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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el Feb 09. 2016

런던에서 즐기다:콘서트

해외에서 콘서트를 보는 소소한 팁과 감상

5박 6일의 영국 여행은 제법 알찬 일정이었다. 콘서트를 비롯해서 뮤지컬, 연극, 클래식 연주회 그리고 축구까지 하루에 한 개꼴의 이벤트가 있었으니 덕분에 티켓 부자가 됐다. 두꺼워진 티켓북만큼이나 뿌듯해진 마음으로 팁과 감상을 정리하기로 했다.

런던에서 콘서트를?

브릿팝을 즐겨 듣는 편이라 런던에 간다면 꼭 밴드 콘서트를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은 오직 5박 6일뿐. 그 안에 누구든 콘서트 일정이 잡혀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Song kick(http://www.songkick.com/)에 들어가 여행 일정에 맞춰 런던 콘서트를 찾아봤다. 

Song Kick에서는 아티스트들과 지역을 설정하면 그에 맞는 투어 일정을 확인할 수 있거나 티켓 판매처를 보여준다.


이게 무슨 천운인지 마침 도착하는 당일 저녁에 가장 좋아하는 밴드 중 하나인 Franz Ferdinand의 런던 공연이 있었고 기쁜 마음으로 티켓값을 전송해드렸다. 런던 콘서트 티켓은 주로 Ticket master나 Gigantic 혹은 Stargreen을 비롯한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각각 사이트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 웹이나 책에서는 별로 정보가 없어 개인적으로 느꼈던 점들을 정리해본다.


1.Ticket master(http://www.ticketmaster.co.uk/)
콘서트뿐만 아니라 뮤지컬이나 연극 티켓도 판매하는 최대 규모의 티켓 판매 사이트이다.
Good: E-ticket으로 티켓을 수령할 수 있다. 취급하는 공연의 종류도 다양한 편
Bad: E-ticket인데 돈을 내야 한다(왜?) 수수료가 비싼 편이다.

2.Gigantic(https://www.gigantic.com/)
주로 Gig(영국에서는 concert보다 gig이라 표현한다)을 취급하는 사이트로 나는 이곳을 택했다.
Good: 수수료가 저렴하다. 공연 장소에서 현장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Bad: 현장 수령인데 돈을 내야 한다. (공연장까지 우편 배송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3.Stargreen(https://www.stargreen.com/)
옥스포드 서커스 쪽에 실제 오피스가 있는 게 특징인 사이트다.
Good: 수수료가 제일 저렴하다. 오피스 수령은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고로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음)
Bad: 옥스퍼드 서커스까지 가야 하는 수고로움(office hour안에 수령해야 함)


나는 도착 당일 저녁이라 시간이 빠듯해서 공연 장소에서 바로 컬렉팅 할 수 있는 Gigantic을 골랐지만, 조금 일정이 여유로워 옥스퍼드 서커스를 방문하거나 구경할 거라면 Stargreen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각각 사이트마다 4-5천 원 정도 차이가 났고, 돈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어떤 사이트든 비슷비슷할 것이다. 내겐 파운드가 살인적인 환율의 통화라 꼼꼼히 사이트별로 비교했었고 결과적으로 7-8천 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었다.


Kentish Town의 The Forum

공연 오픈 시간은 7시였고, 대략 7시 30분쯤에 공연장에 도착했다. 그때 로밍이나 유심이 없었던지라 순전히 감만 믿고 공연장을 찾았는데 공연장이 마법처럼 나타났다. 될 놈은 되는 것이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Kentish Town이 관광객한테는 그다지 안전한 동네는 아니었다. Camden Town 바로 옆 동네인데 어쩐지 곳곳에 그래피티가 많이 그러져 있고 스웩 정신이 넘치는 사람들 뿐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공연장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공연이 그렇듯 분위기를 띄워주는 오프닝 밴드의 공연이  30분~1시간가량 주어진다. 다만 안타깝게도 내가 만난 오프닝 밴드는 사람들에게 비웃음만 잔뜩 사고 무대에서 내려갔다. 당황했던 건 바로 앞줄의 사람들마저 대놓고 스마트폰으로 축구 뉴스를 보며 그들에게 조금의 반응도 내주지 않았다. 그들이 꿋꿋하게 공연을 하고 내려가는데 내 옆에 있던 아저씨가 '너희 노래는 쓰레기였다'라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옆 사람들을 모아서 같이 까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도 그 무리에 끼고 싶을 정도로 오프닝 밴드의 노래는 소음 공해에 가까웠다. (미안. 내 청각이 그렇다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드디어 Franz Ferdinand와 Sparks 멤버들이 무대에 섰다.


Franz Ferdinand와 Sparks의 프로젝트 그룹 F.F.S


Sparks는 국내에 인지도가 높은 그룹은 아니지만 영국에선 마니아층이 두터운 밴드 같았다. 특히 내 앞에 백발노인 부부가 계셨는데 Sparks의 엄청난 팬 같았다. 젊은이도 버티기 쉽지 않은 스탠딩 3시간을 오로지 팬심으로 견뎌내시던데 부럽고 또 존경스러웠다. 공연은 Franz Ferdinand의 개인 밴드 곡 3~4곡과 Sparks의 개인 밴드 곡 3~4곡, 그리고 나머지는 두 밴드의 프로젝트 그룹인 FFS 노래들로 구성되었고 약 2시간 정도 진행됐었다.


여담인데 한국의 공연과는 다른 게 스탠딩존인데도 밀치지 않고 각자의 공간을 존중한다. 그래서 좌석처럼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심지어 공연 전에 누군가가 새치기를 하려고 하니까 (앞서 오프닝 밴드에게 야유를 아낌없이 주던) 그 아저씨가 정말 대놓고 비꼬아주셨다. '친구 찾는 척하겠지, 병신아' '왜 아예 무대까지 들어가지 그러냐?' 등등. 쩌렁쩌렁하게 비난을 해주시니 겸연쩍은 얼굴로 새치기 맨이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갔다. (좀 불쌍하긴 했다.)


아름다운 가격 32.5파운드

11시가 좀 넘어서 공연장에 나왔고 가는 길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도 런던에서 영국 밴드의 콘서트라니! 그것도 가장 즐겨 듣는 밴드 중 하나라니? 에너지를 쏟으러 갔다가 되려 에너지를 얻고 왔다. 여행  첫날인데 좋은 스타트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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