억이 너무 예뻐서, 순천은 처음 본 순천만의 노을을 잊을 수 없어서, 대구는 두 번의 드림클래스 모두 경북대에서 합숙하며 지내서, 괴산은 좌구산 휴양림이 너무 좋아서 등 각 장소의 첫인상이나 겹겹이 쌓인 추억들 때문에 틈만 나면 찾아가려 한다.


 경주를 처음 간 건 아마도 가족여행이겠으나, 첫 기억은 중학교 수학여행이다. 그 뒤로 잊고 있다가 2015년에 친구들과 떠난 전통주 여행에서 만난 경주 교동법주(뒤에 아주 길게 칭찬하겠다)와 숙소, 여행과 공기 모든 것이 좋아 뒤로 자주 찾게 되었고 경주 바다와 문무대왕릉의 기묘함, 한수원본사와 그 맞은편 풍력발전소 언덕, 자전거를 타고 도는 왕릉들과 월지의 야경, 겨울 불국사와 봄 벚꽃 등 경주에 대해 얘기할 것들은 너무나 많다. 고속철도 신경주역이 있으며 포항이나 울산, 부산, 대구와도 가깝기 때문에 경주를 거쳐 경상권을 여행하기도 좋다.


 경주 여행에 대한 정보는 온라인과 많은 지인들을 통해 알 수 있을 테니, 나는 조금 새로울만한 것을 강매해볼까 한다. 우선은 경주국립박물관의 성덕대왕신종이다. 경주국립박물관 자체도 아주 훌륭하나, 박물관은 취향을 탄다. 경주 박물관 앞뜰에는 에밀레종이라 불렸던 성덕대왕신종이 걸려있는데, 기억하기로 15분마다 이 종소리를 들려준다. 성덕대왕신종의 보존을 위해 아주 섬세한 과정을 거쳐 녹음한 종소리를 대신 틀어주는데 초여름 저녁 종각 근처에 앉아 시원한 바람과 함께 듣는 이 종소리가 너무나 아름답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입장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경주의 모든 명소를 충분히 다 즐겼다면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를 추천한다.


 더하여, 경주에 간다면 교동법주를 꼭 마셔보길 강권한다. 전통주 내일로 여행 때 만난 10여 종의 전통주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술로 그 이후 꽤나 많은 전통주를 마셔봤지만 이만한 감동을 주는 술은 없었다. 최부자집으로 유명한 경주 최씨 집안의 가양주로 그 자체로 국가무형문화재이며, 일본의 청주와는 결이 다른 한국의 청주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여름에는 술을 빚지 않고 가격도 꽤 나가는 편이지만 경주 밖에서는 구입이 쉽지 않고(온라인 판매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살균처리를 하지 않은 생주라 경주에서 사서 그날 바로 즐기는 것 또한 강권한다. 도수가 17도로 높지 않고, 차게 마시는 술이라 경주의 겨울을 그대로 담아낸다.


 경주에 글램핑을 다녀와서 적는 글이지만, 글램핑 이야기는 적다. 경주 별빛마루 글램핑장에 1박 2일로 다녀왔으며 전회사 동료였던 형 두 분을 뫼시고 다녀왔다. 일 년에 수십 번 국내를 싸돌아다니며 제일 선호하는 숙소는 가성비 좋은 호텔이고, 정취와 바비큐를 노린다면 펜션을 가는 편이라 캠핑/글램핑류는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이참에 다녀왔다. 날이 약간 쌀쌀해 벚꽃이 막 피려는 참이었으나(돌아오는 주에는 환상적일 것이다) 글램핑이 주려는 감성을 맛볼 수는 있었다. 숙소도 편안했고 시설도 좋았으나, 공동시설들과 난방(아주 따뜻했으나 공기를 데우는 방식이라 건조했다)이 조금 아쉽고 호텔이나 펜션 대비 개인적인 취향에는 덜 맞는 편이라 앞으로 캠핑류를 떠날지는 의심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 힐튼호텔 사우나를 갔는데 마사지풀에 누워 호텔을 찬양하고 돌아왔다는 것을 덧붙인다. 비투숙객 24,000원이었으나 아주 만족스러웠다.


 경주 여행은 모든 계절에 좋으나 벚꽃이 피는 봄과 눈 내린 불국사를 볼 수 있는 겨울을 추천한다. 고속철도로 신경주역에 내려 렌터카나 쏘카 등을 이용해 여행하는 것이 좋으며 2박 3일은 살짝 아쉽고 3박 4일은 넉넉하다. 물론 그 뒤에도 여러번 경주를 찾아 경주의 시간만큼 자신의 추억도 켜켜이 쌓는 것이 좋다.



 18년 겨울쯤 친구와 경주 문무대왕릉에 간 적이 있다. 한국 무속에서 중요한 장소라 문무대왕릉 앞바다와 인접한 땅에는 신당에 많고 우리가 갔을 때도 신당과 해변에서 굿이 벌어지고 있었다. 경주 시내에서 차로 오랜 시간이 걸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채 15분을 머물지 못하고 돌아 나왔는데, 멀리서 울리는 징소리와 너른 바다가 주는 광활함 그리고 이 세계가 아닌듯한 무거운 공기 때문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덕분에 한수원 본사와 풍력발전소 언덕을 발견하긴 했으나 지금도 그때 기억을 생각하면 묘해진다. 지금은 많은 신당들이 철거되었다고 하다, 가끔 굿이 벌어지나 보다. 19년에도 문무대왕릉을 갔었으나 그때와 달리 아주 푸르고,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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