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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el Jun 29. 2019

중고책을 팔았다

과수원 사장님의 마음으로

어느 주말 비좁은 칸에 얼기설기 쌓여있던 책 보관 상태가 너무너무 거슬리자 몇 권은 팔아야겠단 결심이 섰다. 몇 칸 안 되는 책장 안에 조용히 상주 중인 이 책들은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떠올려봤다. 한정판이라 허겁지겁 주문했던 책, 서점을 구경하면서 충동적으로 샀던 책, 이북이 없어서 실물로 구매했던 책 등등. 이 중에서 소장하고 싶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구분했다. 그다음 소장이 망설여지는 책 중에서 지인에게 선물하거나 혹은 교환하기도 조금 애매한 책 몇 가지를 추려냈고 이 기준에 부합되는 책들은 총 5권이었다. 냉정하게 중고책으로 팔만한가를 따져봤다. 책등은 멀쩡한 지, 혹시 낙서는 없는지, 접힌 페이지는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본 결과 4권 정도는 보낼 만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알라딘에 접속해서 본격적인 중고책 판매 신청 단계에 들어갔다.

위의 화면에 ISBN 코드를 넣으면 매입 가능 여부와 상태에 따른 매입가가 나온다. 책 상태에 맞게 상/중/하를 골라 입력했다. 그런 다음 적당한 크기의 박스에 내충재를 넣어 배달 과정에서 손상되지 않도록 포장까지 마쳤다. 아마도 2,3일 뒤에 이를 회수한 알라딘에서 매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긴 시간 공들이는 과수원 사장님들의 그 마음과는 결코 비교조차 될 수 없겠지만 그래도 '흠없이 팔려주었으면!' 하며 마음 졸이는 기분은 비슷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꽤 번거롭긴 했지만 과정 자체가 은근히 뿌듯하고 재밌어서 이북 좀 덜 사고 종이책을 더 샀으면 좋았겠다는 바보 같은 생각도 했다. 킬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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