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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샘 Jan 17. 2021

아빠 노릇하느라 애쓴다

한파에 세상이 얼어붙는 것 같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고속도로를 오가며 출퇴근하는 아들이 늘 걱정이 되는 걸 보면, 아직 미숙한 엄마인가 보다. 


아들이 주말에 제 아이들을 데리고 가평 근처 펜션을 가서 놀고 온단다. 너무 오래도록 갇혀 지내다시피 하고 있으니 육아 스트레스를 좀 풀어줄 생각인가 보다.


아들이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는 바람에 나도 할머니가 되었다. 요즘 아이들에 비해 이른 결혼을 한 아들은 아직 내가 보기엔 철부지 아들이다.


출근하는 길에 첫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퇴근하면서 데리고 오는 일은 지난 1년간 하더니, 그 기간도 끝이 나서 요즘은 며느리가 등원 하원도 하고 있다. 아직 8개월 둘째도 있으니 휴직 중에 두 아이를 온전히 돌보느라고 며느리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고맙게도 중간 중간 사진을 보내온다. 


작은 프라이빗 수영장이 딸린 펜션을 예약하고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따끈한 물속에서 맘껏 놀았단다. 8개월 된 둘째 손주는 목에 튜브를 하고는 두 발을 꼬고 물침대에 누은 듯 편안하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아빠 품에 안겨 있는 손녀의 사진을 보는데도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물을 무서워하는 며느리가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을 테고, 물속에 들어가 두 아이랑 놀아주는 것을 아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했고 잠깐 수영 선수 생활도 좀 하고는 해경으로 군대를 다녀왔으니 물과는 누구보다 친근한 아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물에 들어가면 무서워하는 딸을 바라보며 행복한 딸바보 아빠의 얼굴을 하고 있다.


날 때부터 많이 닮았었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더 아빠를 닮아간다. 벌써 저렇게 다 자라서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바쁘고 힘든 시간을 쪼개 아빠 노릇하느라 고단했을 아들 생각을 하니,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아들아, 아빠 노릇 하느라 애쓴다. 

그래도 이 엄마는 네가 친구 같은 아빠, 다정한 아빠로 잘 역할해 주길 바란단다.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네 아이들이 너를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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