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과 붕어빵

by 유보미

날도 좋고 해서 집에서 살짝 거리가 있는 던킨까지 산책 삼아 걸어갔다. 5월이지만, 어제까지는 패딩을 꺼내 입을까 고민이 될 만큼 추웠는데, 오늘은 긴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었는데도 살짝 땀이 나는 날씨가 되었다. 그래도 미세먼지 없고 걷기 좋은 날씨라 주변을 둘러보며 걸었다. 던킨에 도착해서 아이 몫의 간식으로 도넛을 몇 개 집었다. 아들이지만 핑크를 좋아하고, 딸기맛을 좋아해서 핑크색 초콜릿이 코팅되어 있고 루피 캐릭터가 올라가 있는 딸기우유 츄이스티, 이제는 나보다 더 먹는 아이니까 살짝 모자랄 듯해서 먼치킨 몇 알을 더 집어 종이봉투에 담아서 나왔다. 이 정도면 아이의 취향에 잘 맞춰 샀다 싶어 뿌듯해하며 횡단보도 앞에 섰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이탈리아나 스페인 쪽의 얼굴을 한 외국인도 횡단보도 앞에 섰다. 이 동네에서는 흔치 않은 외국인이라 예의가 아닌 줄은 알지만, 선글라스 너머로 흘끗흘끗 관찰을 시작했다. 운동을 많이 했는지 팔뚝이 두껍군, 키가 아주 큰 편은 아니네, 나도 반바지 입고 더운데 저 사람도 더운지 재킷을 허리에 맸네, 손에 있는 저 흰 봉투에는 뭐가 들었을까?라고 생각하는 찰나, 흰 봉투 안에서 예상치 못한 것이 나왔다. 바로 붕어빵. 진짜 붕어빵 하고는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붕어빵이 나와버리자 피식 웃어버렸다. 뭔가 붕어빵은 겨울의 간식 느낌인데, 이제 막 더워지기 시작한 날, 마카롱이 더 잘 어울리는 외국인 손에 붕어빵이라니...

그는 정말 붕어빵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내 손에 들린 도넛은 던져버리고, 나도 그 사람이 온 방향에 가서 붕어빵을 사 와야 하나 고민을 했다. 그가 온 방향에 있는 그 붕어빵이 맛있다는 건 나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큰 갈등이 찾아왔다. 내손에 들려있는 건 내 몫이 아니라 아이 몫이었고, 붕어빵을 산다면 그건 내 것이었는데, 내 뱃살은 그것을 허용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에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날 좋은 날, 나와 모르는 그의, 상반되는 빵 선택이 작은 즐거움으로 다가온 것에 감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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