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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May 11. 2022

ㅅ.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춤도 노래가 있어야 추지 않겠습니까

 어버이날을 맞아 청주에 다녀왔습니다. 부모님이 단양에서 효도를 하고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내려갔어요. 차 트렁크에 한가득 실린 장이며 반찬을 집에 내려두고, 부모님과 외식을 하러 나갔습니다. 가족 전부가 겹치지 않는 메뉴에 불을 쓰지 않는 곳을 찾다 보니 중식당을 가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코스를 먹을까 하다가 다들 그리 배가 고픈 것 같지 않아 식사와 양장피(엄마는 안 먹어봤다고 주장했지만, 저랑 갔던 중식당 코스요리에 분명히 포함되어 있던), 탕수육을 시켜 간단히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전에는 간단히 먹어도 10만 원을 훌쩍 넘기던 식비가, 다들 세월이 지나며 양이 줄었는지 금액도 같이 줄었어요.


 오랜만에 내려와서 청주에 있는 친구들과 만날까 하다가, 지난주 이태원에서 회식이 끝난 뒤 택시를 잡느라 고생했던 생각이 나서 집에서 쉬었습니다. 청주도 늦은 시간에는 택시잡기가 아주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긴 목욕이나 해야겠다 하고 욕조에 물을 받다가 교정 유지장치를 식당에 두고 온 걸 깨달았습니다. 지난해 1월쯤 교정이 끝났지만, 탈착형 유지장치는 오래오래 끼고 있어야 하거든요. 먹을 때마다 빼다 보니 요즘은 집에서만 끼곤 하는데, 밥을 먹을 때 빼두고는 잊어버린 거예요. 올해 1월 여행지에 두고 와 40만 원을 주고 새로 맞춘 지 두 달이 채 안됐던 터라 등 뒤가 서늘해졌습니다. 밥값 8만 원보다 교정기 가격이 다섯 배는 더 나가니까요. 식당에 전화했더니 치우면서 따로 보진 못했다고 하셨습니다만, 휴지로 쌓여 있을 건데 비싼 거라 꼭 확인을 부탁한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어요. 다행히 사장님께서 쓰레기 봉지를 뒤져 찾아주셨고, 다음날 버스터미널 가는 길에 들러 찾아왔습니다.


 식당으로 가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 한 박스를 샀어요. 선행에 대한 보답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 묶어둔 쓰레기봉투를 풀었을 때 기분은 저도 알아야지요. 제가 받은 것에 비해서는 작지만,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것이 돌아온다고 믿는 저를 위해서도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카운터에서 제가 돌려받은 것은 제 교정기와, 40만 원과 그 수고로움이고 음료수를 주며 다시 건네받은 감사와 만족감입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지만, BGM이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요?


 호텔에서 일을 하면서 카트에 무거운 짐을 싣고 문을 넘나들 때가 많습니다. 봄 수국은 매일 물을 줘야 해서 찰랑이는 물통을 가지고 턱을 넘는 게 보통 일은 아니죠. 그때마다 문을 잡아주시는 다른 직원분들이 얼마나 고마운 지 모릅니다. 그때마다 꼭 소리 내서 감사하다고 말하거나 (너무 지치고 힘들 때라도) 고개 인사를 드립니다. 그분들의 작은 선행이 저의 작은 수고로나마 보답받기를, 그래서 그 선행이 저와 다른 사람에게도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서 제가 행한 모든 좋은 일들이 결국 세상이 아니라 저에게 좋은 일이 되기를 바라요! 선행에 대한 작은 보답들이 쌓여 좋은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들과 선한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행한 모든 귀찮고 좋은 일들이 내 만족이나 말뿐인 칭찬을 넘어 꼭 보답받는다는 믿음이 이어지기를, 그 믿음을 위해 노력하기를 권합니다.



 중학교 학생들에게 인성 진로특강을 나갈 때마다 항상 말합니다. 지내보니 정직과 직진이 옳은 답이라고 말이죠. 몇 번은 거짓으로 넘어가 쉽게 지나간다고 해도, 그다음 한 번 걸렸을 때 더 큰 대가를 치른다고 말이죠. 정직들은 쌓여야 큰 바탕이 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작은 보답이라도 꼭 꼭 받았으면 합니다. 문을 잡아 줬을 때 감사하다는 인사를,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줬을 때 '물질적인' 감사를, 당신은 좋은 사람이라는 명시적인 칭송을 말이죠. 좋은 사람의 정직과 수고에 엄격하지 말아요. 착하고 좋은 사람이 손해보지 않는 우리를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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