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런 일이 우리 학교에도 발생했다.
우리 학교 한 아이가 확진되면서 긴급 부장 회의가 소집되었고, 등교한 모든 학생들을 긴급 하교 조치를 하기로 하였다. 학년 간 시차를 두고 하교 조치를 하기로 하면서 스스로 하교가 가능한 고학년이 먼저 하교하고, 학부모님들이 데리고 집에 가는 저학년이 조금 뒤에 하교하기로 하고 우선 학교에서는 이알리미로 긴급하게 이 사항을 전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미리 준비를 하기는 했다.
우선 쌍방향 수업을 위한 환경을 위해 각 가정에 줌 앱을 설치하도록 자세한 안내문을 보냈다. 그리고 사전 연습도 하였다. 사전이 시간을 안내하여 하교 이후 각 가정에서 줌으로 접속하게 하였다. 시간이 맞지 않는 경우는 개별적으로 담임 선생님과 통화를 하여 언제든지 쌍방향 수업이 가능한지를 확인했다. 또한 긴급하게 원격수업으로 전환될 경우를 대비하여 콘텐츠 영상 수업 자료도 제작해 두었다.
하지만 실제로 긴급하게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상황이 발생하니 당황이 되었다. 학교에서 전체적으로 이알리미를 통해 긴급 하교 조치를 안내했지만, 우리 1학년 담임선생님들은 클래스팅을 통해 보다 더 자세하게 학부모님들께 연락을 해 두었다. 부모님 모두 직장에 가 있거나 일이 있어 아이들을 데리러 오지 못하는 학부모님들은 따로 문자를 달라고 요청하고, 그 아이들은 교실에서 돌보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을 챙길 차례다. 아이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차분하게 설명하고 가방을 챙기며 하교 준비를 시켰다. 부모님이 데리러 올 수 없는 아이들은 교실에 남겨두고 다른 아이들을 인솔해서 하교를 시작하였다.
왜 이런 날 비까지 내리는 것일까?
긴급 하교 안내 문자를 받은 불안한 학부모님들이 현관 가까이까지 진을 치고 계신다.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이 많으니 좀 거리를 두고 서 계시면 좋으련만 아이들이 지나갈 수도 없게 현관에 우산을 들고 계신다. 이럴 때, 내 아이만 생각하기보다는 조금 넓은 시각으로 전체를 생각해 줄 수 없는지 마음이 조금 섭섭하다. 조금만 간격을 벌려 주면 우리 어린아이들이 지나갈 수 있을 텐데...
비 속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아이들과 부모님이 만난 것을 확인하며 눈인사를 나눴다. 아직 도착하지 못한 학부모님을 기다리며 한참을 서 있다가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뒤 서둘러 교실로 올라왔다. 좀 늦게 오신다는 아이들에게 잠깐 기다리자는 말을 하고 짧은 과학영상을 틀어주며 기다렸다. 시간차를 두고 도착하는 부모님들께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을 인계했다.
데리로 오는 중이라며 지석이 엄마는 문자를 보내왔다. 엄마가 오고 계시다고 지석이에게 말해도 소용없다.
"왜 우리 엄마만 안 와요? 언제 와요?" 성화다.
지석이를 가까이 오게 했다.
"지석아, 엄마 오고 계셔. 조금만 기다리자. 아까 지석이가 보던 동화책 엄청 재미있어 보이던데, 그 책 좀 읽어줄 수 있어? 선생님 그 책 너무 궁금한데."
"네. "
"지석이 글씨 읽을 수 있지? 큰 소리로 재미있게 잘 읽을 수 있어?"
"넵!"
금세 신이 나서 지석이는 큰 소리로 더듬더듬 책을 읽어준다.
재미있다고, 너무 잘 읽는다며 폭풍 칭찬을 해 주었다.
우리 지석이는 신이 나서 더 크게 읽는다.
"끝."
웃는 얼굴로 지석이가 끝을 외칠 때, 지석이 친구 어머님이 지석이를 데리러 오셨다. 아마도 늦어지게 되니 친구 어머님께 지석이 하교를 부탁한 모양이다.
지석이를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텅 빈 교실을 바라보니 내 마음도 텅 빈다.
이 위기가 또 잘 넘어가기를 바랄 뿐이다. 내일부터는 처음으로 원격수업을 해야 한다. 연습 상황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다. 미리 연습해 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별일 없이 쌍방향 수업이 잘 진행되길 바라본다.
이제 이런 상황은 아마 여러 번 반복되면서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며 불안정한 학교 생활이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