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둥둥 Dec 10. 2022

28. n번째 제주 다녀왔습니다

아직도 안 가본 곳이 많더군요

 지난 월요일(5일)과 화요일(6일)에 1박 2일 일정으로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이라고 생각은 못했는데, 작년 12월에 다녀오고 1년 만이더라고요. 올해는 계속 호텔에서 일하느라 생각보다 바쁘기도 했고, 제주보다 순천을 더 자주 가게 됐었어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제주는 어른이 되고 나서 15번쯤 간 것 같아요. 청주에 있을 때는 아침에 갔다가 저녁에 온 적도 있고, 저녁에 갔다가 다음날 점심에 온 적도 있으니 저것보다 적지는 않을 겁니다. 제주에 가서 엄청나게 특별한걸 하진 않아요. 하지만 비행기를 탄다는 번거로운 즐거움이 있고, 바다와 오름과 좋은 기억들이 있으니 자주 가게 됩니다. 지인들이 여행지로 제주를 좋아하기도 해서 기회가 가면 꼭 따라가려고도 해요. 이번에도 저는 이틀만 있었지만, 같이 출발한 친구는 나흘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을 따라 제주를 4등분 하고, 중학교 때 배운 기억으로 각각 1~4 사분면으로 구분해 기억하고, 일정을 짭니다. 왼쪽으로 돌지, 오른쪽으로 돌지,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다 보면 생각보다 명료해져요. 이번에는 새벽 비행기로 출발해서(6시 50분 이륙이었습니다) 낮 일정을 여유롭게 잡고, 일몰을 보기로 했습니다. 수월봉에 가야 하기에 자연스레 서쪽으로 돌아 2,3 사분면 중심으로 호텔과 갈 곳을 정했어요. 1박 2일 일정을 간단하게 소개해드립니다.


 아침 일찍 홍대입구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했습니다. 6시 50분 에어부산 비행기였고, 오전이라 사람이 적어 공항에 6시 15분쯤 도착했는데도 널널했어요. 저는 모두에게 바이오 인증을 강요하는 편인데, 아주 적은 확률로 신분증을 안 가져왔을 때를 대비해서(국내선만) 이기도 하고, 국제선 이용 시 수속 시간을 꽤나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는 대신 손바닥을 대기만 하면 돼서 아주 간편해요. 인천공항 국제선, 김포공항 국내선, 김포공항 국제선을 각각 다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시간이 되실 때 꼭 해두시기를 추천합니다. (수속 후 탑승장 안쪽에서도 등록이 가능해요. 탑승 기다리실 때 등록하셔도 됩니다)


 제주에 내려서 소카를 빌리고 즐겁게 맥모닝을 먹었습니다. 아침 일정에 맥모닝만 한 게 없어요. 제주 느낌을 좀 더 내고 싶으시다면 보말죽도 괜찮습니다만 저는 맥도널드를 너무 애정 하기에 이번에는 맥모닝을 골랐습니다. 해안도로를 타고 애월 쪽으로 가 카페에 들러서 이야기를 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애월 안쪽으로 제가 제주에서 제일 좋아하는 인도 음식점이 있어서 서쪽으로 돌 때면 꼭 들리려 해요. 위치가 살짝 애매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셋이서 가서 메뉴를 하나 더 시킬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은 부분이었어요. 4년 전쯤 처음 간 곳인데 확장을 하고 정원도 더 예뻐지고 있더군요. 처음의 그 충격적인 감동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맛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느지리오름을 갔는데, 제가 그리던 느낌이 아니라 도중에 빠르게 내려와서 생이기정길에 갔습니다. 제주에는 성 김대건 신부님의 제주 표착 기념관과 성지가 있는데, 바로 그 앞쪽의 생이기정 길이 너무 예쁘거든요. 제주 올레길 13코스 중 일부인데 제가 제주에서 정말 좋아하는 길입니다. 천천히 걸어도 1시간 정도 걸리는 짧은 길이지만 제주를 온전히 담아볼 수 있어요. 수월봉 바로 근방이라 오후에 가서 일몰을 기다리다가 수월봉으로 넘어가 일몰을 보기도 좋고, 이곳에서 일몰을 보셔도 됩니다. 구름이 많고 바람이 많아서 수월봉에 갔다가 일몰을 기다리지 않고 중문 쪽 숙소로 돌아와서 돼지고기를 먹고 숙소에서 놀다가 잤어요. 제주는 흑돼지가 너무 유명하지만 백돼지와 양념갈비를 먹었습니다. 숙소와 저녁식사 모두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숙소는 엘렌 호텔, 저녁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큰솔가흑돼지입니다. 숙소가 모두 오션뷰이고 새로 지어서 아주 깔끔했어요)


 다음날은 숙소 근처의 약천사를 다녀왔습니다. 국내여행을 다니다 보면 절에 참 자주 가게 돼요. 많은 절들이 아주 예쁜 곳에 참 어울리게도 있습니다. 약천사는 바다를 바라보며 야자수나무와 귤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절이예요. 법당의 규모도 꽤 크고 주차장도 꽤나 잘 되어있어서 잠깐 둘러보시기 좋습니다. 관음도 전시는 안 보셔도 됩니다.(전시 느낌이 아니에요) 점심은 강정마을 근처에 평점이 5점 만점인 중식당이 있어서 도전해보았습니다. 제주의 특색은 크지 않았지만 깔끔하게 잘 나오더군요. 남쪽을 돌다가 강정마을 쪽에서 바다를 보게 된다면 또 방문할 것 같아요. 그 뒤에는 제주 가면 거의 빼먹지 않고 들르는 카페에 가서 두 시간가량 볕을 쬐며 바다를 보다가 새별오름에서 억새를 보고 애월연어에 들러 저녁을 먹었습니다. 일행 중에 거의 끌고 오다시피 한 친구가 있어 부모님께 보내드릴 오메기떡을 사고 (*중요! 친구 부모님께 잘 보여야 계속 같이 놀 수 있어요) 제주공항에서 김포로 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가리는 맛들이 많아 제주에 가면 해산물! 제주! 하는 음식들을 엄청 다양하게 먹지는 않아요. 지난번에 갔던 곳을 많이 가지만 새로운 곳을 발견하는 재미도 아주 큽니다. 제 동행들은 알까요, 제가 제주에서 이렇게 좋은 식당과 카페와 장소들을 찾기 위해 그만큼 되돌아 나오고 실망하고 길과 주차장을 찾아 헤맸다는 걸요. 이번에도 너무 예쁜 생이기정길과 식당들, 그렇게 많이 갔는데도 아직 남아있는 오름들을 찾았지만, 오름 한 곳에서는 돌아 나오고 식당 한 곳을 찾아가려고 훨씬 많은 리뷰와 로드뷰를 돌려봤으니까요. 제주의 어둑한 지도를 밝히는 느낌은 게임 같아요. 달성도를 100%로 만들기 위해서 제주를 몇 번을 더 가야 할까요. 즐겁고 즐겁습니다


 생각보다 국내선 항공기를 이용하는 걸 번거로워하거나 막연히 어려워하시는 분이 있더라고요. 저는 버스와 하등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합니다. 신분증(바이오인증을 하셨다면 없어도 되지만, 그래도 있긴 해야 하는)과 티켓만 있으면 돼요. 검색대 한 번을 통과해야 하지만 그만큼 이동시간이 꽤나 줄어듭니다. 저는 여수나 순천, 울산쪽을 갈 때는 비행기를 더 선호해요. KTX와 가격도 비슷하거나 종종 더 싸니까 국내선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7. 12,500원만큼의 우울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