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결혼은 시들하고 불륜은 설레는 이유

드라마 <부부의 세계>와 사랑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by 유랑선생

사랑이 결혼이 되니 평범하고 시들해진 이유


<부부의 세계>,12회 후반부. 전부인 지선우를 향한 불륜남 이태오의 말.


사랑이 결혼이 되는 순간, 모든 게 다 똑같아졌다고,
평범하고 시들해졌다고,
그렇게 말해주면 너도 진심을 말해줄래?
지선우를 향해 진심을 밝히는 이태오 @jtbc <부부의 세계> 중 한 장면


불륜을 저지르며

'사랑에 빠진 게 죄가 아니잖아'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던 이태오.

그런데 이제는 그 사랑도 결혼이 되니 뻔해졌다고 이야기한다.


'결혼을 해서 함께 살아보니 사랑은 시들해지더라'는 이야기를

우리는 주변에서 꽤 많이 들어왔다.

결혼해서 보니 부부가 아닌 남매처럼 살고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이들도 많다.

왜일까.

왜 결혼 전 빛나고 찬란하던 사랑도 결혼에 골인하여

함께 살다 보면

그 빛이 바랜다고 많은 이들이 느끼는 것일까.


소비량이 늘어날수록 줄어드는 순간의 만족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경제학에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름은 길지만 알고 보면 단순한 법칙이다.

갈증이 심각할 때 물을 한잔 먹는다고 생각해보자.

목이 한창 마를 때 처음의 물 한잔이 주는 순간의 만족도는 무척 크다.

그러나 두 번째 잔을 추가로 마시게 되면 첫 번째 잔의 물을 들이켤 때보다

순간적인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두 번째 잔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물을 다섯 잔, 여섯 잔씩 마시게 되면 어떤 상태에 빠질까.

배가 불러 물을 마시면서 느끼는 괴로움이 더 커지게 된다.

추가적인 소비로 인한 만족도가 -(마이너스)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한계효용(Marginal utility)이란

어떤 재화나 서비스의 소비량이 증가할 때마다 추가되는 주관적인 만족도를 말한다.

대체로 많은 상품들은 소비량을 추가로 늘리게 되면 이 한계효용이 줄어든다.

앞의 물을 소비할 때의 예와 같다.

물론 물을 한잔 두 잔 마시더라도

어느 순간까지는 전체 효용(전체적인 만족감)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한 상품의 소비를 지나치게 늘리다 보면 추가적인 만족도는 마이너스가 되어

전체적인 만족도를 깎아먹을 수도 있다.

보통 우리가 하는 말로 '물린다' '질린다' 정도의 감정에 해당하겠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적용되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상품 소비에만 해당될까?

때로는 사랑이라는 감정에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적용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처음 사귈 때의

설레는 감정은 최고조에 다다른다.

그러나 만남의 횟수에 따라 설레는 감정의 한계효용은 체감될 수밖에 없다.

첫사랑, 첫 만남 등이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설레는 감정이, 그 주관적인 만족도가 최고조에 이르니까.

오래된 연인들이나 부부들은

첫 만남의 시간만큼 설레는 감정을 그대로 가지기는 어렵다.

때로는 상대방을 '질린다'라고 느끼기도 한다.


지선 우의 과거 회상 장면을 생각해보자.

결혼 전 이태오가 지선우에게 프러포즈를 하던 장면에서

그들은 설레는 감정과 시선으로 서로를 마주한다.


결혼을 하고 긴 시간이 지난 후

이 설렘은 점차 줄어든다.

그리고 많은 불륜남녀가 그렇듯

이태오 역시

새로운 설렘, 더 큰 자극을 찾아 여다경과 불륜을 저질렀을 것이다.

지선우를 의지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100% 거짓이라 할 수 없으나

여다경을 보며 큰 설렘을 느낀 것 역시 사실일 것이다.

만남의 횟수가 얼마 되지 않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의 지배를

아직 덜 받았기 때문일 것이니 말이다.


여다경과 결혼생활에 이르고

만남의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그것이 일상이 되자

이태오는 '그 사랑도 결혼이 되니 별반 다르지 않다'라고 이야기한다.

이태오와 여다경의 스릴 넘치던 사랑도

한계효용 체감 법칙의 지배를 받은 것이다.


불륜 커플들의 흔한 착각


그러나 불륜 커플들이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사랑의 본질은 '설렘'이라고 생각하는 착각이다.

설레는 감정만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부부들은 사랑하지 않는 것이 된다.


사랑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수반되는 '설렘'뿐 아니라

우정, 믿음, 편안함, 책임감 등 수많은 감정에 기반을 둘 수도 있다.

그러한 감정도 사랑의 한 종류임을 알기에

비록 설레는 감정이 줄어들었어도

많은 부부들이 오랜 세월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불륜 커플들은 '이것이야말로 사랑이다'라고 생각하며

로맨틱한 감정을 내세우지만

이태오-여다경처럼 부부로 살아가고 서로에게 일상이 되면

그 로맨틱한 감정도 어딘가로 휘발될지 모른다.


<부부의 세계> 그 끝은 어디일까


<부부의 세계>는 결혼을 둘러싸고 많은 이들이 느끼는

수많은 감정을 묘사하는 드라마다.

서로를 향하는 애증,

이혼했어도 쉽게 끊어내기 어려운 미련,

아이에게 느끼는 죄책감과 연민,

다양한 감정을 폭풍처럼 몰아치며 묘사했던

이 드라마가

다음 주에 어떤 방식으로 끝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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