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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May 02. 2023

35. 눈 했습니다

마스크 시대의 가장 효율적인 성형수술이라고 주장하면서

 4월 1일 토요일에 점심 야외 웨딩이 있었어요. 그 주에 하나 있는 웨딩이고 날도 좋은 데다 올해 첫 야외 웨딩이라 기분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4월 스케줄을 보니 그다음 주에 마침 웨딩이 없더라고요. 원래 여행을 갈까 하던 주라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휴무를 잡아뒀는데 색다 여행을 떠나보고자 압구정 갈색 성형외과 홈페이지에 상담예약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1시간 뒤쯤 전화가 왔고 7일 화요일에 상담을 받았어요.


 압구정역에 내릴 때면 갈색 성형외과 광고가 많이 나왔던 기억이 있어 다른 고민 없이 병원을 정했습니다. 상대적 신흥 강자인 강남이 있지만 그래도 성형의 성지는 압구정 아닌가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피부과 갈 때와는 다른 새로운 떨림을 가지고 상담을 받았고, 절개눈매+윗트임+듀얼뒤트임으로 구성된 플랜 1번과 비절개눈매+윗트임+듀얼뒤트임+이마거상으로 구성된 플랜 2번을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나가시고 코디선생님과 살짝 고민을 더 했는데, 이마거상이 추가되면 금액도 꽤나 뛰고 수술 후 회복기간이 12일이 넘게 걸리더라고요. 저는 목요일에 수술하고 수요일에는 출근일 해야 했고, 겁도 나서 플랜 1번을 선택했습니다. 코디선생님이 고민이 된다면 안 하는 게 낫고, 플랜을 두 개 주셨으면 둘 다 괜찮은 거다, 이마거상을 꼭 해야 한다면 1번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쉽게 결심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참 좋은 결정이었어요.


 수술은 6일 목요일 12시였습니다. 수술 전 금식이 4시간 있었는데 다행히 이른 수술이라 배고픔도 목마름도 모르고 잘 넘어갔어요. 수술 당일 상담을 한번 더 하고, 눈 라인을 잡고 수술방에 들어가서 다시 한참을 라인을 잡았습니다. 아주 흥미로운 사실은 눈 라인을 검정 하이테크 0.3으로 그리신다는 거였어요. 볼펜 뚜껑을 닫는 익숙한 소리가 나서 보니 하이테크가 맞더라고요. 선생님께 물어보니 피부에도 잘 그려지고 얇아서 아주 딱이라고 합니다. 성형외과 의사들의 필수템인가 봐요.


 수술은 12시 반쯤 시작했어요. 처음 하는 수술이고, 수면마취라 좀 기대했는데(약품은 프로포폴이었습니다) 마취에 들어갈 때 기분 좋은 몽롱함이나, 개운한 잠을 잤다는 시원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마취에서 깨서 시간을 보니 세 시반쯤이었고 퉁퉁 부은 눈으로 약국에 가서 약을 타고 카카오택시를 불러 집에 왔습니다. 아픈 건 하나도 없었어요. 첫날은 눈도 많이 붓고 잘 안 보여서 약을 먹고, 밤늦게 사람들을 피해 산책을 갔다가 일찍 기대서 잤습니다. (3일간은 기대서 자야 부기가 잘 빠진다고 해요.) 다음날도 붓기는 많았는데 눈이 피로해도 보이는 건 어느 정도 보이더라고요. 충혈이 많이 돼서 좀 무서운 눈이었지만, 저는 저를 볼 수 없기 때문에 구경온 친구와 함께 카페도 가고 저녁도 먹고 했습니다. 산책과 호박즙, 얼음찜질이 부기를 빼는 데 좋다고 해서 저는 하루에 두 시간 정도 걷고, 호박즙을 마구 마시고, 쉴 틈 없이 얼음찜질을 했습니다. 제가 아침에 많이 붓는 편이라 수술 뒤에도 그럴까 걱정했는데 얼굴이 2배가 되고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주말을 지나 화요일까지 열심히 걷고 마시고 앉아서 잤습니다.


