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학교에 오면 내가 엄마야

by 류샘

다음 해 담임 희망서를 쓸 때, 6학년 교사를 자원하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다. 6학년을 맡아 아이들과 생활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학교마다 학년 배정을 위한 규정이 있고 결국은 모두가 어느 학년 학급 담임을 하게 되지만 서로 희망하지 않는 6학년 담임을 섭외(?) 하기 위해 교장, 교감님들은 바쁘고 힘들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는 5년씩 근무하고 새로운 학교로 발령을 받게 된다. 학교 나름의 규정에 따라 다르지만 담임 희망서를 제출하게 되는데 가장 기피하는 학년이 6학년이다. 6학년 담임교사들은 사실 힘들다. 수업 시수가 많은 것을 떠나 처리해야 할 업무가 다른 선생님들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요즘 6학년 아이들은 무섭다(?).


나는 30년 경력의 초등학교 교사다. 나는 올해 학교를 옮겼다. 하기 싫었던 부장교사를 해야 했고, 거기에 6학년 담임을 해야 하는 분위기다. 경력도 있고 절대 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벗어날 수도 있지만, 상황이 그러하면 하는 거다. 시원하게 오케이하고 나서, 얼른 6학년 담임교사의 마인드로 세팅했다. 이전에 선배 교사들 중에 나는 절대로 6학년은 못한다는 말을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다짐했었으니까.


내 나름의 신조라고 할까 다짐이라고 할까 교직 생활을 하면서 지키려고 노력하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자기 논에 물 대지 않기다. 나 개인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전체를 이해하고 공동체의 입장을 두루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의 여러 업무 중에서 남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맡아 하자. 나는 일하는 것이 좋다. 좀 힘들고 어렵더라도 그 일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잘 기획하고 처리하는 그 과정이 좋다. 또 근무하는 학교마다 6학년 담임을 한 번씩 맡자. 퇴직할 때까지 6학년은 절대 못해요라는 말은 하지 말자. 모두가 어렵다고 부담스럽다고 6학년 담임을 하기 싫어하는데, 나이가 무슨 벼슬도 아니고. 마지막으로 나는 학교에 오는 아이들에겐 학교 엄마다. 아이들에게 늘 말한다. "얘들아, 학교에 오면 내가 엄마야. 걱정하지 마."


엄마들은 이렇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우는 소리가 들릴 때, 그 울음소리가 내 아이의 울음소리인지 엄마들은 안다. 많은 아이들이 모여있어도 내 아이는 실루엣만 보고도 안다.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던 내가 갓난쟁이 내 아이의 찡얼거리는 소리에 발딱 깨어나 기저귀를 갈고 우유를 먹이며 키워내는 것이 엄마다.


나는 학교 엄마다. 학교에서도 그렇다. 교실 안에 있어도 복도에서 소리 지르며 지나가는 아이가 우리 반 아이면 금방 안다. 우리 반 아이가 다른 선생님께 야단을 맞으면 마음이 상한다. 공부에 영 취미가 없는 아이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도 내일 학교 가져가서 우리 반 아이들 나눠 먹이려고 과일을 사고 그것을 들고 출근을 한다.


올해 코로나는 엄청났다. 30년 교사 생활을 하며, 올해처럼 엄청난 변화와 혼돈을 경험한 적이 없다. 물론 사스나 메르스를 지났지만 그때와 비교할 수 없는 학교 현장의 혼란은 전쟁터에 놓여있는 기분이다. 먼 미래의 사회를 예측하며 화상 수업을 말했었지만, 진짜 비대면 수업을 해야 했다. 전자교과서가 만들어지고 시범학교가 운영되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교사들이 IT 전문가도 아니고, 유튜버도 아닌데 온갖 장비들을 구입해서 수업을 제작하고 원격 수업 플랫폼에 올려야 한다. 등교 수업이 하루아침에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어 당황해야 하고, 줌 수업을 해야 했고, 긴급회의는 허구한 날 열렸다. 아이들이 하교하면 소독액을 뿌리며 책상과 가림판, 출입문을 소독해야 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발열체크를 해야 했다.


그 모든 것보다 힘들었던 것이 내가 맡은 아이들의 제대로 된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책상을 최대한 떨어뜨리고,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 학교에 나오는 날도 많지 않다. 3월이면 모든 아이들에 대한 성격이나 학습 수준이나 친구관계나 고민 등 다 파악했을 텐데, 일 년이 거의 끝나가는데 아이들을 아직도 다 모르겠다. 올해 6학년을 맡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해 보려고 했는 많은 학급 운영의 계획들은 산산이 부서졌다. 얼굴을 마주하고 마음을 열고 대화할 물리적 시간이 없다. 그저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 진짜 자기 공부를 스스로 할 수밖에 없다, 너희들을 매일 못 보아 너무 아쉽다는 말만 할 뿐이다.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우리 반 아이들은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가끔 들려주는 초등학생 때의 우리 아들 녀석 사고 친 이야기를 듣고 책상을 두드리며 웃어댄다. 쉬는 시간만 되면 쪼르륵 몰려든다.

"얘들아, 너무 가까이 오면 안 돼. 사회적 거리두기 알지? 응?"

"그럼 여기쯤 있으면 돼요?"

"아니, 왜, 자리에서 앉아 쉬지 이렇게 가까이 모이는 거야?"

"그냥요."

책상 주위에 모여든 아이들은 까르르 웃어댄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가 교실에서 많이 만나지 못했지만, 얘들아 학교에 오면 내가 엄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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