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n the Road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iel Feb 06. 2016

ARIEL ON THE ROAD

나의 여행관에 대하여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준비할 때도, 여행 중에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나는 여행 자체에 설레거나 여행을 떠난다는 이유만으로 즐겁다거나 여행지를 그리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꾸준히 여행을 갔었고 또 갈 예정이라 스스로도 여행을 좋아한다고 인정해야 하는가 싶었다. 쓸데없어 보이지만 가슴 한편에 찝찝하게 남았던 의문이었는데 얼마 전 지인이 해답을 내려줬다.

너는 여행을 좋아한다기보단 여행에서 무엇을 하냐를 중요시 여기는 거 같은데?


이 해답으로 어쩐지 실망으로 남았던 여행이 왜 그랬는지 의문이 풀렸다. 또 앞으로 할 여행에 대해 확실한 노선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갑자기 열망하게 된 여행지가 생겼고 몇몇 여행지를 탈락시키기도 했다. 이제 아쉬운 여행(?)은 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졌다는 기쁨과 함께 나만의 여행관과 방법에 대해 적기로 했다.



1.'무엇'을 여행의 주제로 삼을건지에 대한 고민을

앞서 말했듯이 나는 여행보다는 여행에서의 사건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그에 따라 여행의 전체적인 방향이, 여행지가 바뀌기 때문에 이 고민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쬐는 태양 밑에서 맑은 바닷물을 보며 쉬고 싶다거나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을 보고 싶다거나 광활한 자연을 느껴보고 싶다거나 혹은 유구한 역사가 잠들어 있는 유적지를 보고 싶다거나 등등. 당연한 얘기지만 이 축을 잘 잡게 되면 여행에 대한 불필요한 요소들이 쉽게 정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푹 쉬고 싶은 충동으로 여행을 목표로 삼았는데 유적지도 봐야 될 것 같은 알 수 없는 의무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영화 촬영지에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간 영국의 더비셔, 가장 행복했던 여행이라 꼽고 싶다


여행 테마를 잡기 어렵다면 책을 통해서 여행 테마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정보성이 짙은 책도 좋고 에세이도 좋다. 책의 장점은 내가 놓치면 아쉬울지도 모를 포인트와 팁을 얻을 수도 있다. 반대로 책에 과하게 의존하게 되면 '나의 여행'이 사라질 수도 있다. 책의 경우는 조금 낫지만 블로그의 경우는 정보의 중첩이 심하다. 즉, 블로그에 나온 맛집을 찾아갈 경우 높은 확률로 한국인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행렬에 합류하게 된다. 물론 맛은 보장되긴 하겠지만 소수의 블로거가 선점해서 글을 올렸고, 팔로워들이 붙었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가급적이면 현지인들에게 묻는 걸 추천하고 싶다. 왜 택시기사들이 아는 맛집이 진짜 맛있는 집이라는 소리가 있듯이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곳이 진짜 갈만한 곳이다.



2. 너무 공들일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항공권을 티켓팅을 한 직후에 숙소나 교통의 대강 예약을 마친다.
국제미아가 되지 않을 정도의 요건만 갖추는 셈인데 사실 이마저도 하지 않아도 좋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기 전날까지는 여행을 잊고 지낸다. 물론 여행에 공을 들이면 들일수록 더 좋은 여행도 있지만, 그게 과해져서 게임 퀘스트를 깨는 듯한 여행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미 책에서, 블로그에서 보고 또 봐서 감흥이 달아나버린 것이다. 마치 충동적으로 가는 듯한 여행이 될 때, 기억에 흐릿하게 남긴 채 직접 맞닥뜨릴 때 나만의 시야로 선명하게 담기는 여행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알아보더라도 감흥이 달아날 정도로 알아보지는 말라는 것이다. 계획의 완성도에 따라 여행의 완성도가 비례하는 건 아니다.

길을 잃어 선착장에 풀썩 앉았던 시간, 우연히 만나게 된 소중한 광경


3. 틀어지는 것도 여행의 묘미

여행에 공들이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여행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당연한데 예전에는 공들인 계획이 틀어지면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가령 3시에 기차를 타야 하는데 길을 헤매서 놓쳤다고 가정하자. 30분 후에야 다음 차를 타는데 30분씩이나 딜레이 됐다는 사실이 스트레스를 줬던 것이다. 반대로 그런 계획 없이 기차역에 도착해서 확인한다. 내가 탈 수 있는 차는 50분 뒤에야 온단다. '50분 밖에 안된다고? 너무 운이 따라주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와 '물이 반씩이나 남았네'와 같은 맥락이랄까?) 또 이런 가정보다 더 틀어지는 경우가 오더라도 즐겁게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언제 이런 당황스러운 순간을 마주치겠나 싶은 마음으로. 태풍 때문에 비가 정강이까지 차서 움직이기도 힘들었던 여행이 특별했던 건 '내가 언제 쏟아지는 빗 속에서 여행을 해보겠어?'라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밌는 건 그런 기억들이 무엇보다 더 강렬하게 남는다.



4. 혼자만의 시간을

동행이 있는 여행과 없는 여행은 각각 장단이 있다. 동행이 있을 경우 크게는 경비면에서 혜택이 있다. 숙소가 저렴해진다거나 음식점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거나 혹은 말동무가 있어 덜 심심해진다거나 등등. 다만 아무리 잘 맞는 동행이라도 여행에선 틀어지기 십상인데 각자의 한정된 시간과 돈이 투자되는지라 예민해진 상태에서 여행에서의 니즈가  하나하나 일치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동행이 있는 여행에선 일정한 시간만큼은 온전히 혼자 즐길 수 있게끔 한다. 서로 아쉬움이 없는 여행을 위해서랄까? 또 여행지에서 혼자일 때와 동행이 있을 때의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다르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 시간을 확보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혼자 다니는 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도 위에서 말한 그 감정 때문이다. 그 특별한 감정이 무어냐면 마침 아래의 기사에 잘 나와있길래 인용한다. 


여성들에게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기사 링크: http://www.huffingtonpost.kr/2015/04/01/story_n_6982790.html?ncid=fcbklnkkrhpmg00000001



아직 병아리 여행가이지만 지금까지의 여행을 정리할 겸 앞으로 할 여행을 잘 그려내기 위해 이제껏 여행을 즐겨왔던 방법을 정리해봤다. 앞으로 길 위에서 더 많이 느끼고 성장하는 내가 됐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