 처음 상담 때는 화요일에 실밥을 푼다고 했는데, 수술 뒤에 목요일 오후 3시에 오라고 해서 5일(수)과 6일(목)은 실밥이 있는 채로 출근을 하고 꽃작업을 했습니다. 수요일엔 심지어 백화점 동기 한 명의 청첩장 모임이 있었어요. 화요일에는 실밥을 풀 줄 알고 참석한다고 했는데, 안 갈 수 없는 자리라서 구석에 앉아서 사이다를 열심히 마시고 왔습니다. 신기하게도 실밥을 푸는 목요일이 되니까 전날과 다르게 붓기가 아주 많이 사라지더라고요. 미뤄진 일정이 살짝 원망스러웠는데 확연한 변화를 보니까 아주 믿음직스러워졌었습니다. 실밥을 푸는 게 이번 눈수술에서 제일 아팠어요. 제가 피가 쉽게 나고, 혈소판이 살짝 적어서 피가 잘 안 멎는 편인데 실밥을 풀다가 간호사분께서 평소에 피가 잘 나는 편이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저는 눈물인 줄 알았는데, 실밥을 풀 때 피가 꽤나 났나 봅니다. 저는 익숙해서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본인이 안 익숙하니 천천히 하시겠다고 했어요. 뒤트임을 풀 때 제일 아팠습니다. 왼쪽 흰자에 각막부종이 좀 세게 나타난 편이라 추가 진료와 약을 처방받고 회사로 돌아와 다시 열심히 일을 하고 퇴근했습니다. 각막부종은 뒤트임 시 발생하는데 저는 수술하고 25일이 지난 지금도 살짝 불편함이 있어요. 흰자가 살짝 부어있어서 초점이 잡히는 게 살짝 느리고, 눈이 좀 피로해집니다.


 그 뒤로 4월 22일 토요일에 점심 저녁으로 웨딩이 4개, 29일 토요일 4개, 30일 일요일 2개 오늘 1일 월요일 1개로 평소보다 2배가 넘는 웨딩 강행군이 있어서 이 즐거운 일을 적는 게 늦었습니다. 부기는 찬찬히 빠지고는 있는 것 같지만 아직 잘 모르겠어요. 병원에서는 붓기 6개월 자리 잡는데 2년을 얘기하시더라고요. 30년 넘게 쓴 눈이니까 그 정도면 괜찮다 싶습니다. 눈은 뒷부분으로 살짝 쌍꺼풀이 보이는 자연스러운 눈이 되어가고 있어요. 제가 10살 때부터 안경을 쓰다가 24살에 라섹을 했는데 그 뒤로 눈이랑 눈썹 사이가 너무 멀어 보여서 계속 맘이 쓰였거든요. 안검하수가 있어 이마와 미간에 자꾸 주름도 잡히고 빨리 고쳐서 오래 쓰자는 생각도 있었어요. 코로나동안 마스크 덕분에 눈에 더 집중하게 되어서 올해는 꼭 수술을 려 했는데 오랜 고민과 쉬운 결정이었습니다. 혹시 눈 성형을 고민 중이시라면 오랜 고민과 쉬운 결정을 빕니다.




 저는 많은 일을 전문가에게 맡겨버리는 편이라서 하고 싶은 사진을 가져가지도 않았고 의사 선생님께 전적으로 위임했습니다. 다만 지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은 말씀드렸어요. 해결책을 제시하는 건 전문가가 대부분 옳다고 믿는 편입니다. 라인을 잡을 때마다 좋다 싫다 어디가 아쉽다 같은 것들은 생각이 아니라 바로 말로 해서 피드백을 받고 개선해 나갔어요.


 금액은 제가 5,6월 회사에 더 다니게 된 것으로 벌만큼 나갔습니다. 현대카드가 3개월 무이자 할부가 되더군요.


 수술 후 다음날부터 샤워할 수 있었고, 실밥은 수술 후 7일 뒤에 풀었습니다. 3일간은 기대서 잤고 저는 아픈 건 전혀 없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실밥을 푼 뒤부터는 불편하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넉넉히 10일이면 평소의 80%쯤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요. 4주간 운동과 음주가 불가능하고 허리를 숙이거나 힘을 줬을 때 아직 안압이 확 높아지곤 합니다. 눈이 피로해지고 흐려지는 증상이 4주가 지난 아직 있으니 중요한 일이 없는 틈을 노리시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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